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올림이 10월 7일부터 서울 강남 삼성전자 본사 앞에서 무기한 천막농성에 들어간 것. 삼성전자의 이번 발표가 사태를 조기에 마무리하려는 편법이라고 판단해서다.
반올림 측은 현재 삼성에 ▲진정한 사과 ▲차별없는 보상 ▲재발방지재책 강구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5월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가 공식적인 사과를 한데 이어 최근 보상책에 대한 불만으로 해석 가능한 부분이다.
삼성전자가 내놓은 보상책이 사태를 조기에 마무리하려는 것이라는 게 반올림 측 주장이다. 삼성 측은 보상 대상자를 이달 말까지 신청한 유가족에 한정한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고 반올림 측은 강조했다.
반올림이 위촉한 교섭단 간사 공유정옥 씨는 “삼성전자는 보상위원회를 만들고 130명이 신청, 이중 100여명에게 보상을 해줄 것이라고 밝혔다”며 “조정권고안의 핵심은 삼성이 보상의 주체가 돼서는 안된다는 것인데 지금 상황은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삼성전자는 반도체 공장 피해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도 제공하지 않는다”며 “사망한 가족에 대해서도 회유를 시도해 소송을 취하하게 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는 권오현 부회장의 공식 사과에 이어 유가족들과 지속적으로 실무협의를 가졌지만,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2014년 중반 보상기준을 마련해 보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면서, 이후 유가족들이 반도체와 LCD 사업장 피해자들을 아우르는 보상을 논하자고 했으나 삼성 측은 교섭에 참석한 유가족의 보상부터 논의하자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삼성은 나중에 이 부분에 대해서도 유가족 의견에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공유 씨는 “유가족들은 진정한 사과, 평등한 보상, 재발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자는 것”이라면서 “교섭회의에서 삼성전자는 소송 중인 5명과 대화를 원하지 반올림과는 대화할 수 없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등 합의 의사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충분히 노력했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과 가족대책위원회, 반올림 등은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조정위원회를 만들었다”며 “반올림 등은 삼성이 제시한 질병 범위가 제한적이라 하지만 삼성이 제시한 질병 기준은 모호하지 않다”고 일축했다.
그는 이어 “조정권고안에 제시가 된 대로 보상금 절차에 따라 제대로 지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보상 시한에 대해서도 “이미 밝혀진 희생자들은 올해 안에 신청을 하면 보상을 받을 수 있다”면서 “만일 나중에 발병이 밝혀지는 경우에도 신청을 하면 보상을 해줄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질병의 인과 관계에 대해 “수많은 유형에 대해 그것을 직업병으로 보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SK하이닉스의 경우도 보상은 해주지만 ‘백혈병과의 인과관계는 낮다’라는 결과가 나왔다”고 덧붙였다.
삼성 측은 피해자 산정에 대해 “반올림이 정한 221명이라는 수치는 믿음이 안 간다”며 “반올림이 221명에 대한 정확한 명단을 제공하지 않았고, 익명처리 해 신뢰가는 자료로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고영훈 기자 gyh@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