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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 차기 회장 키워드 ‘어·윤·대(어차피 윤종규가 대세)’

신윤철 기자

raindream@

기사입력 : 2017-09-11 00:30

정치권 거리두기로 다져온 외풍 독립 시금석
연임 노린 권력 집중, 내부 반발 부른 부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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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 차기 회장 키워드 ‘어·윤·대(어차피 윤종규가 대세)’
[한국금융신문 신윤철 기자] 윤종규닫기윤종규기사 모아보기 KB금융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사진)이 첫 번째 임기 마지막 고비를 맞이하게 되었다. 오는 11월 3년 임기를 마치는 윤 회장은 임기 내내 연임을 위한 준비를 차근차근 해왔다. 회장 자리에 오르자마자 내분으로 어수선한 조직을 빠르게 추스르고 지속적인 호실적을 거둬 리딩 뱅크 자리도 탈환했다.

KB금융지주는 현재 차기 회장 선임을 위한 확대지배구조위원회(확대위)를 열어 후보자를 고르고 있다. 윤 회장은 실적과 명분으로 차기 회장 자리 대세로 올랐지만 최근 분위기가 반전돼 연임을 장담하기 어려워졌다.

◇ 최대 공적은 실적보다 독립성

윤종규 회장은 임기 내 많은 공적을 쌓아왔다.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이 내분을 벌인 KB사태에서 무너진 조직 기강을 세웠고 인수합병을 연달아 성공해 조직 외형을 키웠다.

올해 2분기 들어서는 순이익으로 리딩뱅크 자리에 올랐다는 세간을 평가까지 받았다. 그러나 KB금융의 역사를 감안한다면 오히려 최대 공적은 외풍에 대항해 독립성 확보에 힘을 기울인 점이라 할 수 있다.

KB금융은 2008년 지주체제 출범 후 취임한 황영기닫기황영기기사 모아보기·어윤대·임영록 등 회장 3명을 연달아 낙하산 인사로 맞게 되었다. 윤 회장이 KB금융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배경인 KB사태는 낙하산 인사들끼리의 힘싸움으로 벌어진 상황이었다. 윤종규 회장이 회장 후보 시절에도 최종 4인의 후보 중 유일한 외부 출신인 하영구 당시 한국씨티은행장(현 은행연합회장)과 끝까지 경합을 벌여 2차 투표에서 간신히 회장직에 오를 수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조직을 만드는 것이 윤 회장의 지상과제였다. 주요 임원 자리를 공석으로 두는 한이 있더라도 외부 인사에게 쉽사리 내어주지 않다가 상황에 따라 전략적으로 적절한 인물을 배치했다. 대표적인 것이 2015년 10월 김옥찬 당시 SGI서울보증 사장을 KB금융지주 사장으로 내정한 사례다. 당시 윤 회장은 “대우증권 인수전에 본격 참여하기 앞서 비은행사업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공석이었던 사장에 선임했다”고 대외적인 사유를 들었다.

그러나 선임 일정이 늦어지면서 실제 김 사장의 취임은 2016년 1월에 이뤄졌고 그 사이에 대우증권 인수는 실패로 돌아갔다. 당시 외형확장에 실패했다는 비판이 일었지만 윤 회장에게는 큰 손해가 아니었다. 당시 회장과 은행장을 겸직한 상태에 대해 비판이 일고 있었는데 지주 사장 선임이라는 카드를 내세워 돌파했기 때문이다.

또 KB국민은행 상임감사위원을 2016년 4월부터 빈자리로 비워둔 것도 낙하산 인사 논란 자체를 없애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KB국민은행 상임감사위원으로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과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 정부 인사가 예상되었지만 윤 회장은 끝까지 자리를 비워둔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낙하산의 그림자는 KB금융지주에 드리워져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해영 의원(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2013년 2월부터 작년 9월까지 임원급 이상 낙하산 인사가 가장 많이 투입된 금융사는 KB금융그룹으로 14명에 달했다. 윤 회장 입장에서는 외풍에 항시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 외풍 대비가 부른 내부 반발

윤종규 회장은 KB사태에서 교훈을 얻어 권한을 쉽게 나누지 않았다. 겸직 논란을 임기 내내 겪었음에도 회장과 은행장 자리를 동시에 수행하다가 최근에서야 금융당국의 겸직 활성안 방침으로 한 시름 놓았을 정도다.

