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TIMES 대한민국 최고 금융 경제지
ad

철수설·노조 쟁의, 한국GM 길 잃다

유명환 기자

ymh7536@

기사입력 : 2017-08-21 01:29 최종수정 : 2017-08-21 01:57

국내외 판매 부진 3년 연속 적자
노조 파업 움직임 철수설 부채질

  • kakao share
  • facebook share
  • telegram share
  • twitter share
  • clipboard copy
▲ 한국GM.

▲ 한국GM.

[한국금융신문 유명환 기자] 국민차로 불리던 ‘티코’를 처음 선보인 1991년 당시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킨 대우자동차가 제너럴모터스(GM)에 15년 전 인수돼 한국GM으로 변경됐다. 이후 각종 악재 속에서도 생존을 위한 갖가지 방법으로 버텼지만 노조의 일방적인 임금인상과 잦은 파업, 통상임금 소송 등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 산업은행이 한국GM이 철수할 경우 막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발표하면서 ‘철수설’에 힘을 실은 꼴이 됐다.

21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한국GM은 2014년 3534억원, 2015년 9868억원, 지난해 631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올해도 1분기에 2589억원의 적자를 낸 데다 상반기 가장 큰 기대를 걸었던 준중형 세단 크루즈 판매도 부진하다. 한국GM은 최근 3년간 자본 잠식 상태에 빠졌다. 여기에 최근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이 미국 GM 본사가 철수를 결정하더라도 사실상 막을 방법이 없다고 밝힌 것이 부채질로 작용했다. 업계는 GM 본사가 수익이 나지 않은 해외시장에서 단계적으로 철수하고 있는 것 또한 ‘한국 철수설’을 뒷받침한다고 보고 있다.

◇ 잇따른 해외 시장 철수

GM은 지난 2013년 말 이후 호주·인도네시아·러시아에서 잇달아 공장 문을 닫았고, 지난 3월에는 유럽 오펠 브랜드를 프랑스 자동차그룹 PSA에 넘기겠다고 밝혔다. 5월에는 인도 내수시장 철수 결정을 내렸다. 이어 남아프리카 공화국 시장에서의 철수를 공식화했다.

지난해 GM이 인도에서 판매한 자동차는 2만5823대로 전년에 비해 판매량이 20% 이상 급감했다. 시장 점유율은 1%에도 못 미친다. GM은 주력 시장인 미국과 중국에 집중하고자 인도,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 저수익 사업장 정리에 나선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기준 제너럴모터스의 글로벌 판매량은 1000만대가량으로 이중 70% 정도를 미국과 중국에서 판매했다. 메리 바라 GM 회장은 “인도 시장 철수를 결정하면서 한국에서의 비즈니스 전략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한국GM에 경영 상태가 그리 녹록지 않다.

일단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1조3000억원의 누적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한국GM의 경우 유럽 판로가 막힌 뒤 실적부침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GM이 오펠 매각 이후 유럽 판매법인 정리에 집중하면서 수출물량이 급감했다. 그동안 본사인 GM이 소형차 생산기지로 유럽 판매를 맡아왔던 한국GM 수출량은 2013년 62만여대에서 지난해에는 41만대로 축소됐다.

유럽 수출을 위한 생산기지 역할을 하던 군산 공장의 위상 약화도 감안해야할 부분이다. 연산 26만대 규모의 군산 공장 생산량은 쉐보레 브랜드의 유럽 철수 여파로 2014년 14만∼15만대 수준까지 떨어진 후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한국GM은 유럽 판로를 북미로 돌리는 방식으로 생산·수출 감소에 대응할 계획이었지만 이 역시 실현이 어렵게 됐다. 인도에서 철수를 결정한 제너럴모터스가 현지 탈레가온 공장을 중남미 등의 수출기지로 계속 운영한다는 방침을 밝혀서다. 인건비 등 생산단가를 감안했을 때 군산 공장이 인도 탈레가온 공장과 비교해 해외 생산기지로서 가지는 매력은 떨어진다. 제너럴모터스가 집중하고 있는 중국에서의 생산·판매 물량은 현지 공장만으로도 소화가 가능해 군산 공장에 일감이 돌아오기도 힘들다. 지난해 기준 제너럴모터스의 중국 현지 생산능력은 405만대로 글로벌 완성차 업체 중 1위를 차지하고 있다. GM측은 “수년간 적자가 누적된 사업장에 대해 면밀히 살펴본 후 철수 결정을 내리겠다”고 밝혀 한국GM 역시 자유롭지 않다는 뜻으로 전해졌다. 실제 한국GM은 3년간 자본 잠식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에서 최근 제임스 김 한국GM 사장의 사표 제출에 대해 ‘예사롭지’ 않다고 보고 있다.

◇ 제임스 김 후임, 인도 철수 주도 카젬

제임스 김 한국GM 사장이 8월 31일자로 사임한다는 발표 이후 뒤숭숭했던 한국GM에 철수설 먹구름은 더 짙어졌다.

수년간 적자가 발생한데다 노조 파업이 끊이질 않으면서 본사에서 문책성 인사를 단행한 게 아니냐는 의문을 낳았다. 최근 국내에서 출시한 준중형 세단 크루즈가 부진했던 것도 작용했다는 분석이 설왕설래했다.

