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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RS17(국제회계기준)·RBC(지급여력비율)규제에 발목 잡힌 생보사들

김민경 기자

aromomo@

기사입력 : 2017-02-06 00:20

보장성보험 대거 출시 ‘체질개선’
신종자본증권발행 ‘자금끌어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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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RS17(국제회계기준)·RBC(지급여력비율)규제에 발목 잡힌 생보사들
[한국금융신문 김민경 기자] 생명보험사들의 고달픈 한 해가 또다시 시작됐다. 장기화된 저금리 기조로 수익성을 내기 어려운 상황에서 생보사들은 2021년 IFRS17 도입을 대비해 수십억원의 자기자본 확충과 시스템 구축에 나서야 한다.

최근 보험업계와 한국회계기준원에 따르면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 회의에서 기준서 확정 일정이 올해 5월로 확정됐다.

한국회계기준원에 따르면 IASB(국제회계기준위원회)는 현재 IFRS17 초안에 대해 막바지 작업이 한창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주요 보험사를 대상으로 필드테스트(실무 적용 테스트)를 마쳤으며 파악된 세부적인 이슈를 해결 중이다. 따라서 기존 발표됐던 큰 틀에는 변화가 없으며 세부적인 내용에서 일정 부분 조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회계기준원은 지난달 ‘한국의 IFRS 도입 5년의 교훈과 향후 추진과제’ 세미나를 열어 국내외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기도 했다.

IFRS17이 도입되면 부채, 즉 지급해야 할 보험금의 시가 평가 방식이 현행 원가에서 시가로 바뀐다. 미래 이익의 일종인 계약서비스마진, 위험조정, 화폐의 시간가치를 고려한 할인율, 미래현금흐름을 예측해 기대 현금흐름을 산출하는 미래현금흐름 등 총 4종류로 세분화되면서 가입 당시 금리를 반영해 부채를 계산해야 하고 그만큼 보험금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결국 보험사들의 회계 상 자본이 줄고 부채 규모가 크게 증가하게 된다. 특히 많은 생명보험사들은 최근 몇 년간 저축성보험 상품으로 매출이익을 극대화해 몸집을 불려온 상황이라 쌓아야할 자기자본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상태다.

이에 대비하는 금융당국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금융감독원은 IFRS17 시행에 맞춰 단계적으로 보험사들의 지급여력비율(RBC)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보험업 감독업무 시행세칙 개정안을 지난달 24일 내놨다. 시행 시기는 6월부터다.

◇ ‘효자상품’에서 ‘부메랑’돼 돌아온 저축성 보험

RBC는 보험회사가 계약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여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 보여주는 핵심 지표다. RBC비율은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눠 산출한다. 따라서 분모인 요구자본이 늘어나면 RBC비율이 하락하게 된다.

변경된 보험업 감독규정에 따라 올해 하반기부터 저축성 상품은 가입 후 7년이 지나면 원금을 보장해야 한다. 이에 변액보험 등 저축성 보험 상품의 비중이 높은 생보사들은 RBC 확보에 비상이 걸린 모양새다. ‘변액보험 강자’로 꼽히는 메트라이프생명은 RBC비율이 100%대로 추락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보험사들에게 RBC비율을 100% 이상 유지할 것을 권고한다. 높은 최저보증이율 상품도 보험사들의 RBC에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최저보증이율과 공시이율의 금리차 만큼 보험사가 위험에 노출되는 역마진 우려가 있어서다.

고령화시대에 발맞춰 금융사들이 앞다퉈 내놓은 퇴직연금 상품도 자본확충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으로 보인다. 퇴직연금은 원리금 보장 상품의 비중이 99.3%에 달하는 안전 상품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원금 보장에 대한 위험액을 산출하지 않지만 앞으로는 RBC 비율에 반영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감원은 자본확충에 시간이 소요된다는 업계의 요구를 받아들여 3년간 유예 기간을 두고 위험액을 올해 30%, 내년 70%, 내후년인 2019년 100% 반영하도록 했다. 보험부채 듀레이션(잔존만기)는 현재 최장 20년에서 2018년 30년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IFRS17이 도입되고 나면 보험사들은 변액보험·연금상품을 포함한 저축성보험의 지급 예정 보험금을 모두 부채 규모로 떠안아야 한다. IFRS17 도입에 선제적 대응 차원이든, 당장 6월부터 반영되는 금융당국의 규제를 피하기 위해서든 생보사들의 ‘곳간 채우기’는 발등에 떨어진 불인 셈이다.

◇ 생보사들 자본확충 ‘초읽기’

보험사들은 이같은 회계제도의 변화에 진땀을 흘리는 모양새다.

