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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무조정·신규자금’ 세트 구조조정 늘듯

정선은 기자

bravebambi@

기사입력 : 2017-01-09 00:24 최종수정 : 2017-01-09 07:43

워크아웃·법정관리 장점만 흡수
인구변화·양극화 복합접근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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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무조정·신규자금’ 세트 구조조정 늘듯
[한국금융신문 정선은 기자] #1. STX조선해양은 지난해 6월 결국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가 결정됐다. 자율협약 방식 구조조정으로 4조4000억원이라는 대규모 신규 자금을 투입한 뒤 벌어진 결과다.

#2. 한진해운은 지난해 9월 자율협약이 종료되고 법정관리가 개시됐다. 회생절차 신청 전에 우량자산 보전 준비가 충분하지 못했다는 비판 속에 영업가치는 크게 훼손됐다.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 제기 속에 기존 워크아웃과 법정관리의 장점만 따온 ‘프리패키지드 플랜’(pre-packaged plan)이 방책으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 3월 회생법원 설립을 계기로 정부 당국도 기업 구조조정의 새 틀로 주목하고 있다.

◇ ‘프리패키지드 플랜’ 활성화 예고

‘프리패키지드 플랜’은 채무조정과 신규 자금지원 병행이 특징이다. 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올해 금융위 업무계획으로 효율적 기업 구조조정을 위한 ‘프리패키지드 플랜’을 제시했다. 정부는 법원·국책은행과 함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논의에 들어가 상반기 중 구체적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신규 자금 지원이라는 워크아웃의 장점과 모든 채권자에게 적용되는 광범위한 채무조정이라는 법정관리의 장점을 따왔다. 채권자 주도로 신규 자금 지원 방안을 포함한 기업의 회생 계획안을 수립하고 법원이 인가하면 기업 정상화 작업이 진행된다. 임종룡닫기임종룡기사 모아보기 금융위원장은 “프리패키지드 플랜을 미국의 기업회생절차 ‘챕터 11’과 같이 새로운 구조조정의 틀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금융위는 객관적인 신용위험평가 기준을 마련하고 구조조정채권의 매각 가격 이견을 조정하는 제3의 독립 평가기관도 운영하기로 했다. 기업구조조정 펀드도 조성한다.

구조조정 방식의 새 틀은 점점 강조되고 있다. 최근 채권단 주도 자율협약 실패 사례가 두드러지면서 워크아웃·자율협약과 법정관리를 연계할 필요성이 있다는 목소리가 커져서다. 워크아웃은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등 비협약 채권, 상거래 채권 채무조정과 우발채무 해소가 불가능하다는 한계가 있다. 법정관리는 기존경영자관리인제도(DIP)에 따른 ‘도덕적 해이’가 거론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채무조정이 불충분하고 부실 책임이 일정 부분 있는 사람을 법원이 임명하면 돈을 대려는 채권단이 있기가 어렵기 마련”이라며 “프리라이더(무임승차자)도 생겨서 워크아웃에서 법정관리로 넘어갈 때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경기 불황 속에 결국 법정관리로 오는 구조조정 기업이 늘어나면서 금융권뿐만 아니라 법원도 관심이 크다. 올해 3월 설립되는 ‘회생법원’이 대표적 사례다.

회생법원은 서울지방법원 등 지방법원 산하 파산부가 처리하고 있던 회생·파산 사건을 맡는다. 기존 6종류였던 법원도 회생법원 설립에 따라 7개로 늘어난다. 법원은 회생법원을 통해 “회생·파산 재판의 전문성 제고”, “기업 구조조정 공정 주도”를 기대하고 있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도 “법원 파산부를 독립·전문화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회생절차에 들어가면 주주, 종업원 등 다양한 이해관계 조율이 간단치 않아 재무제표 이해, 경험 등을 가진 판사가 필요하다”며 “유사한 사안에 대해 다른 판결을 내놓지 않고 일관된 ‘베스트 프랙티스’(best practice)가 나오면 시장도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또 그는 “판사 개인적으로 독립된 법원에서 파산 전문 관련 경력관리를 할 수 있다는 점이 유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효율적 기업 회생 지원을 위한 법적 보완도 이뤄졌다. 지난해 8월부터 시행된 개정 채무자회생법(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은 △원활한 신규자금 확보 유도 △상거래 채권 보호 강화 △한국형 프리패키지 제도 도입을 주요 특징으로 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연합자산관리 (유암코) 주최로 열린 ‘기업회생지원펀드 출범 기념 세미나’에서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공보관 최웅영 판사는 “사전 계획안 제출에 의한 회생절차가 신속히 이루어질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며 “채권자의 기업 구조조정 영향력이 확대되고 절차가 신속 진행되는 ‘하이브리드 기업 구조조정’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금융연구원이 지난해 10월 발간한 ‘주요국 기업구조조정 제도의 최근 동향’ 리포트에서 김동환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한진해운 사태’를 계기로 워크아웃과 법정관리의 유기적 관계를 재구축하고 구조조정의 속도를 제고할 필요성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주요 선진국에서도 우리처럼 사적·법적 구조조정 절차를 결합한 형태가 발견된다. KDB산업은행이 지난해 10월 펴낸 ‘선진국의 기업구조조정 사례와 시사점’ 리포트에서 강명구 산업은행 조사부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은 ‘챕터 11’, 일본은 ‘사업재생 ADR’이라는 제도로 사적 절차의 신속성과 유연성이라는 장점과 법적 절차의 공평한 채무조정과 구속력이라는 장점을 결합했다”고 설명했다.

