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빅테이터 활용, 능동적 자산관리시스템 구축
세상을 뒤흔들 새로운 투자수단일까? 기존의 시스템트레이딩의 재탕일까? 핀테크붐을 타고 로보어드바이저가 신투자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증권사도 연내 서비스제공을 목표로 로보어드바이저 시스템 구축에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가장 의욕적 모습을 보이는 곳은 KDB대우증권이다. KDB대우증권은 최근 한달사이 로보어드바이저업체들과 잇따라 손잡았다. 쿼터백랩(Quarterback Lab), 데이터앤애널리틱스, AIM, 디셈버앤컴퍼니 등 4개 회사와 양해각서를 맺고 빅데이터 등을 활용한 자산관리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NH투자증권도 지난 8일 WM핀테크추진 TFT를 꾸렸다. 로보어드바이저와 고객관리시스템을 결합한 온라인 자산관리플랫폼을 통해 모바일 채널에 익숙한 투자자전용서비스를 구축할 계획이다. 로보어드바이저 도입에 그치지 않고, 고객 스스로 과거 투자패턴, 수익률 등 데이터를 활용해 포트폴리오를 설계할 수 있는 능동적 자산관리시스템으로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다.
삼성증권도 로보어드바이저 도입을 위해 자산고객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로보어드바이저 업체들과 제휴도 타진하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로봇을 뜻하는 로보(Robo)와 자문전문가를 의미하는 어드바이저(Advisor)의 합성어로, 투자자가 입력한 정보를 토대로 알고리즘을 활용해 자동으로 시장상황에 따라 리스크를 조정해가며 자산을 관리해주는 서비스를 뜻한다. 이름은 거창하지만 완전히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자동으로 매수, 매도한다는 점에서 한때 유행했던 시스템트레이딩과 비슷하다. 때문에 국내 시장에서 크게 재미를 못봤던 시스템트레이딩이 로보어드바이저로 이름만 바꿔 재탕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의 경우 HTS에 신호를 주는 것을 비롯해 다양한 자동매매서비스가 있다”라며 “로보어드바이저의 주요 투자대상인 ETF도 개별ETF가 아니라 단순히 지수ETF, 섹터ETF로 투자비중을 조율하는 방식이라면 기존의 시스템트레이딩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투자자 입맛 충족시키는 맞춤형 포트폴리오 강점, 성공 가능성 의견 분분
이같은 우려에 대해 로보어드바이저와 시스템트레이딩은 목적이나 내용 모두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입장이다. 실제 KDB대우증권의 경우 소수의 전략에 의존하는 시스템트레이딩에서 벗어나 핀테크업체들의 경쟁을 통해 알고리즘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자문사가 포트폴리오를 제공하는 자문형랩처럼 로보어드바이저업체들이 알고리즘을 제공하는 구조다. 이때 증권사가 포트폴리오를 필터링하는 자문형랩과 달리 핀테크업체의 알고리즘을 바꾸지 않고 그대로 제공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KDB대우증권 관계자는 “무궁무진한 퀀트베이스가 바탕”이라며 “알고리즘이 경쟁하는 플랫폼구축를 통해 투자자가 자기성향에 맞는 알고리즘을 선택하고 자동으로 포트폴리오를 리벨런싱한다는 점에서 시스템트레이딩보다 진일보한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한때 특허받은 ETF자동매매시스템인 스마트인베스터로 시스템트레이딩붐을 일으켰던 NH투자증권도 마찬가지.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시스템트레이딩 변형한 형태로 다양한 알고리즘을 통해 자기투자성향에 맞는 최적화된 자산배분이나 투자전략을 짤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며 “포괄적인 자산관리의 툴로 확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로보어드바이저의 성공가능성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엇갈린다. 먼저 해외사례를 근거로 시장파이가 커질 것이라는 긍정론이다.
실제 미국의 경우 지난 상반기 로보어드바이저의 시장규모는 약 200억달러로 오는 2022년이면 4518억달러로 약 22배 성장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아직 우리나라의 자산관리서비스가 대중화되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로보어드바이저시장이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기대다.
KDB대우증권 관계자는 “타깃은 매스투자자로 그간 자산관리서비스의 경우 거액고객들이 대상이어서 소액투자자는 PB서비스를 받기에 한계가 있었다”라며 “로보어드바이저는 기존 서비스를 완전히 대체하거나 새로운 시장을 여는 것보다 소액투자자를 위한 자산관리서비스로 자산관리를 대중화의 물꼬를 여는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외사례와 액면비교는 무리라는 관측이다. 증권사 PB는 “미국이 로보어드바이저가 활성화된 이유는 자산관리수수료가 비싸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국내 증권사의 경우 수수료가 높지 않고 이마저도 금융상품에 녹아 우리나라에서 통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유안타증권 이중호 연구원은 “신뢰할 만한 수익률이 쌓일 때까지 투자자들은 의심을 갖고 지켜보며 그 불안감이 가라앉을 때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로보어드바이저업체들이 알고리즘을 일종의 블랙박스로 공개하지 않을 것이 확실시되는데, 수익률압박에 노출되면 불투명한 알고리즘에 대한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성해 기자 haeshe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