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채권추심업 시장 선진화 과제

관리자 기자

입력 : 2017-04-10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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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태 한국신용정보협회 회장


[한국금융신문] 부실채권매매, 공공채권 추심허용 필요

채무자대리인제도 확대 부작용 살펴야

‘추심’이라는 용어는 여러 가지 의미로 사용되지만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에서는 수수료를 대가로 타인의 금전을 대신 받아 주는 업무를 말하며 엄격한 요건을 갖추고 금융위원회의 허가를 받아야 신용정보회사를 설립할 수 있다.

따라서 채권을 매입하는 대부업자와는 완전히 다르며 신용정보회사가 아니면 위에서 말한 의미의 채권추심업무를 할 수 없다.

현재 국내에는 24개의 신용정보회사가 영업 중으로 1995년 신용정보법이 제정된 이후 1997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신용정보회사의 양적 성장이 이루어졌으나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의 신용정보회사와 달리 업무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되어 있어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

우선 부실채권의 매매를 허용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 또는 금융위원회 등록만으로 설립되는 대부업자가 부실채권을 매입하기 위해서는 3억원 이상의 자기자본을 갖추어야 하지만 신용정보회사는 30억원 이상의 자본금과 인적·물적 시설 등 엄격한 조건을 갖추어야 설립할 수 있으며 부실채권 회수에 관한 오랜 역사와 노하우가 있어 적법한 채권추심으로 민원을 방지하고 효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부실채권이 수차례의 매각과정을 거쳐 미등록대부업자나 사채업자에게 유입되는 경우 불법추심이 발생할 위험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신용정보회사가 부실채권을 매입하게 되면 감독의 사각지대에서 발생하는 금융소비자들의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체납된 국세·지방세, 국가채권 등을 신용정보회사가 위탁받아 추심할 수 있도록 개선이 시급하다. 자동차 환경개선부담금의 경우 지난해 1조 2366억원을 부과하였으나 미수납액이 6863억원에 이르러 징수율은 40.4%에 불과하다.

환경개선부담금 외에도 많은 국가채권이 체납되고 있고 국세는 매년 8조원 가량을 결손처분하고 있다.

이러한 국가채권 및 조세채권 등 체납된 공공채권의 회수업무를 신용정보회사에 위탁한다면 국가행정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고 부족한 세수를 확보함은 물론 성실하게 납부하는 대다수 국민들과의 불공평성도 해소할 수 있다.

채권추심 시장 선진화를 위하여 부실채권 매매 허용, 공공채권 추심 위탁이 필요한 것에 반하여 최근 추진되고 있는 채무자대리인제도의 적용대상 확대는 의도한 성과는 얻지 못하고 부작용만 발생할 우려가 크다.

채무자대리인제도 또는 신용소비자대리인제도란 채무자가 변호사, 법무법인 등을 대리인으로 선임하고 채권자에게 그 사실을 통지하면 채권자는 그 대리인에게만 연락할 수 있으며 채무자에게는 방문, 우편, 전화 등 일체의 접촉행위를 할 수 없는 제도를 말한다.

채무자대리인제도에 관하여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채권추심법) 개정안과 ‘소비자신용 보호에 관한 법률’(소비자신용 보호법) 제정안이 발의되어 있는데 현재 대부업자에게만 적용이 되고 있는 이 제도를 모든 금융회사에 적용한다는 것이 법률안의 주요 내용이다.

채무자대리인제도는 채무자가 고의적으로 채무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악용할 수 있고, 금융기관은 이러한 도덕적 해이를 우려하여 신용대출을 기피하고 연체율 상승을 감안해 이자율을 인상하게 되며 더 나아가 일반서민 및 저신용자에게는 대출을 회피하게 될 것이다.

결국 채무자대리인제도를 통하여 보호하고자 하는 서민 채무자들은 도리어 불법채권추심의 위험이 도사리는 금융 제도권 밖 미등록대부업자 및 불법사채업자에게로 내몰리게 되어 성실하게 채무를 변제하는 대부분의 금융소비자가 결국 피해를 입게 된다.

또한, 채무자의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하여 정당한 채권자의 권리를 제한하는 경우에는 정당한 목적, 적합한 수단, 기본권 침해 최소화, 법익의 균형 등을 갖추어야 한다는 비례의 원칙을 준수해야 하는데 헌법 제23조에서 보장하는 채권자의 재산권을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점에서 위헌의 소지도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채무자보호를 위하여 개인회생, 파산·면책, 개인워크아웃, 국민행복기금 등 다양한 공적 채무조정제도가 잘 운영되고 있으며, 불법추심을 방지하기 위하여 금융감독당국의 규제인 ‘채권추심업무 가이드라인’, 금융5대악 척결을 위한 TF운영, 업계의 자율규제 등을 통하여 감독당국, 금융회사, 신용정보회사가 다양한 방법으로 채무자 보호에 역점을 두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하고 경제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는 채무자대리인제도의 확대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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