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영권 확보보다 10% 지분확보로 시너지 눈독
기대가 컸을까? 두려움이 컸을까? 증권사 주도의 인터넷전문은행이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인터넷은행인허가신청기간이 오는 30일부터 다음달 1일로 임박한 가운데 공식적으로 인허가접수를 밝힌 컨소시엄 가운데 증권사가 주축인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지분 50% 보유로 경영권확보가 아니라 10% 수준의 지분참여로 그 지위가 사실상 재무적투자자에 그치고 있다.
가장 발빠르게 인터넷은행설립을 위해 뭉친 곳은 ‘카카오뱅크 (가칭)’ 컨소시엄이다.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주축은 다음카카오다. 여기에 한국금융지주가 지분 50%를 보유한 대주주로, 다음카카오 10%, 국민은행 10%로 참여했다. 하지만 한국금융지주가 최대주주로 경영권을 행사할 기간은 그리 길지 않다. 비금융주력자의 은행지분 보유한도가 4%에서 50%로 상향조정하는 은행법 개정이 이뤄지면 다음카카오는 한국금융지주의 지분을 매입, 최대주주로 올라설 계획이다.
유력후보로 꼽히는 인터파크 뱅크 그랜드 컨소시엄(가칭)도 증권사의 지위는 우군에 가깝다. 컨소시엄에 참여한 NH투자증권의 지분율은 은행권 참여자인 기업은행과 마찬가지로 10%다. 인터파크가 현행 산업자본 최대 지분율인 10%를, SK텔레콤, GS홈쇼핑 등이 의결권 주식 4%를 투자했다. 참여주주 사이의 계약을 통해 은행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인터파크가 지분율을 확대, 최대주주로 등극할 전망이다.
뒤늦게 닻을 올린 KT컨소시엄에 현대증권이 참여했다. 최대주주가 아니라 10%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주요주주의 수준으로 지분율확보를 협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증권 관계자는 “대주주가 될 지, 공동주주로 참여할지 아직까지 결정된 바 없다”며 “단지 참여지분율은 주요주주 수준으로 검토중이나, 그 역할은 단순한 재무적 투자자에 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은행법 개정시 키움證 컨소시엄 구성, 불확실한 시행시기 부담
증권사가 경영권을 확보한 최대주주로 인터넷은행에 과감히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이유는 앞으로 증자 등 추가투자에 대한 부담에다 검증되지 않은 사업모델의 불확실성이 겹쳤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이번 인허가신청에서 인터넷 전문은행의 최소자본금을 1000억원으로제시했다. 그러나 그 규모로 인가를 신청하는 컨소시엄은 한곳도 없다. 예컨대 인터파크 컨소시엄은 최소자본금보다 3배 많은 3000억원 인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인터파크 관계자는 “단기적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접근하고 있으며 추가적 증자나 비용투자도 예상하고 있다”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차근차근 단계를 밟으며 각 참여사가 가진 노하우와 인프라를 잘 조율해 혁신적 서비스모델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은행을 통한 직접적 수익창출보다 판매채널로 장기적인 고객확보효과가 크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컨소시엄참여 증권사 관계자는 “우리 입장에서는 온라인을 통해 판매채널확대와 잠재고객확보가 가장 크다”라며 “지분을 확대하지 않아도 이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는데, 수익모델이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 공격적으로 투자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증권사 중심 인터넷은행은 키움증권이 차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키움증권의 대주주는 지분 48.63%를 보유한 IT회사인 다우기술로 현행법상 산업자본으로 분류돼 인터넷은행을 설립하더라도 지분을 4%(의결권없는 지분 10%)밖에 소유할 수 없다. 금산분리규제로 이번 인허가신청에서 빠지게 됐으나 은행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최대주주로 직접 컨소시엄을 꾸려 증권사 주도의 인터넷은행을 설립할 계획이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이미 내부에서 테스크포스팀을 꾸려 철저히 준비중”이라며 “단 은행법 개정안통과 속도에 따라 인터넷은행설립이 빨라지거나 늦춰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위는 지난 7일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심사시 △자본금 규모(100점) △주주구성계획(100점) △사업계획(700점) △인력·영업시설·전산체계 및 물적설비(100점) 등 총 1,000점으로 평가항목과 점수를 발표했다. 이 가운데 가장 배점이 높은 사업계획의 경우 혁신성 등을 가장 비중있게 평가할 예정이다. 신청서접수 이후 감독원심사(10월) 및 평가위원회 심사(11~12월)을 거쳐 금융위에서 예비인가를 의결(12월)할 계획이다.
교보증권 황석규 연구원은 “금융당국이 금융개혁에 적극적인 모습으로 은행법 개정안 통과와 상관없이 2016년 상반기에는 일단 인터넷전문은행이 설립될 가능성이 높다”라며 “초기 인터넷전문은행 수익모델이 취약할 경우 부실화 우려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최성해 기자 haeshe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