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카드사의 시도는 업계 상품기획자들에게 암암리 화제가 됐다. 이 회사가 구상한 상품은 기본연회비를 면제한 모바일 전용카드, 일명 ‘공짜 모바일카드’.
실물카드의 기본연회비가 최저 5000원, 발급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모바일카드는 하나카드와 신한카드가 3000원, BC카드가 2000원인 점에 비춰보면 제법 파격적인 구상이다.
하지만 상품출시는 기획 도중에 접어야만 했다. 문제는 표준약관이다.
카드 연회비는 발급 및 배송, 회원모집·관리비용인 기본연회비와 부가서비스에 따라 붙는 제휴연회비로 구분되고 이에 대한 규정은 ‘신용카드 개인회원 표준약관’을 따른다. 약관상 다른 법령으로 정해진 게 아니라면 카드발급 최초년도 연회비는 면제되지 않는다는 조항이 있다.
금융감독원은 이를 바탕으로 모바일 단독카드가 발송·배송비는 들지 않으나 회원모집·심사, 상담 등에 관련된 비용은 발생하기 때문에 연회비 면제는 약관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금감원이 연회비를 저렴하게 책정할 수는 있어도 전액 면제는 안 된다는 뜻을 전해왔다”며 “연회비 면제 말고 다른 형태의 모바일 전용카드를 물색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비록 중도에 무산됐지만 공짜카드를 구상된 배경에는 모바일카드의 흥행부진이 크게 작용했다. 지난 5월 하나카드가 최초의 모바일 전용카드를 출시한 이후 모바일카드는 핀테크의 대표주자로 주목받았으나 지금까지의 성과를 보면 실패분위기가 역력하다.
모바일카드 출시 초기에는 사용이 편하고 연회비도 실물카드보다 훨씬 저렴한 장점이 부각됐다. 하지만 실적은 부진한데 하나카드도 지난달 기준으로 발급실적이 1만장을 넘긴 정도다.
특히 삼성페이의 도약은 모바일카드의 흥행부진에 결정타를 날렸다. 출시 두 달 만에 누적가입자가 100만명을 돌파했으며 연내에 교통카드까지 추가될 예정이라 승세는 이미 기울어진 셈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카드업계로서는 판을 흔들 시도가 필요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모바일카드는 고객들에겐 실물카드의 부가적인 개념으로 인식되는데다 대출기능도 없어 플라스틱 카드를 대체할 만한 메리트가 적다”며 “무엇보다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결제 가능한 인프라를 갖춘 가맹점도 많지 않은 게 문제”라고 말했다.
원충희 기자 wch@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