또 차기 회장 선임에 영향을 크게 미치는 사외 이사진 구성에 신경을 많이 썼다. 올해 2월 최영휘, 유석렬, 이병남, 박재하, 김유니스경희, 한종수 사외이사 등 6명과 이홍 KB국민은행 경영지원그룹 대표(부행장)의 비상임이사 임기를 모두 1년씩 연장했다.

현재 KB금융 이사회 구성은 사외이사 7인, 상임이사 1인(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KB국민은행장), 비상임이사 1명 등 9인 체제다. 가장 최근에 영입된 사외이사인 스튜어트 솔로몬 전 메트라이프생명 회장의 경우 외국인이라는 신분으로 외풍 차단에 일정부문 기여를 할 것이라는 평을 받았다. 솔로몬 사외이사를 제외하면 다른 사외이사들은 윤 회장과 임기 종료 시기에 큰 차이가 없다. 사외이사들 입장에서는 윤 회장과 입장을 척질 이유가 적은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윤 회장의 안배는 노조의 반발이라는 결과를 불렀다. KB노동조합 협의회(이하 KB노조)는 최근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윤 회장의 연임을 위한 차기 회장 선임 절차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KB노조는 현재 진행 중인 차기 회장 선임 절차가 “투명성·공개성·공정성 면에서 심각한 후퇴했다”라는 입장이다. 회장 후보를 선출하는 권한을 가진 사외이사를 현 회장이 선임하는 상황에서 중립성을 의심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재 KB금융지주의 사외이사추천위원회에는 사외이사 3명과 회장으로 구성돼 있다.

KB노조는 윤종규 회장에게 모든 권한이 집중되어 있는 점을 지적하며 “KB금융그룹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제왕적 CEO’”라며 “현재 회장이 사외이사를 선임하고 참여하는 것도 모자라 회장이 선임한 사외이사가 다시 회장을 선임하는 ‘회전문 인사’가 가능하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KB노조는 차기 회장 선임 절차를 중단하고 후보자 명단과 작성 경과 공개, 주주·고객·직원 대표로 구성된 별도의 자문단을 통해 이해관계자가 회장 선임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라고 요구했다. 여기에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올해 11월 열릴 KB금융 임시 주주총회에서 하승수 변호사를 추천하고 KB금융지주 정관과 이사회 규정 개정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하 변호사는 참여연대에서 활동했으며 현대증권이 KB금융에 인수되기 전에 노조 추천을 받아 현대증권 사외이사로 재직한 바 있다.

KB노조는 주주제안이라는 형식으로 주주총회에서 새 사외이사 선임 안건을 올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서는 전체 주주의 3%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박홍배 국민은행지부 노조위원장은 “노조를 탄압하고 노조 선거에 개입하는 등의 부당노동행위가 벌어졌고, 성과연봉제 도입에 대한 이사회 결의를 강행하기도 했다”며 “CEO가 가져야 할 자격 요건 중 도덕성이나 준법 등의 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의견이 모아졌다”고 말했다.

윤종규 회장과 노조와 관계가 나름 나쁘지 않았던 점을 고려하면 지금의 갈등은 이례적으로 보인다. 2014년 회장 후보 당시 윤 회장은 노조의 지지를 받는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노조와의 관계가 악화된 것은 윤 회장이 외풍에 신경쓰다가 내홍의 불씨를 키운 측면도 있다. 지금은 일단락 되었지만 최근 KB금융지주 내 큰 갈등이 일었던 사건은 사측의 노조 선거 개입 의혹이었다. 노조는 녹취록 등의 구체적 자료를 내놓으며 공세를 펼쳤고 결국 국민은행 출신 계열사 임원 2명이 논란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윤 회장 역시 사과 의사를 전했다. 윤 회장의 사과 후 노조가 경영진에 대한 고소를 취하했지만 이미 서로 신뢰가 상했다.

