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기자수첩

실익없는 수수료 덤핑 이제 그만

구혜린 기자 hrgu@fntimes.com

입력 : 2017-05-08 01:15 ㅣ수정 : 2017-05-08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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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구혜린 기자] 최근 들어 증권주가 강세다. 재료는 코스피 2200선 돌파 그 자체다. 전문가들은 주시시장 활황이 이어지면 증권사들의 수수료 수익이 불어날 것이란 기대감이 증권주에 호재로 작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비대면 계좌 신규 개설 시 n년 간 수수료 무료’라는 증권사의 홍보 문구를 심심찮게 볼 수 있는 요즘, 거래 활성화로 인한 수익 증대를 기대하는 것은 어딘가 이상하다.

현재 주식거래 무료 수수료 행사를 진행 중인 곳은 총 7곳. 미래에셋대우, KB증권, 삼성증권, 케이프투자증권, KTB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IBK투자증권이 있다.

특히 미래에셋대우는 올 초 KDB대우증권과 미래에셋증권 합병 기념으로 1, 2월 두 달간 한시적으로 무료 이벤트를 진행했으나 이를 재연장했다. 신규 및 휴면고객이 온라인 계좌 개설 시 무려 2025년까지 주식거래 무료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미래에셋대우의 파격적인 수수료 할인 제안에 일부 중소형사(케이프투자증권, KTB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IBK투자증권)도 가담하긴 했지만, 대다수 중소형사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불필요한 경쟁을 촉발해 시장 질서를 흐트러뜨린다는 지적이다.

신성호 IBK투자증권 사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대형사는 대형사대로, 중소형사는 중소형사대로 각자 여건에 맞는 성장 전략을 세우고 이에 집중하는 게 바람직하나, 대형사들이 중소형사와 동일한 시장에서 수수료 깎아주기 등의 출혈경쟁을 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수수료 무료화를 과감히 진행한 대형사의 논리를 들어보면 이해는 간다. 업계 관계자는 “(주식거래 수수료 무료화가) 주식거래를 하지 않던 신규고객을 유치해 전체 주식시장 파이를 키우는 게 목적이지 옆 증권사 고객을 뺏어오기 위한 전략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예컨대 키움증권은 수수료 무료화 전략을 쓰고 있지는 않지만 트레이딩 수입이 업계에서 상위권”이라며 “키움증권의 매매 시스템이 가장 편리하다고 느낀 고객들이 수수료가 무료인 증권사로 옮겨가지는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스템에 자신이 있다면 고객 뺏길 일은 없다는 논리다.

이들의 수익 모델의 방점은 사실 자산관리 사업에 있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온라인 주식거래 수수료를 무료화하는 이유는 주식 거래를 하는 고객들이 유입되면 자체 금융상품 가입 및 자산관리를 받도록 유도하려는 것”이라며 “수익모델을 브로커리지 중심에서 자산관리로 재편하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움직임은 해외 시장이 더 빨랐다. 1971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저가형 위탁증권사로 출발한 찰스스왑(Charles Schwab)의 경우가 그렇다. 찰스스왑은 여타 대형증권사와 달리 IB업무를 배제한 채 리테일 시장에 집중해 수수료 기반으로 사업을 키워온 증권사다. 97년까지는 순영업수익 기준 트레이딩 수수료 수익 비중이 약 50%대였으나 2002년 자산관리 모델로 본격적인 전환을 추진하면서 20%대까지 감소하더니, 급기야 지난해에는 10.8%까지 감소했다. 자산관리·운용수익 비중은 2010년부터 40%대로 꾸준하다.

그러나 국내 증권사들이 해외 증권사의 비즈니스 모델을 그대로 차용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찰스스왑의 경우 전문가의 개입(human touch)이 가미된 로보어드바이저 자산관리 서비스를 고객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등 자산관리 서비스로의 유인책을 꾸준히 개발하고 있다. 즉, 거래 수수료 할인뿐만 아니라 자산관리 서비스 고도화가 동시에 이뤄지지 않는다면 신규 유입된 고객이 다른 수입원으로 연결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자산관리나 여타 상품 판매로의 유도가 안 되면 브로커리지 손실을 상쇄할 수 없다. 이 경우 중소형사는 수수료 무료화로 인한 수익성 악화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 업계 유행처럼 번진 수수료 무료 정책이 제 살 깎아먹는 꼴로 전락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수익모델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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