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보험감독관리위원회는 최근 안방보험그룹에 해외 보유 자산을 팔고 그 수익금을 중국으로 가져올 것을 명령했다.
안방보험의 우샤오후이 전 회장은 덩샤오핑(鄧小平)의 외손녀 사위다. 우 전 회장은 막강한 정치적 배경을 발판삼아 해외 곳곳에서 공격적 M&A를 감행하며 안방보험을 불과 10년만에 자산 규모 1조위안(한화~원)대의 거대 금융회사로 키워냈다. 우 전 회장은 한국 시장에서 동양생명과 한국알리안츠생명을 인수했으며 동양생명을 통해 우리은행 지분 4%를 사들이기도 했다.
중국 보감회의 이같은 조치는 우 전 회장이 지난 6월부터 부패혐의로 금융당국 조사를 받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당시 우 전 회장은 안방보험을 둘러싼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미공개된 자금 출처에 대한 의혹 등으로 긴급 체포됐다.
당시 우 회장의 사임과 금융 당국의 단속 강화로 안방보험의 상황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업계는 예측을 내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적극적인 해외 M&A 제동 △중국의 금융시스템 위기 등을 꼽았다. 이미 안방보험은 지난해 10월 미국의 사모펀드인 블랙스톤과 체결한 캘리포니아 남부 호텔 매입 계약을 철회했다. 지난 4월 미국 보험사 '피델리티 앤드 개런티 라이프' 인수도 무산됐다.
최근 안방보험그룹이 중국 당국으로부터 해외보유자산을 매각하라는 명령을 받았다는 소식이 해외 외신에 잇따라 보도됐다. 보감회는 3일 2017년 상반기 보험업 시장 운영 상황 발표회에서 "안방보험그룹의 해외자산 매각 관련 보도에 대해 보감회는 지시한 적 없고 계획이나 일정도 없다"고 밝혔지만 흉흉한 소문이 계속되는 분위기다.
업계는 안방보험이 당장 해외자산 매각에 나서지 않더라도 더이상의 유상증자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은 IFRS17 도입에도 불구하고 저축성보험 영업을 확대하며 한국시장에서 몸집을 불려왔다. 특히 ABL생명은 최근 남부사업본부와 중앙사업본부를 신설하면서 공격적 마케팅에 시동을 거는 중이다. 안방보험은 이들 보험사에 올해만 2조억원에 가까운 자금을 지원했다. 업계는 이들 보험사가 IFRS17 대비와 지급여력비율(RBC) 수성을 위해 동양생명 약 1조원, ABL생명 5000억원 가량의 자금이 추가로 더 필요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안방보험으로부터 지원이 없다면 이들 보험사가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많지 않아 보인다. 영구채나 후순위채 발행을 검토할 수 있겠지만 이미 한화생명이 50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완판하는 등 많은 보험사들이 자본확충 목적으로 채권을 쏟아내 수요가 충분치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추가적 자본확충이 없더라도 IFRS17 적용 준비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로선 별다른 자본확충 계획은 없다"고 덧붙였다.
김민경 기자 aromom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