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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용의 금융산책] 신용카드시장의 가격경직성, 시장후생의 저해요인

관리자 기자

입력 : 2017-04-24 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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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한국금융신문] 국내 신용카드업의 역사는 197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국외환은행이 해외여행자를 위해 발행한 신용카드가 카드업의 실질적 출발이 되었다. 국내 신용카드업은 비교적 짧은 역사에도 불구, IMF 외환위기 이후 내수시장 진작이라는 정부 정책에 힘입어 가계소비의 대표수단으로 성장해왔다.

그런데, 국내 신용카드업은 미국, 유럽과는 달리 카드회사가 카드 회원과 가맹점 회원을 동시 관리하는 양면시장(two-sided market)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즉, 카드회사가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해 카드 회원들은 연회비를, 가맹점 회원은 수수료를 카드회사에 지급하는 시장구조를 의미한다.

국내 신용카드시장의 경우 일정수준의 연회비 인하에 따른 카드 회원 가입의 증가폭이 동일 수준의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에 따른 가맹점 가입 증가폭보다 큰 편이다. 국내 소득세법에서 일정규모 이상 사업자가 가맹점에 필수 가입해야하는 가맹점 의무가입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국내 소득세법 162조의 2항은 소비자에게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는 사업자로서 납세관리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신용카드 가맹점 가입을 지도한다고 명기함으로써 사실상 사업주의 가맹점 의무가입을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가맹점 회원가입이 자발적 결정사항이 아닌 관계로, 카드회사의 가맹점 수수료율 인상에도 불구하고 큰 폭의 가맹점 회원감소는 유발되지 않는다. 당연히 카드회사들은 카드 회원의 연회비 인하를 통해 감소된 수익을 가맹점 수수료율 인상으로 충당하려는 유인을 갖게 된다. 통상적으로 시장의 가격결정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하지만, 국내 신용카드시장에는 이러한 경제원리가 작동되지 않는 가격경직성(price rigidity)이 존재한다.

가격경직성이란 가맹점 회원이 소비자가 제공하는 지불결제수단에 대한 선호를 드러내지 못함으로써, 자신의 이익확보를 위해 상품가격을 조정할 수 없는 시장메커니즘을 의미한다. 가격경직성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맹점 의무가입을 권고하는 현행 소득세법의 테두리를 인정한다면 가격차별금지조항이 주된 요인으로 판단된다. 가격차별금지조항이란 여신전문금융업법 19조 1항에 제시되어 있는데, 내용인 즉, 가맹점이 카드이외의 현금지불수단을 제공하는 소비자의 가격조정을 제한한다는 것이다.

내수 소비를 진작하고, 세원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소비자의 신용카드사용을 장려하기 위해 마련된 해당 규정은 사실상 현 시점에서는 유명무실해졌다. 스마트 폰 앱을 통해 신용카드로 결제되는 오프라인 무인매장인 아마존 고(Amazon Go)가 지난해 미국에서 개점하는 등 이제는 소비자의 현금결제 가능성이 크지 않은 디지털 결제시대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소비자가 결제 편의성을 선호하게 되면서 현금결제보다는 비현금성 결제가 늘어나는 등 동 규정의 효력이 발생할 가능성이 상당히 낮아졌다.

더욱이, 신용카드 시장의 가격경직성은 소비자와 영세가맹점들의 후생을 악화시키는 부정적 결과를 초래한다. 첫째, 현금결제 소비자는 제품구입과정에 있어 카드회사로부터 연회비 인하, 포인트 제공의 부가혜택을 받는 카드소지 소비자들과 동일한 가격을 지급하는 가격 차별성을 갖게 된다. 즉, 현금결제 소비자는 제도적으로 가격인하 혜택을 받지 못함으로써, 카드회원에 비해 가격차별을 받는다. 현금결제 소비자가 카드 회원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식이다.

둘째, 영세가맹점의 경우 가맹점 수수료율의 인상 가능성이 높아짐으로써, 수익성이 악화될 소지가 있다. 카드회원 증가에 따라 카드회사가 부담하는 회원 부가혜택 비용이 가맹점 수수료율에 전이될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특히, 카드회사의 적극적 마케팅에 힘입어 카드회원이 증가하고, 결제건수가 소액화 될수록 카드회원 유치비용(카드회원에 대해 제공하는 부가서비스 비용)과 카드전표 매입비용(VAN 수수료)은 자연스럽게 증가하게 된다. 증가된 카드회원 유치비용과 거래 비용은 가맹점 수수료율에 전가되어 결과적으로 가맹점 수수료율 인상 압력으로 작용한다.

이로써, 가격경직성이 존재하는 국내 신용카드시장 구조에서는 카드회원이 증가할수록 가맹점 수수료율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게 된다.

실제로 2016년 상반기 카드회사들의 회원모집비용은 카드업 규제가 본격화된 2011년 동기대비 약 19%나 상승한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현행 규정상 가맹점 스스로 차별적인 가격조정을 불가능 하도록 하게 함으로써, 늘어나는 가맹점 수수료는 고스란히 가맹점이 부담해야 할 몫으로 남게 되고, 이는 가맹점의 후생을 상당부분 훼손하게 된다.

미국의 경우 2011년 시행된 더빈 개정안(Durbin Amendment)을 통해 가맹점이 카드의 종류, 결제수단에 따라 소비자의 가격을 차별할 수 있도록 허용하였다.

특히, 해당 개정안은 가맹점의 영업권 강화차원에서 최소 또는 최대 카드결제 가능금액을 설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 등 신용카드시장의 비효율적 가격경직성 해소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유럽의 경우에도 지난 2015년 신용카드 수수료 관련 규정(Regulation of the European Parliament and of the council of 29 April 2015)을 통해 가맹점이 소비자의 지불수단에 대해 차별하는 것을 제한할 수 없도록 하였다.

결론적으로 가격경직성을 초래하는 가격차별금지조항의 개선이 시급하다. 여신전문금융업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동 조항은 모바일 결제 위주의 비현금성 결제가 일반화된 시대적 분위기와도 어울리지 않는다. 더욱이 해당 규정이 신용카드시장의 비효율적인 가격경직성을 유발하고 있다는 점에서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소비자의 지급수단 선택의 권리 및 가맹점의 영업자율권을 보호한다는 의미에서 일정부분 가격차별을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가맹점의 매출규모, 업종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가맹점 스스로가 가맹점 수수료율 범위 내에서 판매가격을 조정할 수 있도록 현행 법규의 개정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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