당연히 후임 인선은 큰 관심사였고 한국GM은 지난 17일 카허 카젬 인도GM사장을 신임 사장으로 선임했다고 전했다. 카젬 신임 사장은 9월부터 한국GM최고경영자(CEO)와 이사회 의장직을 겸한다.

GM측은 카젬 사장이 안팎의 악재와 침체된 분위기를 반전시켜 주길 기대한다고 밝혔지만 국내 자동차 업계 일각에선 시각이 다르다.

카젬 사장의 이력 때문이다. 그는 2016년 1월부터 GM인도 사장을 지내면서 ‘GM 쉐보레 인도 내수시장 철수’ 등에 관여했던 인물이다. GM은 지난해 6월 10억 달러(약 1조1250억 원) 규모의 인도 생산라인 추가 투자 계획을 보류했고, 올해 5월 끝내 취소했다. 올 3월에는 인도 생산 공장 2곳 중 1곳인 구자라트주 할롤 공장 매각 결정도 내렸다. 모두 카젬 사장 재임 중 일어난 일이다.

◇ 철수설 부채질 나선 산은

한국GM의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이 국내 철수 가능성을 공식화했다. GM본사가 철수를 결정하더라도 산업은행으로선 사실상 막을 방법이 없으며, 최근 GM본사 측에 경영진단 컨설팅과 감사 등을 요구했지만, 완강히 거부당해 더는 손을 쓸 수 없다는 결론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이 지상욱 바른정당 의원에게 제출한 ‘한국GM 사후관리 현황’ 보고서를 보면 산업은행은 GM의 한국 철수에 가능성 대한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한국GM 지분은 미국 GM이 76.96%, 산업은행이 17.02%, 상하이자동차가 6.02% 갖고 있다. 산업은행은 △대내외 경영여건 악화 △GM 지분 처분제한 해제 임박 △GM 해외철수 분위기 △대표이사 중도 사임 발표 등을 근거로 한국GM의 철수 가능성을 제기했다.

산은이 걱정하는 것은 GM지분 처분제한 해제 기한이 올해 10월이면 만료된다는 점이다. GM이 가진 한국GM 지분은 한국GM이 출범하던 2002년 10월 이후 15년간 처분이 제한돼 있고, 산은은 한국GM 총자산의 20%를 넘는 자산의 처분·양도와 관련된 거부권을 갖고 있다. 그런데 이 거부권이 올 10월이면 사라지는 것이다. GM 본사로선 올 10월 이후부터는 언제라도 갖고 있는 한국GM 지분을 팔고 떠나버릴 수 있는 셈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GM의 최근 수년간 해외 철수 흐름으로 볼 때 글로벌 사업 전략이 ‘선택과 집중’으로 선회한 게 확실하다”며 “대외적으로는 한국 철수 가능성을 부인하며 계속경영의지를 간접적으로 표출하고 있지만, 노사갈등이 GM의 사업재편 과정에서 부정적 영향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평가했다.

◇ 골칫거리로 전락한 노조

‘철수설’을 부채질하는 요인 중 또 하나는 노조의 잇따른 파업 움직임이다. 한국GM 노조 측은 “한국GM 판매부진과 경영진 부재, 지회장 선거, 산업은행 지분매각 등의 문제가 산적해 임단협 협상으로 인한 ‘전면파업’을 강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 관계자는 “노사 협상이 난항을 겪어 파업권을 확보했지만 현재 한국GM에는 임단협 협상에 나설 대표 경영진이 사실상 없는 상태”라며 “10월 산업은행의 지분매각 이슈가 더 중요한 과제라 ‘전면파업’이 사실상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GM 노조는 기본급 15만4883만원 인상, 성과급 500% 지급, 야간근무 1시간 단축 등을 요구하며 사측과 대립하고 있다. 여기에 노조는 장기적인 미래발전방안을 사측에 내놓으라고 요구한 상태다. 지난달 7일에는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68%의 찬성률로 파업을 결의하기도 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GM은 그동안 줄곧 한국의 강성노조에 대해 생산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며 불만을 제기해 왔다”며 “올해 임단협 과정에서 또 진통을 겪을 경우 GM의 한국시장 철수 가능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명환 기자 ymh7536@fntimes.com

가장 핫한 경제 소식! 한국금융신문의 ‘추천뉴스’를 받아보세요~

데일리 금융경제뉴스 FNTIMES - 저작권법에 의거 상업적 목적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 금지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 FNTIMES.com

오늘의 뉴스

ad
ad
ad
ad

한국금융 포럼 사이버관

더보기

FT카드뉴스

더보기
[카드뉴스] 국립생태원과 함께 환경보호 활동 강화하는 KT&G
[카드뉴스] 신생아 특례 대출 조건, 한도, 금리, 신청방법 등 총정리...연 1%대, 최대 5억
[카드뉴스] 어닝시즌은 ‘실적발표기간’으로
[카드뉴스] 팝업 스토어? '반짝매장'으로
[카드뉴스] 버티포트? '수직 이착륙장', UAM '도심항공교통'으로 [1]

FT도서

더보기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