◇ 경제 너머 사회·문화 ‘복합’ 구조조정 필요

기업·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정부 주도가 전부는 아니란 지적도 나온다. 산업연구원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우리나라 기업구조조정 제도의 현황과 발전방안’ 리포트에서 최현경 산업연구원 산업정책연구실 연구위원은 “특정 시점에서 정부의 구조조정 관여가 불가피할 수 있는데 더 중요한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될 때까지 끌고 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며 “기업의 사전적 구조조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최현경 연구위원은 “3년 연속 영업흐름 마이너스 기업,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 1 미만인 기업 등이 신용평가 기준으로 사용되는데 산업 별 특성을 반영할 필요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업적 측면의 구조조정이 ‘만능’은 아니란 의견도 있다. 한 금융업계 전문가는 “이른바 ‘좀비기업’을 구조조정해서 저성장 국면을 벗어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지나친 단순화로 새 산업을 견인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며 “물려있는 비효율 고정자산을 금융자산으로 환원하는 것일뿐 실물 자산에 재투자 하려는 것은 완전히 다른 투자 금융 결정이다”고 말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도 “현재 저성장 국면은 인구 통계학이나 부의 재분배, 교육·주택 등에 젊은 세대가 돈을 못 쓰는 비효율적 사회·문화 구조 문제 등이 섞여 있다”고 진단하며 “좀비기업 정리는 중간수단일 뿐, 이런 틀에서 보면 좀비기업 청산 식으로 기업 구조조정 화두를 성장 변곡점으로 내세우는 것은 ‘믿고 싶은’ 생각일 수 있다”고 꼬집었다.

“촉발할 수 있는 비전이 없는 게 가장 큰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조선·해운·철강 등은 어쨌든 ‘올드 인더스트리’”라며 “우리가 상상력이 부족할 수도 있지만 현재 트렌드에선 4차 산업혁명이 큰 기반도 아닌 것 같고 고용을 늘리는 게 아니라 대체할 위험까지 있다”고 말했다. 금융업계 한 인사도 “현재 같은 중후장대 산업이 미래 먹거리는 아닌 것 같다”며 “기존 산업에 대한 베팅보다 젊은 층에 무형자산 투자를 하는 게 실패해도 경험이라도 남아 가치 있는 게 아닐까 싶다”고 제안했다.

실제로 4차 산업혁명은 19세기 초 영국 노동자들이 기계를 파괴했던 ‘러다이트 운동’을 떠올리게 하며 소득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란 전망이 짙다. 정부는 작년 말 발표한 ‘2017년 경제정책방향’에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여파가 계속되던 1999년 이후 처음으로 2%대 성장 전망을 내놨다.

특히 취업자 증가폭 전망치를 26만 명으로 낮췄다. 취업자가 성장률 1%당 10만명 수준이라는 뜻으로 5년 전(1%당 19만개)에 비해 반토막이 났다. 자영업자 폐업이 늘고 산업 구조조정까지 겹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올해 부처를 아우르는 컨트롤타워로 ‘4차 산업혁명 전략위원회’를 신설할 계획도 밝혀 고용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사실 기술적이고 산업적인 구조조정이란 것은 마음먹고 하면 시장에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북유럽 선진국 사례를 보면 위기가 닥쳤을 때 고소득층이 먼저 내놓고 사회적 합의를 통해서 극복했다는 점을 주목해 볼 만하다”고 했다.

금융업계 한 전문가도 “금리가 오르든 내리든 궁극적으로 적정 마진을 내지 못하고 이자 비용조차 못 내면 시장에서 자연스레 퇴출되는 것”이라며 “일부 대기업 의존도가 크면 갑자기 패러다임이 바뀌면 대체당할 수 있는 만큼 재투자, 연구개발(R&D)로 기업들이 새로운 산업과 고용 창출 구조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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