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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과 기업유착, 누가 끊을 수 있나

정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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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6-12-12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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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과 기업유착, 누가 끊을 수 있나
[한국금융신문 정희윤 기자] ◇ 청문회가 상쾌하지 않았던 까닭

지난 6일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위원회’가 진행한 국정조사는 높은 관심을 끌었다. 당연히 국정조사에 응했던 대기업 총수들의 대응 양식이 적지 않은 뒷이야기를 남겼다.

총수들일 택한 전술을 수우미양가 5분위 득점에 비유하자면 ‘미’만 따고 말기로, 그것도 암묵적 동의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추측을 낳았다. 일부 총수는 예상 밖으로 어눌한 화법으로 눈길을 끌기도 했다. 매우 실용성 높은 전략선택이었다.

이번 국정조사 특위에서 역시 의원들의 추궁은 여전히 호통을 앞세운 압박으로 쏠렸다.

“결국 의원들이 새로 밝혀낸 것은 없다”는 혹평이 쏟아졌던 사실에 유의해서 보자. 국회의원과 그 보좌진들이 준비했던 창은 창대가 단단하지 않고 날마저 무뎠다.

상대편 방패가 철갑을 둘렀다면 휘두르다 부러지기 알맞다. 찔렀다가 날이 꺾이는 불상사를 피했다 하더라도 맥없이 튕겨나갈 게 뻔했다.

◇ 누가 외나무 다리만 남겨 놓았나

사실 총수들을 보좌하는 전문가들에겐 외길 대비전법만 미리 채비해 두면 되는 일 아니었을까. 국회의원들과 그들을 보좌하는 사람들이 준비한 수준은 여러 미디어들이 보도한 의혹의 깊이보다 더 깊지도 너비보다 넓지도 않은 게 대부분이었다. 중계 방송 시청률 급상승이 예상되는 마당에 국회의원들이 선택할 노선도 특별할 게 없었다.

약속 대련이건 진검을 들고 승부를 거는 순간이건 그 수준은 공방을 주고받을 플레이어들이 실연할 수 있는 수준을 넘을 수 없다.

결과적으로 대기업 총수들은 자신들을 겨냥했던 이번 국정조사 수준을 미리 간파한 가운데 어중간한 강도와 짜임새를 지닌 방패만 들고 나왔던 셈이다. 물리적 살상력은 간 곳 없고 목소리 톤이 커지고, 공감하기 어렵더라도 압박성 호통의 반복 횟수만 앞세우는 공격수들에게 너무 화려하고 강한 방패를 들이대는 ‘무례’(?)는 후환이 두려운 일이 일테니까.

국정감사 심문 과정을 포함해 국회에서 그동안 숱하게 연출했던 ‘반재벌’ 공세가 국민 모두에게 공감을 얻는 결과물을 만들어낸 적이 과연 몇 번이나 될까. 오히려 총수들과 그 보좌진들이 더 잘 간파한 결과. 이날 승부는 특위의 패배라고 보는 것이 온당해 보인다.

◇ 눌언과 민행 그리고 교언

총수들은 정부가 요구하면 응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울타리로 버텨냈다. 혹은 어눌한 화법을 써서 국민 기대에 부응하는 기업경영으로 거듭나겠다는 설명으로 예봉을 피해 갔다. 또한 정권 차원의 거대 사업에 기부하는 것을 포함한 모든 준조세를 없앨 테니 차라리 법인세를 늘린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민감한 영역에 걸친 문제에 대해선 완강하게 거부하는 강단을 보인 경우도 있다.

눌변(訥辯)의 수사학은 국민여론이 극히 불리한 국정조사에서 취할 수 있는 매우 유용한 전법이 될 수 있다는 사실도 다시 확인된 셈이다.

너무 잘 준비된 답변을 또박또박 알맞게 능수능란하게 답할 자리가 아니었기에 그랬다. 의원들이 아무리 목청 높여 요구해도 당장 수용하기 어렵고 장기적으로도 수용하기 쉽지 않은 주문이 쏟아지기 십상이라면 대처할 방법이 얼마나 될까. 물론 그렇다고 총수들의 눌변 또는 눌언 전술을 공자가 말했던 군자눌언(君子訥言)에 비유하면서 미화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공자 말씀은 눌언이 전부가 아니고 말은 눌언으로 하되 행동은 도(道)에 어긋남 없이 민첩하고 독실하게 하라는 눌언민행(訥言敏行)이 정수이기 때문이다.

이번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경과하면서 광장에 집결한 촛불 민심은 정부가 요구한다고 거액을 선뜻 내놓는 관행이 사라지기를 원하는 것으로도 분출된 바 있다. 눌언으로 한 숨 돌린 총수들은 TV로, 컴퓨터로, 스마트폰으로 국민들이 지켜보는 현장에서 약속했던 만큼의 경영혁신 노력을 실제로 기울이느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최악의 경우 이날 스스로 천명했던 수준의 기업으로 거듭나려는 노력을 인정받지 못한다면 본질적으로 겉은 눌언이되 속으로는 ‘교언(巧言)’이었다는 지탄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 바르지 못한 언사로 인한 폐단

오히려 이번 국정조사를 보면서 무능하기로는 청치인들이 최절정급임이 다시 한 번 입증했다는 평가를 어찌할 것인가. 총수들이야 기업경영을 책임지는 입장에서 국회의원들과 정면 충돌을 불사하며 대립각을 세울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과도한 해석이 포함된 추궁에 응할 수는 없는 처지였다.

그렇다면 애초에 무언가 기대할 것이 없었다고 보는 게 더 정확해 보인다. 그렇다 보니 총수들이 선보인 어눌한 화법보다 박근혜 대통령과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국민들에게는 훨씬 많이 지탄받고 있다.

맹자는 한 쪽에 치우친 말, 도망가는 말, 숨기려는 말로 일관하는 태도의 그릇됨을 꾸짖은 바 있다. 상대가 한 쪽에 치우친 말을 하면 무엇을 은폐하기 위해 그런 말을 하는가를 알고, 정도에서 벗어난 말을 하면 그가 어디에서 벗어났는지를 알고, 도망가는 말을 하면 무엇에 막혀 그런 말을 하는가를 안다고 했다. 이런 바르지 못한 말은 모두 정치에 해를 끼친다는 교훈을 우리 국민들은 생생히 깨닫고 있다. 무기력한 야당은 이들의 언변을 파해하지 못하고 끌려 다니기만 했다.

이같은 해악을 근절할 힘은 국민들의 집합행동에서 겨우 끌어다 쓰는 처지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만약 이같은 해악이 사라지는 미래는 어떤 것일까. 총수들은 눌언으로 비껴가려 준비할 필요가 없다. 권력의 무리한 요구에 굴종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를 얻는 대신 쉽게 금고를 열어주고 반대급부를 챙기려는 흑심을 버리는 선택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솔직히 정말 그런 날이 올 것이라는 믿음은 향후 수습과정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대통령 중심제 권력중심의 ‘단극화’를 얼마나 막아내고 3권분립이 굳건한 정치, 의사결정 과정이 투명한 정치 실현이 기본 전제로 갖춰줘야 유착 혐의가 반복되는 흑역사는 종지부를 찍을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인지할 필요가 있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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