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기자수첩

은행, 일자리 정책이 불편한 이유

신윤철 기자 raindream@fntimes.com

입력 : 2017-07-17 00:08 ㅣ수정 : 2017-07-17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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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신윤철 기자] 상반기 6대 은행 전체 채용인원은 100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하반기는 다를 전망이다.

우리은행만 하더라도 노사 간 합의를 통해 청년 일자리를 2배로 늘려 하반기에만 600명을 채용하겠다고 합의했다.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 기조에 발맞춘 행보다. 다른 은행들 역시 채용 인원 확대를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은행원이란 직업은 고연봉에 좋은 복지 혜택으로 청년층의 관심을 받는 일자리다. 높은 청년 실업률에 은행권이 나서서 채용확대 움직임을 보여준다는 점 자체는 환영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은행업 자체가 사람을 점점 쓰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 기조에 맞춘 일자리 정책이 옳은가에 대한 문제는 별개다. 은행권 평균 비대면 거래 비율은 90%에 달하고 전체 영업점과 직원 수도 줄어드는 게 현재 상황이다.

한국씨티은행은 영업점 전략의 변화가 필요하다며 전체 지점의 10분 1만 남기겠다고 나섰다. 은행들은 4차 산업혁명 시기에 예전과 같은 지점 운영비와 인건비를 쓸 수 없다는 공통인식을 갖고 있다. 문재인 정부 기조에 맞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대한 고민도 여기서 시작된다. 취지는 매우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정부 지시에 따라 국책과 민간 기업이 가리지 않고 도입부터 한다면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 더욱이 금융권은 다른 업권에 비해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장단점이 잘 나눠진 편에 속한다. 갑작스런 시행 탓에 곳곳에서 균열이 보인다.

일부 비정규직은 정규직 전환을 원치 않는다. 실적압박이 강해지고 업무량 증가는 물론 정규직 1년차 전환 시 오히려 급여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정규직은 취급하는 업무 분야가 훨씬 많은데 같은 창구에 앉아 있다고 동일한 대우를 받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또 회사 별 채용계획이 다른데 일괄적인 정규직 전환을 진행하면서 신입행원까지 늘리는 것은 해당 회사의 인사 관리에 부담을 가중시킨다. 은행 관계자는 전체 인건비 규모가 크게 늘어나지 않는데 정규직 전환과 신입행원 늘리기를 동시에 시행하는 것은 결국 정부 입맛에 맞추는 행동일 뿐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바로 반 년 전만 해도 정부 입맛에 맞는 움직임을 보였다가 결과적으로 해프닝으로 끝난 일이 있다. 성과연봉제를 둘러싼 잡음이었다.

박근혜 정부는 금융계 전반의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나름의 당위성을 갖고 제도 변경을 강행했다. 서로 다른 은행들이 약속한 듯 성과연봉제 도입에 일제히 찬성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금융당국 압박에 대한 의혹도 제기했다.

이에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은행권에 성과연봉제 도입을 강제한 적이 없다”고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밝히기까지 했다.

이전 정부의 무리한 제도 추진은 많은 상처만을 남겼다. 구성원 간의 갈등을 불렀으며 국내 은행들은 국책과 민간을 가리지 않고 정부 지시에 거부하지 못하는 약한 모습을 또다시 보여줬다. 물론 이전 정부와 문재인 정부를 둘러싼 상황은 다르다. 성과연봉제는 무리한 법적용이라는 이론적인 비판부터 구성원 배려라는 기초적인 것조차 지키지 않았다. 그에 반해 정규직 전환과 청년 일자리 늘리기는 국민적 공감대를 얻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입맛대로 영향 받는 현 상태에 문제의식을 갖는 일도 중요하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환경이 흔들린다면 제도 취지가 아무리 좋아도 오래갈 수 없다.

이번 일자리 정책에 바라는 점은 감독이 선수 노릇을 하면 안 된다는 원칙을 지켜주는 것이다. 정부는 규칙을 만들고 정확히 지켜지는 지 감독만 하면 된다. 원칙을 지켜야 과오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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