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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에 오른 낙하산 인사

김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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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6-10-10 01:01

김의석 금융부장 겸 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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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에 오른 낙하산 인사
[한국금융신문 김의석 기자] 20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새누리당의 참여로 파행 1주일 만에 정상 가동된 지난 4일 IBK기업은행에 대한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는 야당 의원들의 차기 기업은행장 낙하산(落下傘) 인사에 대한 집중 추궁이 이뤄졌다고 한다.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권선주 IBK기업은행장은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차기 IBK기업은행장 내정설에 대한 질문을 받고 “언론을 통해 들었다”고 말했으며, 더불어민주당 정재호 의원은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내정됐다는 소문이 도는데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청와대 들으라는 듯 말했다고 한다.

현기환 전 수석은 주택은행 인사부와 노조위원장, 한국노총 본부장을 거쳐 2004년 부산시장 정책특보로 정계에 입문한 뒤 18대 의원을 지냈다. 금융권 경력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전공이나 이력을 볼 때 금융 전문성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 더구나 그는 4·13총선에서 청와대 공천 개입으로 새누리당이 패배한 데 대해 사실상 문책(問責) 경질된 인사다. 그런데도 ‘금의환향(錦衣還鄕)’할 경우 노조 운동하다 정치권을 거치면 은행장도 쉽게 할 수 있다는 잘못된 신호를 주기에 충분해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당장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IBK기업은행지부가 정권 실세(實勢)를 자임한 친박(親朴) 핵심 낙하산 인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최근 성명서(聲明書)를 내고 “현기환 전 정무수석을 차기 기업은행장에 임명하는 것을 가만히 보고 있지 않을 것”이라며 “기업은행장 자리에 틈만 나면 낙하산 인사를 내려 보낼 노림수를 거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한다.

노조뿐만 아니라 기업은행 입장에서도 낙하산 인사는 달갑지 않을 것이다. 청와대 출신 낙하산 인사가 차기 은행장으로 낙점될 경우 최근 두 차례 내부 출신 행장을 배출했던 성과는 다시 묻히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조준희 전 행장이 2010년말 행원(行員) 출신으로 최초로 내부 출신 은행장이 됐고, 2013년말 권선주 행장도 첫 여성 대통령 시대를 맞아 은행권 최초 여성 은행장에 오르며 ‘유리천장’(여성이 고위직에 올라가는 것을 막는 보이지 않는 차별)을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때문에 외부 인사가 차기 은행장으로 올 경우 내부 승진과 여성 은행장이라는 성과가 모두 빛이 바라게 될 거라며 우려하고 있다고 한다.

IBK기업은행은 정부가 지분 51.8%를 보유한 국책은행으로 중소기업 대출에 특화된 은행이지만 다른 시중은행과 치열한 영업 경쟁을 해야 하는 입장이다.

특히 지난해 1조원 넘는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는 등 건실한 경영실적을 유지해왔으며, 올해 약 1500억원의 배당금을 정부에 지급하기도 했다. IBK기업은행 내부에서는 시중은행들이 대기업 구조조정 리스크를 줄이는 등 본격적인 수익성 관리에 나서는 상황에서 은행 경영 경험이 부족한 인사가 은행장에 오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정권 말기라는 점에서 외부 낙하산 인사가 행장으로 오는 것을 막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을까 생각된다.

IBK기업은행장 자리는 금융위원장의 제청(提請)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任命)하는 만큼 정치권의 입김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번 외부 인사 내정설은 그동안 낙하산 인사로 인해 흔들려왔던 IBK기업은행 입장에서는 어쩌면 또 한 번 ‘공든탑’이 무너지는 일일지도 모른다.

때문에 차기 은행장에게는 내부 조직 융합(融合)이 가장 큰 숙제가 될 것이다. 그동안 낙하산 인사로 줄세우기 문화가 만연했던 분위기와 함께 정치권 보은인사(報恩人事)에 보답했던 정책 등을 지우기 위해서다. 당파(黨派)간 싸움을 없애기 위해 인재를 골고루 기용한 ‘탕평책(蕩平策)’처럼 공정한 인사도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성과연봉제(成果年俸制) 도입 등으로 갈등을 겪고 있는 노동조합과의 문제도 풀어야한다. 마더십(마더+리더십)을 펼쳤던 권선주 행장처럼 새로운 리더십도 필요하다.

내년 초까지 임기가 만료되는 금융 공공기관장 9곳에 대해 이런 식의 인사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고, 문제는 세월호 ‘관피아’ 논란 이후 한동안 잠잠하던 낙하산 봉인(封印)이 최근 들어 해제된 듯 한 상황이란 점이다.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 들어 금융권 고위 임원진으로 들어간 정치권 혹은 관료 출신 인사는 2016년 들어 64명에 이르렀다. 2014년 59명, 2015년 51명을 웃도는 수준이라고 한다.

사실 낙하산 인사와, 그에 따른 관치금융(官治金融) 의 폐해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한국 경제를 위기로 몰아넣고, 여러 악재로 국민을 허탈하게 만든 대우조선해양 사태를 불러온 원인 중 하나는 낙하산 인사였다.

대학교수 출신의 홍기택 전 KDB산업은행 회장은 박근혜 정부 대통령직 인수위원으로 활동하다가 정권의 낙하산으로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을 3년 가까이 이끌었다. 스스로 낙하산 인사임을 인정하기도 했던 홍기택 전 회장은 지난해 KDB산업은행이 대우조선에 국민 혈세(血稅) 4조2000억원 지원을 결정했는데도 자신은 들러리만 서고 정부가 모든 것을 정했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었다.

금융산업이 관치(官治) 사슬을 끊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역량 있는 경영자 선임이 충분조건은 아닐지라도 필요조건이다. 낙하산 CEO는 금융산업 발전을 뒷전으로 하고, 정부 눈치 보기에 급급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간의 경험으로 분명해졌다.

그렇다고 낙하산 인사 자체를 전면 부정할 수 도 없는 노릇이다. 내부 승진 등의 순혈주의(純血主義)가 안고 있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낙하산 인사 문제는 더구나 정당제 민주주의의 불가피한 비용이라는 측면도 안고 있다. 정당(政黨)은 그곳에 속한 정치 운동가들에 대한 적절한 보상 없이는 돌아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미국이 엽관(獵官)제도를 운영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정권과 수명을 같이할 자리라면 정권의 철학을 공유하는 인사가 가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 돌아보면 역대 정권의 낙하산도 그 나름의 이유는 있었다. 하지만 ‘홍기택 사태’로 낙하산 인사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논란은 될 수 있으며 피해야 한다.

옛말에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말도 있지 않나. 능력 중심의 인재등용이야말로 국가의 흥망을 결정짓는 중차대한 사안이다. 그것은 동서고금(東西古今)을 막론한 만고불변(萬古不變) 의 진리임에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박근혜 정부는 이번 금융공기업 CEO 인사는 투명한 절차를 거쳐 공정하게 단행돼야 한다. 국민이 수긍할 수 없는 논공행상(論功行賞)식 인사가 단행될 경우 금융공기업 개혁은 공허한 메아리에 그칠 수밖에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낙하산 철폐’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다. 세월호 대국민 담화(談話)를 통해서는 ‘관피아는 우리 사회 전반에 수십년간 지속돼 온 고질적인 병폐(病弊)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약속했다. 이번에는 그 약속을 지키길 바란다.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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