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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알리안츠생명, 대주주 ‘외형위주’ 닮아간다

김민경 기자

aromomo@

기사입력 : 2017-04-17 01:19

저축성보험 비중 늘려 시장확대 주력
보장성보험 위주 내실 경영에 멀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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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김민경 기자] 지난해까지 이어진 ‘저축성보험 르네상스’가 끝나고 대부분 생명보험사들이 보장성 보험으로 눈을 돌렸다. 장기화된 저금리 기조로 보험사의 역마진 우려가 커진 것과 더불어 2021년 도입되는 IFRS17(새 국제회계기준) 대비로 발걸음이 빨라졌기 때문. 보험사들은 고객이 맡긴 보험료를 투자했다가 만기 시 이자까지 붙여 돌려줘야 한다.

그러나 최근 몇 년 간 국내 채권수익률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자산운용수익률도 덩달아 바닥을 쳤다. 이에 고금리확정형 저축성보험상품을 팔아왔던 보험사들은 역마진 리스크에 노출되게 됐다.

2021년 도입을 앞둔 IFRS17도 보험사들에게는 부담이다. IFRS17이 시행되면 보험사의 부채(지급해야 할 보험금) 평가 방식이 현행 원가에서 시가로 변경되면서 미래 이익의 일종인 △계약서비스마진 △위험조정 △화폐의 시간가치를 고려한 할인율 △미래현금흐름 등 총 4종류로 세분화된다.

이에 따라 가입 당시 금리를 반영해 부채를 계산해야 하고 그만큼 보험금 부담이 늘어난다. 결국 회계상 자본이 줄고 보험사의 부채 규모가 크게 증가할 수밖에 없는 셈. 발등에 불이 떨어진 보험사들은 저축성보험 비중을 줄이고 보장성보험으로 체질 개선을 꾀하며 근본적 변화에 나섰다. 상장사들은 저마다 배당을 축소하고 유상증자, 신종자본증권 혹은 후순위채 발행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자본확충을 도모하고 있다.

◇ ‘공룡보험사’ 안방그룹, 저축성보험 역공세 펼쳐

그러나 한국 보험시장에 진출한 안방그룹은 반대로 저축성보험 상품에 힘을 실으며 역공세에 한창이다. 동양생명은 지난달 월납초회보험료 113억원을 기록하며 생명보험업계 5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114억원을 기록해 4위에 랭크된 NH농협생명과도 격차를 줄이며 맹추격 중이다.

지난해 안방그룹 품에 안긴 알리안츠생명도 올 초부터 고금리 저축성보험 판매에 가세했다. 알리안츠생명은 올해 1월 ‘올라잇 보너스 주는 저축보험’을 오프라인 전용 상품으로 출시했다가 가입자가 급격하게 몰리면서 하루 만에 판매를 중단하는 해프닝이 빚어지기도 했다. 알리안츠생명 관계자는 “GA 한 달 목표치를 하루 만에 채워 해당 채널 판매를 중단한 것”이라며 “온라인과 방카 채널 등 다른 경로로 판매중”이라고 전했다.

알리안츠생명은 지난달 월납초회보험료 74억원을 거둬 생명보험업계 8위에 올랐다. 이같은 영업 전략은 안방보험이 중국 시장에서 보인 행보와 비슷하다. 인수 초기 보험사의 몸집을 불리기 위해 수입보험료 금액이 큰 저축성보험 판매에 집중하는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초회보험료는 통상적으로 저축성보험 판매가 많을수록 큰 폭으로 증가한다”라며 “저축성보험의 일시납 비중이 높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달 높은 실적에 힘입어 동양생명은 이달 확정금리형 종신보험의 예정이율을 연 2.9%로 확정했다. 삼성·교보·한화생명이 예정이율로 내건 2.5%보다 높은 수치다. 예정이율은 고객들로부터 받은 보험료를 운용해 거둘 수 있는 수익률을 가정하는 것으로 낮을수록 보험료가 비싸진다. 동양생명은 여기에 2.9%의 확정금리를 더해주기로 했다. 시중 금리가 아무리 낮아져도 고객들이 불입한 보험 적립금에 연 2.9%를 복리로 붙여주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동양생명의 행보에 업계는 고금리 확정금리형 판매를 이어가면서 고금리상품을 통한 시장확대 전략을 취하겠다는 것으로 내다봤다.

알리안츠생명 역시 지난 2015년 9월 이후 판매를 중단했던 저축성보험 상품을 재출시하면서 몸집 키우기에 나섰다.

올해 초 출시한 알리안츠생명의 ‘올라잇 보너스주는 저축보험’은 공시이율이 연 2.6%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또한 최저보증이율도 2%로 올해 출시된 보험사들의 저축성 보험 상품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같은 동양생명·알리안츠생명의 행보에 “저축성 보험으로 수입보험료를 증가시켜 몸집을 키우고 자산운용으로 이득을 보겠다는 것”이라며 “전형적인 중국 안방보험의 경영 스타일”이라고 분석했다.

◇ ‘하이리스크’ 투자 불사해 재무건전성 도마 위

업계에서는 이미 포화상태에 다달은 한국 보험시장이 저금리·저성장 위기를 맞은 가운데 이같은 안방보험의 행보가 우려스럽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재무건전성과 저금리로 인해 낮아진 자산운용 수익률이 그 이유다.

