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은행연합회에서 제공하는 은행금리비교를 살펴보면 국민, 신한, KEB하나, 우리, 농협 등 5개 주요 은행의 2월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연 4.07%이다. 지난해 말 3.91%에 비해 0.16%p 올랐다. 주택담보대출금리도 마찬가지로 오름세다. 5개 은행의 지난 달 주택담보대출 만기 10년이상 분활상환방식의 평균금리는 연 3.16%이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7월 이후 기준금리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당시 2.98%금리에 비해 이제까지 0.18%p 올랐다.
오르는 대출 금리와 다르게 예금금리는 0%대까지 떨어졌다. 예금을 맡겨도 이자를 기대하기 어렵고 저금리 시대라는데 대출 금리는 오르니 고객입장에서는 불만이다. KB국민은행은 지난 1일부터 KB퇴직연금정기예금 및 Wise퇴직연금정기예금의 기본금리(1년 만기·3개월 회전)를 연 1.05%에서 0.85%로 낮췄다. 이는 1년 만기 정기예금 상품이 0%대로 떨어진 것을 처음으로 보여주는 상징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시장금리의 흐름을 보여주는 3년 만기 국채 금리 역시 지난해 말부터 올해 2월까지 0.20%p 하락했다.
금융 소비자 입장에서는 의아할 수 있는 이러한 현상이 가능한 이유는 은행이 자율적으로 매길 수 있는 가산금리 때문이다. 은행은 기준금리에 신용도에 따른 위험가중금리인 가산금리를 더해 대출 금리를 정한다. 이 가산금리가 대출금리 상승의 주요 원인이다.
국민은행의 경우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동결한 7월부터 올해 1월까지 주택담보대출 가산금리가 1.09%에서 1.32%로 올라갔다. 신한은행도 1.12%에서 1.35%로 상승했다. 다른 은행들도 전체적으로 상승세를 보였다. 은행들은 가산금리 산정의 정확한 근거를 영업비밀 등을 이유로 들며 말하지 않지만 기업과 개인등 차입자의 신용도가 나빠지고 경기 불확실성이 증가했기 때문에 대출금리가 오를 수밖에 없다고 해명한다.
하지만 이 같은 은행의 움직임은 경기 불확실성에 대한 위험관리를 손쉽게 금융소비자에게 부담지우는 방식이라고 지적된다. 저금리 상황에서 은행이 예대마진(예금과 대출의 금리차이)을 손쉽게 확보한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같은 기간 우리은행의 경우는 오히려 가산금리와 대출금리를 내렸다. 우리은행의 대출금리는 작년 6월 3.15%에서 1월 3.10%, 가산금리는 1.23%에서 1.14%로 감소했다. 똑같은 환경 속에서 더 오르고 덜 오르고가 아닌, 아예 반대의 움직임을 보인다는 것은 어떤 은행들은 이자수익을 위해 예대 금리 간 격차를 더 벌렸다고 의심할 만 하다.
예전에는 금융당국이 은행권이 가산금리를 조정하는데 있어서 적당한 선에서 예대마진을 취할 수 있도록 자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엔 당국이 금융사의 경영자율을 침해하지 않는 방향으로 흐르면서 은행들의 예대마진 확보 움직임이 더 노골적으로 변한 것으로 보인다. 한 은행 관계자는 "시장금리가 떨어지면서 은행들의 수익성 확보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라고 속내를 내비쳤다.
신윤철 기자 raindrea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