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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개혁 의료업계 혁신없인 공염불

김민경 기자 aromomo@fntimes.com

입력 : 2017-04-10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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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김민경 기자] 상품구조가 대폭 바뀐 새 실손보험 상품이 이달 초 출시됐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말부터 야심차게 준비한 결과물로, 기존 실손보험 상품의 문제점을 개선해 실손보험료 인상의 주 원인인 일부 소비자들의 ‘모럴해저드’를 잡겠다는 야심찬 의지가 담겨 있다.

그러나 새 실손보험 상품이 시장에 안정적으로 자리잡아도 정작 ‘웃는 이’가 누굴지는 미지수다. 금융당국은 ‘착한실손보험’이라는 이름 아래 보험료를 대폭 인하할 수 있게 평균 20% 이상 낮은 지난해 요율을 적용하라고 보험업계에 권고했다. 보험사들은 인하폭이 과도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보험업법 감독규정 시행세칙에 따르면 새로운 보험상품은 5년간 계약 통계가 누적될 때까지 보험료를 조정할 수 없다. 결국 이번에 정해진 첫 요율이 앞으로 5년간 실손보험 상품의 가격이 되는 셈. 그러나 보험료가 인하됐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소비자 체감은 적을 전망이다. 특약의 자기부담비율이 기존 20%에서 30%로 늘어나기 때문. 특약의 보장금액과 횟수도 설정된다. 누굴 위한 개혁이냐는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같이 실손보험 개혁이 ‘반쪽짜리 해결책’에 그치는 것은 문제 핵심의 한축이 전혀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손보험료 증가를 견인한 보험사의 손해율은 소비자의 접근성이 높은 소형병원에서 도수치료 위주로 이뤄진 대부분의 비급여 진료에서 기인한다. 비급여 진료비는 건강보험수가를 적용받지 않으므로 결국 통제 안되는 비급여 진료비가 보험사 지급보험금의 2/3 이상을 차지한다는 것이 실손의료보험의 본질적인 문제다.

세계적으로 보험산업의 미래라고 주목받는 헬스케어 서비스 도입도 의료업계의 ‘아집’에 가로막혀 있다. 의료기관에서 이뤄지는 각종 의료행위들은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상시적인 홈케어 서비스가 가능해지는 추세다.

특히 스마트기기나 IT 플랫폼 등의 보급이 확대돼 보험서비스와의 연계가 용이해진 것이 주목할 만하다. 국내 보험사들 포화된 보험 시장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헬스케어를 주목하고 고객들의 건강 관리를 돕는 프로그램을 속속 내놓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의료·비의료행위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규제 등이 많아 보험사들이 발빠르게 대응하기 어려워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해외 주요 보험회사는 이미 4차 산업의 물결을 타고 타 산업과 활발한 협업을 통해 헬스케어 서비스 확대에 적극 나서는 추세다.

그럼에도 의료업계는 보험사의 의료 서비스 진출이 의료법에 저촉된다며 여전히 반기를 들고 있다.

단순 의료기관 소개 알선이나 건강관리 서비스 제공 등 1차적인 서비스 제공을 넘어 보험사가 고객의 건강관리에 주도적으로 나서는 것은 의료인만 할 수 있는 ‘의료행위’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보건복지부는 이러한 업무 중첩 논란을 의식해 지난해부터 ‘비의료기관 건강관리서비스 가이드라인’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거센 반대에 부딪쳐 여전히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다.

새해를 시작하면서 보험업계는 올해 화두로 ‘질적 성장’과 ‘혁신’ 등을 꼽았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나 의료업계의 협력 없이 보험업계에서만 이뤄지는 개혁은 절름발이에 불과하다. 서로 제 목소리만 내기 바쁜 가운데 보험산업의 미래는 암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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