알리안츠생명의 지난해 운용자산이익률은 3.98%로 전년 4.58%보다 감소했다. 동양생명 역시 지난해 2.53%로 전년 4.33%보다 줄었다. 특히 동양생명은 안방보험 인수 이후 저축성보험 판매로 자산을 늘려오다가 지난해 말 육류담보대출 사기사건에 휘말려 2662억원의 손실을 보기도 했다. 업계는 이에 대해 동양생명이 그동안 판매해온 저축성보험들로 인한 역마진 우려로 고수익·고위험 투자를 감행하면서 보험사로선 이례적인 ‘악재’를 맞은 것으로 내다봤다.

자산운용수익률이 4%를 채 넘지 않는 상황에서 동양생명과 알리안츠생명이 이같은 공격적인 행보를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는지는 미지수다. 고객이 납입한 보험료에 만기 시 높은 이자까지 붙여 돌려줘야 하지만 세계적인 저금리 추세 장기화로 원하는 수익률을 거둘 수 있는 적당한 투자처를 찾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동양생명은 이를 만회하기 위해 기타담보대출 상품을 확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타담보대출에는 지난해 문제가 된 육류담보대출을 비롯해 수산물담보대출 등이 포함돼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동양생명의 기타담보대출건은 2조402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생보업계 기타대출 총액(10조원) 중 무려 20.40%를 차지하는 수치로 삼성·한화·교보 등 빅3 생보사의 총합(1억3761억원)보다 많은 금액이다. 연체율 역시 지난해 말 기준 17.45%로 국내 생보사 평균 1.09%를 훌쩍 웃돌고 있다.

기타담보대출 항목으로는 보험약관, 부동산, 신용, 육류담보대출, 수산물담보대출, 동산담보대출, 사회간접자본(SOC),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이 해당된다. 보험사가 주로 투자하는 안전자산인 국공채 수익률이 3%에 채 못 미친다는 점에서 기타담보대출은 매력적인 대체투자처일 수 있다. 다만 금리가 높은 만큼 리스크도 클 수밖에 없다.

그러나 동양생명은 이에 대해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밝혔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기타담보대출의 2억이라는 금액은 지난해 불거진 육류담보대출건을 합한 금액으로 다소 부풀려져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일각에서 우려하는 동산담보대출의 경우 현재 목재나 수산물 등이 있는데 이는 전체의 5% 정도로 낮은 비율을 차지한다”며 “그밖에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나 사회간접자본(SOC) 등인데 해외채권 쪽을 매칭시키면서 리스크 헷징에 주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리스크관리의 일환으로 최근 동양생명은 ‘CSS보험계약자신용대출’ 상품의 신규모집을 잠정 중단하기도 했다. 연체율이 높아짐에 따라 내부적으로 자산운용정책을 변경한 것이 이유다.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서는 대체투자처가 여의치 않음에 따라 동양생명의 이같은 행보가 오래 가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업계 관계자는 “동양생명과 알리안츠생명이 판매하고 있는 고금리상품은 단기적인 성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며 “IFRS17이 도입되면 이같은 외형확대 전략은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 ‘차이나머니’ 등에 업고 여유만만

한편 동양생명과 알리안츠생명의 ‘역공세’ 뒤에는 중국 안방그룹의 자본력이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불식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안방보험은 최근 동양생명에 5283억원을, 알리안츠생명에는 2180억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불과 몇 개월 만에 한국 내 두 회사에 1조원에 육박하는 자금을 투입한 것.

동양생명은 안방보험의 이같은 ‘수혈’ 덕분에 지난해 말 182.0%에 머물던 지급여력(RBC)비율을 234.5%로 52.5%p가량 끌어올리는 등 자본건정성을 크게 높일 수 있게 됐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발생한 육류담보대출 피해에 따른 일회성 요인 반영으로 창사 이래 최대 흑자 달성을 한 해 미루게 됐지만 보장성 월납초회보험료가 크게 증가하는 등 영업기반은 더욱 단단해졌다”며 “유상증자에 따른 견실한 재무구조를 기반으로 새로운 도약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알리안츠생명 역시 지난달 이사회에서 주주배정방식으로 218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알리안츠생명은 자본과 재무건전성을 한층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알리안츠생명은 지난해 연결기준 253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내 전년대비 손실이 170억원 늘어났다. 관계자는 이에 대해 초회보험료는 감소하고 보험부채적정성 평가에 따른 책임준비금이 증가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인 것으로 내다봤다. 재무건전성 평가 지표인 RBC비율 역시 지난해 9월 기준 196.04%로 생명보험업계 평균인 297.1%을 훌쩍 하회하고 있다.

연이은 유상증자를 통해 안방그룹은 동양생명과 알리안츠생명의 자본력과 재무건전성을 끌어올렸다. 동시에 대주주 지분율 증가로 안방보험이 이들 보험사에 대한 책임경영을 한층 강화하는 포석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IFRS17 도입을 앞두고 보험사들의 재무건전성 확보를 강조한 금융당국 역시 안방보험과 알리안츠생명의 공격적인 행보에 우려를 나타내는 모양새다. 그러나 관계자는 “안방그룹에서 자금 투입을 통한 재무건전성 확보 방안에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어 규제하기 어렵다”라며 “자산운용 포트폴리오도 세분화해 금리 리스크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등 문제 삼을 것은 없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김민경 기자 aromomo@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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