올해 생보사들은 이제껏 저축성 보험 등으로 몸집을 불려온 것과 달리 보장성 보험 상품 라인업에 충실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보장성 보험의 비중을 늘려 ‘체질개선’을 꾀해 RBC 확보 등 재무건전성에 힘을 실을 것”이라고 전했다. 주주 배당도 확 줄였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2조1285억원으로 전년과 비슷한 당기순이익을 기록했지만 주주배당은 총 2155억원 규모로 전년 3328억원에 훨씬 못 미치는 배당금을 지급했다. KB손해보험은 기업의 잉여자금에 부과하는 환류세를 의식한 듯 399억원 규모의 결산배당금을 지출해 전년 240억원 대비 66%가량 배당을 확대했지만, 이 역시 KB손보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3021억원으로 전년 대비 89.6% 증가세를 기록했기에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외부에서 자금을 끌어오는 방법을 택한 보험사들도 있다. 지난해 알리안츠생명은 500억원, 처브라이프생명은 23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해 선제적 자본확충에 나섰다. 유상증자는 주주들의 배당이 줄어 주주 가치가 희석된다는 단점이 있으나, 발행 비용만 부담하면 이자 없이 재무비율을 개선할 수 있는 수단으로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한 기업에서 사용하는 방법이다.

한화생명은 대형 생명보험사 중 처음으로 자본 확충 움직임에 나섰다. 지난해 말 5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올해 1분기 안에 발행하기로 결정한 것. 최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미래에셋대우증권과 KB증권을 신종자본증권 발행 대표주관사로 선정하고 자본확충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종자본증권 발행은 통상적으로 중소형 보험사가 손에 쥔 카드를 다 썼을 때 고려하는 수단으로 지난 2014년 재보험사인 코리안리가 최초로 2억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으나 일반 생보사는 아직 사례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종자본증권은 주식처럼 만기가 없거나 매우 길어 사실상 영구채며, 채권처럼 매년 일정한 이자나 배당을 주는 금융상품이다. 회계상 전액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지만 그만큼 투자자들을 찾기 어렵고 요구 금리가 높아 대부분 보험사들은 유상증자나 발행이 쉬운 후순위채로 자본을 늘려왔다. 보험업계에서는 한화생명이 장기적으로 자본 인정 비율을 높이고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영구채 발행을 택한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번 5000억원 어치의 신종자본증권이 금융투자업계에서 완판될 경우 한화생명의 RBC는 10%p 이상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한화생명은 올 초회계상 매도가능채권의 60% 가량을 만기보유채권으로 전환했다. 금리 상승기에는 매도가능채권이 많을수록 평가 손실을 키우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한 조치인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이같은 자구책에 힘입어 당분간 200% 중후반대의 RBC비율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 역시 한화생명의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 만일 한화생명이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성공한다면 다른 보험사들도 후순위채, 유상증자와 더불어 신종자본증권 발행도 자본확충을 위한 선택지 중 하나로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막다른 길에 몰린 생보사들에게는 IPO(주식 상장)도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단 국내 생보사 중 실행에 옮길 만한 곳은 많지 않아 보인다. 금융지주가 모기업이거나 외국계, 매각 중인 회사들은 상장 의지나 필요성이 적다. 투자자에 대한 회수 등의 부담이 있는 교보생명이나 흥국생명, 동부생명 등이 잠재 상장 후보로 적합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봤다.

외국계 생보사들은 국내 보험사들의 분주한 행보에 비해 다소 여유 있는 모양새다. 자산 운용 방법이 국내 생보사들과 다르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외국계 생보사들의 경우 자산 듀레이션을 장기적으로 운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국내 보험사들은 부채와 자산관리 등 운용 전략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장기 운용이 힘든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서로 놓인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외국계 생보사보다는 국내 생보사들이 IFRS17 도입에 타격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는 한화생명 등 선제적 자본확충에 나선 보험사들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는 한편 5월 발표될 IFRS17 기준안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뚜껑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IFRS17 기준안이 확정돼 발표되고 보험사들의 자본확충 움직임이 가시화되면 자산 운용이 여의치 않은 중소형보험사 중심으로 인수합병이 일어나는 등 보험사 순위가 뒤바뀔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IASB가 5월 IFRS17의 기준서 마련을 확정지은 가운데 금융당국은 ‘충격이 크다’는 여론을 반영해 IFRS17 도입 시기 연장을 재차 건의하기로 했다. 이러거나 저러거나 지난 몇 년간 저금리에 시달린 생보사들에게 또다시 가혹한 1년이 닥칠 것은 분명해 보인다.



김민경 기자 aromomo@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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