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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치와 정론은 살아 있나 Ⅰ

정희윤 기자

simmoo@

기사입력 : 2017-01-31 00:07 최종수정 : 2017-02-15 08:42

정희윤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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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치와 정론은 살아 있나 Ⅰ
[한국금융신문 정희윤 기자] 제 인권은 세상 무엇과 바꿀 수 없으면서 남의 아픔이나 권리에는 털 끝 만큼 관심 없는 사람이 딱 저 사람이다 싶었다.

지난 25일 특검에 강제로 끌려 나온 최순실 씨 이야기다. 독일에서 막 귀국 했을 때 고개 숙이던 모습에서 적반하장 격으로 고함을 질렀다.

변호인들 흉중에는 형량 계산기만 있으리라. 형량을 낮추려 할 수 있는 모든 대응은 다하는 대단히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국회가 불러도 검찰이 불러도 특검이 불러도 유리하지 않다 싶으면 나가지 않는다.

매우 유효한 전법이다. 박 대통령이 직무 정지 중에 기자들을 불러 일방적인 말만 했다가 역효과를 내고도 설 차례상 민심이 악화될까 특정 매체와 인터뷰를 하는 과잉 자기방어에 나선 것도 맥락이 다르지 않다. 애초의 사단은 권력을 남용해도 괜찮을 것이란 착각과 오만에서 비롯된 것인데도 반성은 보이지 않는다. 탄핵소추를 무효로 돌려서 임기를 채우고 싶거나 숱하게 드러난 잘못이 있지만 최소한의 것만 사법심판을 받는 것이 최선이란 계산에 따른 대응인 것을 추정된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민심이 그렇지 않아도 상관 없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특정 정파 이익에 방해될 만한 문화예술인을 옥죄는데 국민이 부여한 공권력을 함부로 썼다. 대통령과 여당 경호를 위해 관제 데모를 후원하는데 과 국민 혈세로 조성한 돈을 지원했다. 그러 사람들이 정부 예산으로 다 할 수 없으니 좋은 일에 쓰겠다며 대기업들에게 돈을 뜯어내는 일에 대통령과 청와대 고위공직자가 동원됐다. 가장 무거운 책임을 진 사람들이 수사 받기를 거부하며 미디어를 이용해 고함을 지르며 가슴을 치며 억울하다고 하소연 하는 장면을 노출하는 전술은 영악하다는 점에서 탁월한 묘수라고 인정해 주고 싶다. 오늘날 정치권 수준과 미디어 종사자들의 수준에 얼마나 유효한지 절감하게 되니까.

이 상황에서도 버티면서 특검 소환조차 무시할 수 있을 만큼 아직도 힘 있는 사람들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 쓸 것이 없으니 부르는 대로 나오는 기업인들 혐의에 대한 기사 비중이 높아진 상황을 되짚어 보면 그렇다. 최초에 수상한 목적으로 재단을 만들어 돈을 끌어 모으겠다고 기획한 당사자가 아니지만 많은 기업들이 고초를 겪고 있다. 정치권력 정점에선 대통령과 그 측근들이 시작한 일에 자의반 타의반 말려든 기업인들에게 지난해 10월부터 벌만 주고 다른 기회는 주지 않는 과정이 장기화 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벌어진 현실에 사법적 단죄 과정마저 힘 있는 자와 없는 자 사이에 엄청난 차별이 구조화 됐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처음부터 기획하고 주도했으나 아직도 떵떵거리는 주범들과 거기에 연루됐던 기업인들의 격차만 해도 이렇게 크다면 기업인들보다 법조 전문인력의 조력조차 받기 힘든 힘 없는 장삼이사들은 어떤 처지일까. 왜 대형 이슈에만 주목하고 가장 찍어 내려야할 사람이 누구인지 집중해서 제시하는 편집행위가 대한민국 미디어 업계에서 만연한 것일까. 미디어들의 이같은 행태가 결국은 사법적 단죄의 불공평성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아야 하지 않을까.

짧은 지식에 법가주의자의 비참한 최후를 떠올려 본다. 전국시대 진(秦)이 상앙을 등용해 의법치국(依法治國) 기틀을 다졌기에 강성국가로 자라나 통일을 할 수 있었다. 신상필벌 가운데 필벌에는 정말 철저했다.

태자의 잘못조차 엄벌주의를 과감히 실행했다. 후에 효공이 죽고 뒤이어 즉위한 혜문왕에게 앙갚음을 당하는 위기에 처한다. 막상 국경을 넘어 망명 하려했으나 성문을 닫아걸어야 하는 시간이라 넘지 못하고 증명이 없는 자 잠재우지 못한다는 법 때문에 잘 곳도 구하지 못한 채 발 동동 구르다가 잡혀서 거열형(車裂刑)을 당했다. 가혹한 형벌을 가하는데 초점을 맞추다 미래 권력인 태자의 잘못에 엄벌로만 대한 처신이 진나라가 망하게 한 진섭의 봉기를 훗날 낳게 된 것도 법가의 한계로 꼽힌다.

2017년 탄핵정국이 장기화 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의법국치’는 어떤 좌표를 그리고 있나.

전두환 대통령은 일해재단을 통해, 노태우 대통령은 직접적으로 뇌물을 받아 챙겼고 2002년 대선 때는 한나라당이 불법적으로 대선자금을 모았다. 반복된 과정에서 법치는 과연 살아 있었나. 한국의 미디어들은 정치권의 후진성을 질타하는 것 말고 구조적으로 그리고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어떤 기여를 했던가.

설날을 앞두고 한 야당은 특정 기업인을 구속하라는 구호를 도심 곳곳에 펼침막으로 내걸었다. 원내진출 정당이 재벌 총수 구속을 최우선적인 정치적 요구로 손꼽는 현상은 다시는 이번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는데 얼마나 근본적인 처방이 될 수 있는가.

과거 회귀형 사태가 반복된 까닭이 법과 제도가 갖춰지지 않아서 방비하지 못한 일은 아니지 않은가. 거의 대다수가 통과할 수 없는 성문을 현실권력은 거침없이 통과시켜 줄 수 있는 현실을 냉엄하게 따져서 우리 사회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공론화하는 일이 시급한 것 아닌가.

일단 권력이 끌면 끌려갈 수밖에 없었던 기업인 구속과 처벌이 정치구호의 최우선 타깃으로 삼는 것으로 모든 할 일이 끝나는 것 또한 아니다. 같은 사태가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완벽한 시스템을 갖추고 감시하고 견제해야 한다. 옛말에 정(政)은 정(正)이란 말이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바로잡는 일에 나서지 않고 기업인들에 벌주는 일에 집중하고 말겠다면 법치도 正을 추구하는 政은 아니다. 2017년 1월 대한민국 정치권과 미디어들은 무얼 하고 있나.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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