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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빚더미 대한민국의 자화상

김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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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6-12-22 14:05

김의석 금융부장 겸 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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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빚더미 대한민국의 자화상
[한국금융신문 김의석 기자] 다사다난했던 2016년이 가고 있다. 연말이면 상투적으로 ‘다사다난(多事多難)’이란 단어를 쓰게 되지만 올해는 사건사고가 유난히 많았던 말 그대로 다사다난했던 격동의 한 해였다. 하반기 들어 유독 우리 국민들을 불안케 했던 사건들이 많았다.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를 시작으로 김영란법 시행,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그리고 대통령 탄핵 정국까지. 지금도 서울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박근혜 하야’라는 문구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국민들이 얼마나 분노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그러는 사이 올해 12월도 끝자락을 향해가고 있다. 좋든 싫든 그런 의미에서 병신년(丙申年) 한국 경제를 되돌아볼때 올해 내내 불안감을 키웠던 문제 중 하나가 ‘가계빚’이다.

가계빚이 100조원 넘게 불어나는 데 1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소득 증가율도, 경제성장률도 제자리걸음인데 유독 빛의 속도로 불어났다. 가계부채에 대한 경고음이 울린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가계빚이 1000조원을 돌파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게 3년 전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 당시 우리나라 가계빚(2013년 1분기 기준)은 962조8749억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국민경제를 볼모로 부동산 경기를 끌어올리겠다는, 즉 주객이 전도된 도박판을 정부 차원에서 벌리면서 3년 6개월만에 332조8782억원이 늘었다.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의 5년 임기 동안 늘어난 193조3428억원, 240조2729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규모다.

정부로서 가계빚을 이용한 경기 부양책은 ‘달콤한 유혹’이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 Loan To Value ratio)과 총부채상환비율(DTI: Debt To Income) 규제는 부동산 과열을 잡기 위해 2002년 김대중 정부, 2005년 노무현 정부 때 각각 도입했었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명박 정부 이어 박근혜 정부가 부동산 경기 침체를 해결하기 위해 LTV와 DTI를 과감하게 완화해 버렸다. 규제 완화는 집값 급등으로 이어졌고, 전세 값도 덩달아 미친 듯이 오르니 하는 수 없이 은행 대출로 막는 수밖에 없었다. 아니, 나라에서는 친절하게도 빚을 내서 집을 사라고 권했다는 말이 더 맞을 것이다.

정부의 각종 부동산 완화정책으로 늘어난 가계 빚이 1300조원을 넘어서 한국 경제를 옥죄기 시작한데다, 내년 미국 트럼프 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은 한국경제 재앙의 도화선이 될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다.

당장 미국이 최근 12월 기준금리를 올렸고, 앞으로 3차례 더 금리를 올리겠다고 밝혔다. 미국이 예고대로 기준금리를 올린다고 가정하면 내년 말 미국 기준금리는 최대 연 1.5%가 된다. 한때 한국은행 총재 후보로도 오르내렸던 손성원 미국 캘리포니아대 석좌교수는 2.1%까지 올라갈 것으로 봤다. 어찌 됐든 한국은행이 끝까지 금리(현재 연 1.25%)를 안 내리고 버티더라도 한·미 금리 역전은 눈앞의 위협이다.

그런데 우리 상황은 어떤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1%대로 낮춘 지난 2년간 성장은 정체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빚만 211조원이 늘어난 것이다. 게다가 가계빚 규모가 늘어나면서 덩달아 한계가구도 증가했다. 여기서 한계가구란 금융부채가 금융자산보다 많고, 원리금 상환액이 처분가능소득의 40%를 초과하는 가구를 말한다. 한 경제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한계가구는 지난 2012년 12.3%에서 매년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14.8%까지 늘어났으며, 이들의 총 금융부채의 29.3%를 보유하고 있는 반면 총 금융자산의 9.4%만 가지고 있다고도 한다. 때문에 상환능력이 취약한 이들 대출이 가계부채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상태다. 정부는 상환능력 있는 중산층 이상 고소득층에 부채가 몰려 있다며 걱정할 필요 없다고 하지만 정작 뇌관인 저소득층, 즉 한계가구 대출에서 환부가 심하게 곪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향후 국내 시장 금리가 100bp(1%p) 더 오르면 이들 한계가구가 지금 보다 8만8000가구 늘어난 143만 가구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다. 가계부채 중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높은 만큼 금리 상승에 따른 빚 부담이 가중될 것이란 얘기다.

대전광역시 인구와 맞먹는 사람들이 수입의 40% 이상을 빚갚는데 쓰느라 헉헉대고 있지만 이들이 금융자산을 처분해도 빚을 못 갚는 '깡통'대출자로 전락한다는 얘기다. 이들 중 상당수가 소득이 낮은 저신용자층과 실패한 자영업자들이다. 이들은 이미 빚을 내서 빚을 갚아야 하는 악순환 구조에 들어섰다. 한계에 직면한 가구부터 하나씩 개인파산하고, 파산가구 숫자가 임계치를 넘어서면 사회문제로 부각될 것이며, 파장은 금융회사로 전이되면 상황은 위기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은행들은 심각성을 간파해 추가적인 대출에 신중하게 대응하는 모습이다. 번번이 만기연장을 통해 원금상환 압박을 넘겨온 대출자들에게 가혹한 현실이다.

정부로서도 ‘아직은 괜찮다’며 멀찍이서 지켜보고만 있을 계제가 아니다. 대출구조 변경 등 근원적 처방과 함께 환부에 직접 칼을 대는 대응이 필요하다. 저소득층의 소득불평등 구조를 개선해 스스로 부채 절대규모를 줄일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지금은 일단 곪고 있는 환부 처리에 집중할 때다.

국가경제의 기본은 가계경제다. 가계가 빚에 허덕이면 사회 시스템이 망가지고, 국가가 위기에 직면한다. 정부가 가계부채 문제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다. 지금까지의 금융 규제만으로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빚을 통제하기 힘들다. 또한 부동산을 경기부양책으로 동원해서는 안 된다. 국가경제 운영 시스템 차원에서 가계 빚 관리에 나서야 다가오는 2017년 정유년(丁酉年)에는 우리 모두가 가계빚 문제에서 무사안녕의 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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