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배출가스 규제, 국산 디젤차 숨통 끊을라

유명환 기자 ymh7536@fntimes.com

입력 : 2017-08-14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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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세계 최고 까다로운 기준 채택
8월 생산차 9월부터 ‘리콜’ 들어갈 판

▲ 폴크스바겐 디젤차량의 배출가스 조작사건의 여파가 전체 디젤 차량에 대한 불신으로 퍼지고 있다.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에서 디젤차에 대한 전면 재조사를 벌이고 있다. 사진 제공 = 환경부

[한국금융신문 유명환 기자] 정부가 지난해 논란을 빚었던 디젤차 배출가스에 대해 강력한 규제를 적용키로 했다. 이로 인해 국내 완성차 생산 업체들이 ‘부랴부랴’ 대응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일각에선 상반기 매출 급감·노조 파업·한국지엠 철수 등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에서 강화된 배출가스 규제까지 맞물리면서 ‘8월 위기설’을 확산시키고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4일 환경부와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9월부터 환경부는 기존 유럽연비측정방식(NEDC)으로 해오던 디젤차 배출가스 실험실 측정 방식을 국제표준배출가스시험방식(WLTP)을 국내에 도입한다.

아울러 배출허용기준(RDE) 허용 범위를 확대한 대기환경보전법 역시 9월부터 시행된다.

완성차 업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상반기 중국 시장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E·사드)과 글로벌 자동차 판매 부진으로 위축됐던 국내 자동차 업체들이 수익성 악화에 발만 동동거리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이달 17일 3조원대 규모 기아자동차 통상임금 판결과 국제 기준보다 강화된 디젤 배출가스 기준 적용 등 각종 악재가 한꺼번에 터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완성차 업계인 고위 관계자는 “국내와 해외 등에서 판매 부진으로 경영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국제 기준보다 높게 적용된 배출가스 기준으로 일부 생산라인을 손봐야 한다”며 “그로 인해 막대한 자금이 투입해야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8월 생산되는 차량 대부분 판매가 안 될 경우 바뀐 규제에 맞추기 위해 대규모 리콜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주력 차종이 대부분 디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쌍용자동차는 최장 9개월간 국내 판매를 못 해 1조5000억원 규모의 매출손실을 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환경부는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1월 환경부는 지난해 폭스바겐 디젤차 조작 사건 이후 실내 인증시험 제도를 보완하기 위해 국내 처음으로 실제 도로 배출가스 관리제도를 조속히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결정에 따라 국내에서 생산된 모든 디젤차는 실제 도로 주행 시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기존의 인증 기준보다 2배 이상 줄인 0.168g/㎞ 이내로 맞춰야 한다.

이 제도는 실내 실험실에서 배출가스를 측정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차량에 이동식배출가스측정장치(PEMS)를 달고 실외 도로를 달리면서 오염물질을 측정, 적합 여부를 판정한다. 급가속, 언덕 주행, 에어컨 가동 등 다양한 운행 조건에서 배출가스를 측정한다.

현재 국산 디젤차는 대부분 희박질소촉매장치(LNT) 방식을 적용, 새롭게 도입될 유로6C를 충족시키기 어려운 실정이다.

현재 시판되고 있는 디젤차 가운데 환경부가 시행할 실제 도로 배출가스 시험을 그대로 통과할 차량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WLTP를 적용하면 테스트 주행시간은 현행 1180초에서 1800초로, 주행거리는 11㎞에서 23.26㎞로 늘어난다. 평균 속도는 33.6㎞/h에서 46.5㎞/h로, 최고속도는 120㎞/h에서 131.3㎞/h로 높아진다.

주행거리가 늘어나고 속도가 빨라지면 엔진 온도가 올라가 배출가스가 더 많이 나온다. 그러나 배출가스 허용 기준은 현행과 같다. 질소산화물(NOx) 배출량을 기존처럼 ㎞당 0.08g에 맞춰야 한다.

환경부는 9월 이후 인증받는 신차부터 WLTP를 적용한다. 또 내년 9월부터는 현재 인증을 받고 판매 중인 차량도 새 기준에 따라 다시 인증을 받아야 하며, 인증을 받지 못하면 판매가 정지된다.

RDE는 디젤차에 측정 장치를 장착해 실제 도로를 달리면서 급가속·제동, 언덕 주행, 에어컨 가동, 고온·저온 등 다양한 주행 조건에서 발생하는 배출가스를 측정해 인증하는 제도다. 1단계인 9월부터는 NOx를 실험실 기준의 2.1배인 0.168g/㎞ 이내로 배출해야 한다. 2020년 1월부터는 2단계로 실험실의 1.5배인 0.12g/㎞로 강화된다.

하지만 지난해 환경부가 출시 시기,판매량 등을 고려해 선정한 경유차 20종 조사에서 1단계 RDE를 만족한 차량은 BMW 520d(0.07g/㎞)와 랜드로버 이보크(0.13g/㎞) 단 두 종뿐이었다. NOx 배출이 평균 0.48g/㎞로 실험실 기준의 6배, 1단계 RDE의 3배에 달했다. 국산차 가운데 RDE를 맞춘 차량은 하나도 없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새 엔진을 개발하려면 자동차 업체는 5~6년 동안 수백~수천억을 쏟아붓는다”며 “갑작스러운 전면 금지는 기업 입장에서도 투자금을 날리는 부담을 줄 수 있다”고 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노후 경유차의 조기 폐차 촉진 등의 정책은 중요하지만, 2030년까지 개인용 경유 승용차를 퇴출한다는 전략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자동차는 철저히 경제적인 산물이고 개인의 욕구에 따라 시장 논리로 구입되는 만큼 인센티브와 점진적 도입 등을 고려한 세밀한 정책 도입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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