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가계부채의 오르페우스, 서민금융

관리자 기자

입력 : 2017-04-17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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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영 (사)금융과 행복 네트워크 의장


[한국금융신문] 우리나라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부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2000년 이후부터 계속 증가하여 2017년 말에는 약 1500조원으로 2016년 대비 9.8%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가계부채의 심각성은 규모가 증가하는 그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덴마크, 스위스, 호주, 네덜란드 등은 GDP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모두 120%이상 높지만 위기를 겪지 않았다.

가계부채의 심각성은 규모의 문제라기보다는 개인 및 가계가 왜 빚을 지게 되었으며 그 빚을 잘 갚을 수 있느냐의 구조적 측면으로 살펴봐야 한다. 경제성장 속도는 느린데 부채증가 속도는 빠르게 증가하고 대출받은 가계가 성장을 위한 빚을 진 게 아니고 대부분 생활비와 다른 부채를 상환하기 위해 빚을 졌다면 심각한 상황이다.

통계청,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등이 발표한 ‘2016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계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는 165.4%로 나타났으며 그중 자영업자의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비율은 214%로 나타나 앞으로 시중금리가 오름세를 타는 경우 가계의 빚에 대한 상환부담은 더 커질 것이다.

이외에 최근 가계부채 관련 연구들을 종합해 보면, 60대 이상 시니어 세대의 부채가 전 세대 중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자영업자의 재무건전성이 급속도로 악화되는 가운데 처분가능소득대비 원리금 상환비율이 30.6%로 근로자가구의 3배가 넘는 상황이다. 즉 자영업자들은 비소비지출을 제외하고 자유롭게 소비지출 할 수 있는 소득에서 빚의 원금과 이자를 갚는데 30%이상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상환능력이 취약한 하위(1~2분위) 소득계층은 가계소득이 부진해서 생활비와 부채상환용 대출비중을 높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부채 문제의 본질은 누가 빚을 지고 있고 그 사람이 상환능력이 있느냐의 문제로 볼 때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심각한 수준이다. 그런데 현재의 가계부채 규모가 금융기관에 부담이 되는 상황은 아니라고 일부 평가하지만 부채를 가지고 있는 일반 서민들과 저소득계층들은 그렇지 않다.

실질소득이 하락하는 가운데 물가와 금리가 오르면 서민들은 쓸 돈을 물론이고 빚을 갚을 돈도 없게 되어 삶의 희망을 잃게 된다.

가계부채 해결을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통해 소득을 늘리는 일 즉 지속가능한 소득을 늘리는 일이지만 장기간 계획과 실행이 필요한 쉽지 않은 일이다. 따라서 서민들과 저소득계층의 장기부채로부터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서민금융 제도나 공적· 사적 채무조정제도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아가 삶의 희망을 주기 위해 채무를 탕감해주거나 소각해 줘야할 대상도 살펴야 한다.

이러한 방법이 장기적으로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더라도 가계부채를 축소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서민가계의 부채 구조조정은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서민들이 이러한 다양한 제도 중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방법을 찾는 것은 어렵다. 그래서 2016년 하반기에 서민금융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될 ‘서민금융진흥원’이 출범했고 금융서비스를 원스톱으로 받도록 통합했다.

미소금융, 햇살론, 바꿔드림론, 새희망홀씨 등 비슷한 역할을 하지만 각 기관에 흩어져 있던 서민자금 지원기능을 하나로 통합해 한 곳에서 서민금융 대출 상담을 받고 창업·금융교육과 컨설팅, 일자리 상담도 할 수 있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고용·복지 플러스센터와 연계해 금융 지원과 취업지원, 복지서비스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우리사회에서 서민은 누구인가? 그리고 많은 서민금융제도들은 과연 서민들을 위해 만들어진 것일까? 서민을 위한 상담과 교육을 담당하는 사람들은 충분한 역량을 갖추었을까? 서민에 대한 사회적 합의없이, 서민들을 위해 만들어진 많은 상품과 제도들이 정말 힘든 채무자들을 위한 것인지, 희망이 없는 사람들에게 끝까지 빚을 갚게 하려는 것인지 등 서민금융제도들이 잘 활용되기 위해서는 보다 기본적인 의문을 던져야한다. 서민들의 빚의 의미는 성장과 희망이어야 한다. 그래서 서민금융은 따뜻한 시선이 필요하지만 도덕적 해이를 줄이기 위한 국민들의 올바른 금융윤리 의식이 성숙되어야 한다.

가계부채는 단기간 해결이 어렵고 경제주체가 다 같이 협력하면서 나아가는 장기간 긴 호흡이 필요하다.

정부는 가계부채에 대한 정책적 철학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많은 논의를 통해 생각보다는 행동을, 성급한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하면서 하나씩 힘을 모아 해결해 가야할 것이다. 금융회사는 ‘금융포용’(financial inclusion)과 ‘금융 정직성’(financial probity)의 관점으로 대출서비스를 시행하고 금융회사의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하며 대출을 받으려는 금융소비자들도 빚이 과연 나에게 희망과 이익을 주는 빚인지, 스스로에게 합리적인 질문들을 던지면서 판단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가계부채 경고는 15년 이상 계속되어왔고 기초적 데이터도 최근에서야 조사되어 발표되고 있다. 그나마 다행한 일이지만 숫자만을 들여다봐서는 안 된다.

국민들의 삶은 숫자가 의미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어떻게 하면 서민들이 빚으로부터 탈출하여 희망을 갖고 성장할 수 있을지 가계부채의 오르페우스가 필요한 때다. 서민금융은 가계부채의 오르페우스 역할을 해야 할 것이며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그저 보이는 것만, 보고 싶은 것만 봐서는 안 된다. 오랜 편견과 관습에서 벗어나 빚을 왜 지는가에 대한 숫자 이면에 숨겨진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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