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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은행 채용 숨통 트일까

신윤철 기자

raindream@

기사입력 : 2017-06-26 01:50

정부 일자리 정책에 맞춰 고용확대 움직임
정규직 전환도…비용증가 따른 경영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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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은행 채용 숨통 트일까
[한국금융신문 신윤철 기자] 상반기 일반 공채를 진행하지 않았던 은행들이 하반기에는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확대를 공약으로 내걸고 사회 전반에 이러한 기조를 확산시키고 있다. 이에 금융권도 동참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 채용 제로, 인원 마이너스

은행들이 상반기 일반 공채를 진행하지 않았던 것은 정치권이 급변하면서 금융권 컨트롤 타워가 부재했고 바뀐 금융환경이 더 이상 많은 은행원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국민·신한·우리·KEB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은 일반 공채를 진행하지 않았다. 여기서 일반 공채는 직무에 상관없이 주로 대졸자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공채를 말한다. 시중은행이 상반기 신입 사원을 한 명도 채용하지 않은 것은 글로벌 금융 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처음이다.

여기에 기존 직원들도 은행을 떠나는 판이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KB국민·신한·KEB하나·우리·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올해 3월 말 기준 임직원 수는 7만 3302명이다. 이는 2015년 3월 말(7만 8430명)과 비교하면 5128명이나 줄어든 인원이다. 같은 기간 임원은 197명에서 205명으로 8명 늘었다. 은행별로는 국민은행이 2만 71명에서 1만 7085명으로 2986명 감소 폭이 가장 컸고 KEB하나은행도 1400명이나 줄어들었다. 이어 농협은행(376명), 우리은행(204명), 신한은행(162명) 순이었다. 전체 시중은행 중 지난 1년간 임직원이 늘어난 곳은 SC제일은행(15명), DGB대구은행(29명), 전북은행(13명) 정도로 100명이 채 안 된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공약을 내걸고 의욕적으로 나서자 분위기는 점차 변하고 있다. 새 정부의 주요 정책이다 보니 은행 입장에서도 보조를 맞추는 것이다. 윤종규닫기윤종규기사 모아보기 KB금융 회장 겸 KB국민은행장도 “하반기 고용 확대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 바뀐 환경, 달라진 공채 시스템

다만 하반기에 일반 공채는 진행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전통적인 공채 시스템은 변할 전망이다. 은행들은 수시 채용 방식을 고민하는 동시에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새로운 유형의 인재를 찾아 나서고 있다.

올해 상반기 은행들은 일반 대졸 공채는 진행하지 않았지만 새로운 유형의 공채 방식을 선보였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이 대표적인데 기존과는 다른 방식을 보였다. 신한은행은 인천국제공항과 강원·충북·전북·광주·전남·울산 등 지방 영업점에서 입출금창구업무를 할 리테일서비스직을 채용했고, 우리은행도 영업점 예금팀 업무를 전담하는 개인금융서비스 직군을 따로 뽑았다. 영업 업무에 특화된 직군만을 따로 뽑은 것이다. 규모도 150여명 수준이었다.

신한은행 위성호닫기위성호기사 모아보기 행장은 취임 때 기자간담회에서 공채 방식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시각을 보인 바 있다. 위 행장은 “과거에 만들어진 직원 공개채용 방식을 지금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며 “영업 환경이 바뀐 지금의 상황에서도 과거 방식대로 인재를 채용하는 것이 적절한 방법이냐’는 생각”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위 은행장은 “관행에서 벗어나 과거 방식을 덮고 ‘제로(0) 베이스’에서 스스로 변화시키라”고 직원들에게 주문했는데 이런 생각이 채용방식의 변화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은 최근 진행 중인 신입행원 공채에서 외국인 부문을 새로 만들고 외국인 영업인력을 정규직으로 채용키로 했다. 파격적인 행보로 여겨지는데 보수적인 은행권 문화를 깨는 형식이기 때문이다. 중국과 미얀마, 베트남 등 국내에 거주 중인 외국인 대학생 다수가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들은 외국인 특화 점포 위주로 배치될 예정이다.

NH농협은행도 상반기 6급 신규직원 채용 시 지역 인재를 채용한 바 있다. 200명의 채용 대상 중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 지역 60명을 제외한 나머지 인원은 지역별로 해당 지역 출신 또는 해당 지역의 학교를 나온 인원으로 지원 자격을 제한했다.

◇ 이공계 인재 선호가 새 트렌드

4차 산업 혁명기 ‘디지털 인재’를 요구하는 것도 새로운 변화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12월 일반직 신입행원 150명을 최종 선발했는데 이중 이공계나 IT관련 전공자 비중이 전체의 30.7%에 달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핀테크 경쟁력을 더욱 높이기 위해 당초 예정보다 획기적으로 인원을 늘려 금융권 최대 규모 수준”이라며 “앞으로도 이공계나 IT 전공자 채용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NH농협은행도 지난해 정규직 공채에서 선발한 신입사원(140명) 중 일반직군인데 공과대 출신인 비중이 전체의 14% 가량 됐다. 지난해 말 통합 은행 공채 2기(150명)를 뽑은 KEB하나은행도 이공계·자연과학 등 분야 합격자가 10% 수준을 차지했다. 은행들이 내부에 이공계 인재들이 활약할 수 있는 부서를 만드는 것도 관련 전공자들에게는 공채 지원 시 긍정적인 신호다.