또 내부 권력에 관한 것만 아니면 정부의 입장에 충실히 따른 점도 직원들과 관계를 어색하게 만든 원인 중 하나다. 대표적으로 박근혜 정부의 성과연봉제 도입에 관해서 윤 회장은 직원들과의 불화에 휩싸이게 되었다.

당시 국민은행을 포함한 주요 시중은행들은 같은 날 이사회 의결을 통해 성과연봉제를 전격 도입했다. 그 과정에서 직원들의 목소리를 외면되었고 큰 반발을 불렀다. 금융권 노조는 각자 소송을 통해 도입 무효를 주장했는데 최근 잇따라 승소하면서 성과연봉제 도입 동력 자체가 사라졌다. 인수합병 이후 영업 강도가 세졌다는 불만과 더불어 무리한 성과연봉제 도입 등으로 직원의 신뢰를 잃은 점은 윤 회장 입장에서는 뼈아프다.

◇ 연임 가능성 높이는 3가지 요소

노조는 차기 회장직 사퇴를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로 이것이 벌어질 확률은 상당히 낮다. 오히려 윤종규 회장의 연임을 예상하는 경우가 더 많다. 금융권 관계자는 “KB금융 노조가 최근 공세적인 입장으로 상당부분 유리한 위치를 차지했다. 회장 선거 시기에 이득을 챙기는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윤종규 회장은 연임에 유리한 3가지 요소를 가지고 있다. 첫 째는 현재 윤 회장을 넘어설 만한 후보가 확실하게 없다는 점이고, 둘째는 외풍에 흔들려 고생한 전례가 있는 만큼 선거가 진행될수록 외부 출신보다 내부 출신에게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가 생길 가능성도 높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이사회의 권한이 커지더라도 그만큼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구조로 만들어 혹시 모를 역전 가능성도 최대한 차단했다는 점이다. 윤 회장은 재임시절 국내 금융권에서 드문 ‘주주 추천 사외이사’ 제도를 도입했다. 실제로 이병남 사외이사는 당시 김상조닫기김상조기사 모아보기 경제개혁연대 소장(현재 공정거래위원장)의 추천을 받아 사외이사가 됐다. 박재하·김유니스경희 사외이사도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과 장하성 고려대 교수(현재 청와대 정책실장)로부터 각각 추천을 받아 사외이사에 올랐다. 덕분에 KB금융 이사진은 나름의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내온 전력이 있을 만큼 독립성도 갖췄다는 평이다.

예를 들어 이병남 전 LG인화원 원장과 한국계 미국인 김유니스경희 이화여대 로스쿨 교수의 경우 이들은 지난해 이사회에 올라온 안건에 가장 많은 ‘반대표’를 던졌다. 이 이사는 임영록 전 KB금융 회장의 성과급 지급, 현직 회장의 성과 연임 우선권, 사외이사 임기 변경 등 지배구조 관련 안건에 계속 반대표를 던졌다. 김 이사는 사외이사 임기 안건에 반대표를 던진 바 있다.

오히려 윤 회장은 연임 이후의 행보를 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 KB금융 관계자는 “(연임이 된다면)연말 쯤 회장과 은행장 분리가 가시화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첫 번째 임기 때 지주 사장 임명을 통해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사례가 있으니 비슷한 전략을 다시금 시도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이렇게 진행된다면 윤 회장은 겸직 논란 완전 탈피와 계열사 시너지 효과 확대라는 일거양득을 얻을 수 있다.

한편 KB금융지주는 회장 최종 후보자군(Short List)을 선정하기 위해 충분한 시간과 논의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오는 14일에 추가적으로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신윤철 기자 raindrea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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