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마지막까지 금융개혁 놓지 않는 오바마 정부

관리자 기자

입력 : 2016-05-02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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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 손정국 사무국장


[한국금융신문] ‘증권중개인’도 권유시 고객에게 최상의 이익 고려해야

임기 300일 남기고 투자자 위한 금융제도 개선 노력 빛나

지금 미국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가 대통령 예비선거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겠지만, 미국 금융업계는 지난 4월 6일에 미국 노동부(Department of Labor, DOL)가 발표한 규정에 더 관심이 있을 지도 모릅니다. 규정의 내용은 단순합니다.

미국의 퇴직연금인 401(k)와 IRA(Individual Retirement Account)에 대해서 권유나 자문을 하는 금융업자는 “고객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미국에서 투자자들은 투자 상품에 대해서 대개 「증권중개인」이나 「투자자문업자」에게 권유나 자문을 얻는데, 증권중개인과 투자자문업자는 근거법이 다르고 법적인 책임도 다릅니다.

증권중개인에게는 「적합성」(suitability)이 중요한데 투자자문업자는 「신인의무」(fiduciary duty)를 집니다.

새로운 규정은 증권중개인이라도 401(k)나 IRA에 권유하는 경우 신인의무를 부담하게 한 것입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제까지 증권중개인은 고객의 상황, 즉 연령, 투자목적, 위험 성향 등에 근거해서 ‘적합한’ 상품을 권유하면 끝이었는데, 새로운 규정 하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고객의 ‘최상의 이익’(best interest)을 고려해야 합니다.

증권중개인의 수입이 줄 가능성이 있어도 말이지요. <뉴욕타임스>의 설명을 구체적 사례에 적용해 보면, 적합한 상품이 여럿 있는 경우 증권중개인이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상품, 예를 들어, 판매수수료가 가장 높은 상품을 권유해도 무방했는데 앞으로는 판매수수료가 가장 낮은 상품을 권유해야 하는 것입니다.

새로운 규정이 금융회사의 수익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은 지극히 당연하지요.

그러자 노동부 규정을 두고 찬반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습니다. 시민단체들은 당연히 환영일색이지만 금융업계는 입장이 갈립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투자자가 어느 금융업자에게 문의하는가에 따라 노동부의 새로운 방침이 투자자들에게 유리할지 여부에 대한 답변이 다를 것이라며, 증권업계와 보험업계는 타격을 입겠지만 컴퓨터를 활용하는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er)와 인덱스펀드 등 비용이 저렴하고 단순한 금융상품은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인덱스펀드가 주력상품인 「뱅가드」(Vanguard) 자산운용의 창업자 보글(Jack Bogle)이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타인의 돈을 만지는 사람은 신인의무를 부담해야 한다”며 찬성 의견을 밝힌 것도 이런 배경입니다. 반대진영의 논리는 증권중개인들의 준법비용이 크게 늘어나게 되어 소규모 업체가 불리할 것이며, 증권중개인들이 권유를 꺼릴 수 있고, 투자자에게 필요하지만 비싸고 복잡한 상품보다 인덱스 펀드 등 저렴한 상품을 권유할 가능성이 높아 투자자들이 오히려 적절한 권유를 받지 못하거나 권유 비용이 크게 높아지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작년 2월에 노동부가 규정(안)을 발표했을 때 화이트(Mary Jo White) SEC 위원장도 투자자들이 자문을 받기 어려워질 수 있음을 인정했답니다. 나름 타당성이 있지만 백악관이 발표한 이해상충의 폐해가 훨씬 더 심각하게 다가옵니다. 규정은 확정되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멉니다. 증권업계와 보험업계가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답니다.

노동부 규정을 둘러싼 대립으로 힘이 부치는 상황인데도 오바마 행정부는 지난 21일에 금융업계 임직원의 보상체계에 대한 규정(안)을 발표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이 3월에 관련기관장들을 백악관으로 불러 규정 제정에 박차를 가했답니다. 서브프라임 금융위기 이후 금융업계 임원들의 보상체계 개선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금융업계 스스로 보상체계를 개편했는데, 규정(안)은 그보다 훨씬 강력해서 금융업계가 당혹해 하고 있습니다. 적용업종을 「페니메이」(Fannie Mae)나 「프레디맥」(Freddie Mac) 등 국영 모기지 회사까지 넓혔고, 적용대상도 임원 외에 일부 직원들에까지 확대했으며, 성과급 분할지급기간을 4년, 성과급을 환수할 수 있는 기간을 7년으로 정해서 현재의 관행보다 늘렸습니다. 규제 때문에 보상총액이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거나, 규제가 적은 헤지펀드나 실리콘밸리에 인재를 빼앗길 것이라는 볼멘소리가 있지만 이미 진행 중인 개선이므로 금융업계가 결국 수용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입니다.

백조는 죽기 전에 단 한 번 노래한답니다. 금융위기 이후 영국에 비해 제도개선이 미흡했다는 평을 듣고 있는 미국에서, 임기가 300일도 남지 않은 오바마 행정부의 금융제도 개선노력이 백조의 노래일까요?

그보다는 금융제도 개선이 투자자보호, 더 나아가 금융 산업의 건전한 발전에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에 포기 못하는 것이겠지요. 오바마 행정부의 마지막 노력이 유종지미를 거두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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