지방은행 중 DGB대구은행은 지난 4월 IT본부 산하에 ‘디지털 IT 연구개발(R&D) 센터’를 신설하고 자체적인 전문인력 양성을 지원키로 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요소인 빅데이터·인공지능(AI)·블록체인 3개팀으로 구성되며 IT본부에서 근무하는 직원 공모를 통해 전문인력이 대거 투입됐다.

중앙은행인 한국은행도 전자금융 관련 인재 확보에서 예외는 아니다. 최근 공고를 낸 경력직원 채용에서 10명 중 IT에 3명, 전자금융(지급결제)에 2명이 요청됐다. 전자금융 부문의 경우 ‘바이오 정보 분산관리 표준’ 제정 등 금융정보화 기획과 금융보안의 표준화 등이 업무범위에 포함된다.

◇ 현장 면접 우수하면 지원 시 우대

KB국민은행은 하반기 대졸 공채 일정이 가장 구체적으로 나온 회사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매년 300명 규모로 공채 인원을 뽑았는데 올해도 최소한 이 정도 인원을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도 지역 인재 배려와 전체 공채 인원 확대 등의 발언으로 하반기 공채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를 줬다.

KB국민은행은 또 취업준비생의 채용 기회 확대를 위해 하반기 채용 전에 지방자치단체 및 국방부와 함께 찾아가는 현장면접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대전광역시를 시작으로 오는 27일 전라남도, 29일 부산광역시, 내달 6일 충청북도에서 지방자치단체 현장면접을 진행한다.

학력, 연령 등 지원자격 제한 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지방자치단체 현장면접은 해당 지역 거주자로서 향후 해당 지역 근무희망자에 한해 지원이 가능하다. 또한 지난 8일과 9일에는 국방부 전역예정장병들을 대상으로 현장면접을 실시했다. 이 현장 면접 우수자는 국민은행 공채 때 우대 사항을 받을 수 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취업 준비생들에게 사전적 채용기회 제공을 통한 현장 맞춤형 인재를 발굴하기 위해 찾아가는 현장면접을 진행하고 있다”며 “현장면접 우수 면접자에게는 2017년 신입행원(L1) 공개 채용 지원 시 서류전형을 면제해주는 혜택이 주어진다”고 밝혔다.

◇ 공채 변수 희망퇴직·비정규직 정규직화

그러나 하반기 공채 규모가 정부 일자리 정책과 맞물려 극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아직까지 낮은 편이다. 은행들이 일자리 정책 중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부터 시도하고 있는데 전체 인건비 규모가 한정된 상황에서 정규직 전환 증가는 신입 공채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 5월 IBK기업은행(은행장 김도진닫기김도진기사 모아보기)과 한국씨티은행(은행장 박진회닫기박진회기사 모아보기)은 무기계약직과 비정규직 직원을 정규직 전환하는 작업을 착수했다. 기업은행은 무기계약직(준정규직)으로 근무하는 창구 담당 직원 3000명 정규직 전환을 추진 중이다. 기업은행이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노사 간 협의를 통해 정규직 전환 논의를 진행 중이었다. 김도진 기업은행장도 취임 때부터 정규직전환에 대해 의지를 보였다.

씨티은행은 박진회 행장이 직접 나섰다. 박 행장은 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일반사무 전담직원과 창구직원 약 300여명에 대해 정규직으로 일괄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은행권의 이번 움직임은 문재인 대통령이 인천공항을 방문해 비정규직 1만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말한 것에서 시작됐다. 문 대통령은 “공공부문부터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은행권은 정규직 전환을 빠르게 진행해서 다른 업계에 비해 부담이 적다. 비정규직 비중 자체가 낮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신한·국민·우리·하나 등 4대 대형은행의 비정규직(기간제) 비중은 5% 안팎이다. 신한은행은 직원 1만 4555명 중 비정규직은 736명이고, KB국민은행은 2만622명 가운데 794명이 기간제다. 하나은행은 1만4059명 중 442명, 우리은행은 1만5534명 가운데 576명이 비정규직이다. 이는 시중은행들이 이전부터 정규직 전환을 꾸준히 시도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2007년 우리은행이 은행권 최초로 노사 합의를 통해 3100명을 한꺼번에 정규직으로 전환한 적이 있다. 이후 나머지 주요 은행도 계약직 창구직원(텔러)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외국계인 씨티은행도 매년 정규직 행원 채용인원의 20%에 해당하는 인원을 정규직 전환해왔다.

이번 정규직 전환이 고용 안정을 가져온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평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인건비 비중을 마냥 높일 수 없는 은행 입장에서 기존 직원들의 임금 조정 방법은 어려운 길이고 결과적으로 신입 공채 규모 조정을 통해 부담을 낮추는 방안을 생각할 여지가 크다. 주요 은행권 전체 신규 채용 규모는 매년 1000~1500여명 내외에서 진행된다.

시중은행 인사 관계자는 “비정규직 제로는 좋은 취지이나 급격하게 추진될 경우 임금 체계 등에서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커진다. 여기에 전체 인건비가 늘어날 수 있는 한계가 있는데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것은 신규 고용창출”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우리은행의 경우에는 희망퇴직 인원에 비례해 신입 행원 채용 규모를 확대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은행들은 매년 수천 명의 인원을 희망퇴직으로 받고 있다. 연봉이 높은 직원들이 희망퇴직으로 줄어들면 그만큼 신규 고용 여지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신윤철 기자 raindrea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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