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이전까지도 창의적 인재는 강조돼왔습니다. 삼성만이 아니라 모든 기업이 그랬습니다. 경쟁이 치열할수록 단 하나의 아이디어가 회사의 운명을 좌우하기 때문입니다. 애플과 삼성, LG, 그리고 중국과 일본의 전자업계가 뒤얽혀 싸우는 광경을 보면 아슬아슬 합니다. 아이디어하나로 엎치락뒤치락 합니다.
◇ ‘창의’에 대하여 헛짚고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해서 창의적인 인재가 될까요? 창의성은 어떻게 계발할까요? 이에 대한 이론은 무궁무진합니다. 수많은 전문가들이 창의적 인재가 되기 위한 방법, 상상력을 자극하고 창의성을 키울 수 있는 요령, 아이디어를 내는 발상의 기법 등을 상세히 다룹니다. 그런데 그런 것들을 세심히 들여다보면 잘못 짚거나 엉뚱한 곳을 긁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창의에 관한 어떤 책은 황당한 수수께끼나 퀴즈, 퍼즐 따위의 문제풀기로 가득한가 하면. 어떤 것은 이름난 과학자의 발명과정을 역으로 분석하여 ‘창의기법’이라는 이름으로 다룹니다. 어떤 이는 창의적인 사람이 되려면 어려서부터 미술이나 음악을 배워야 한다고 주장하고, 어떤 이는 영화와 독서를 강조합니다. 어떤 이는 창의 발상법이라며 ‘덧붙여라’ ‘공감하라’ ‘크기를 바꿔라’ ‘쪼개라’ ‘뒤집어라’ ‘의심하라’ 등등 지극히 지엽적인 요령을 수십 가지나 권하는가 하면, 어떤 이는 칭찬이 창의의 묘약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런 식으로 말하면 세상에 창의성을 키우는 것과 관련이 없는 일은 하나도 없다는 결론에 이릅니다.
창의에 관한 주장이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자 올리버 버크먼(Oliver Burkeman)이 한마디 했습니다. ‘영국의 말콤 글래드웰’이라 일컬어지는 그는 “창의성에 관한 책들이 말이 안 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면서, 그런 주장들이 놀라울 정도로 진부하고 재미없을 뿐 아니라, 우스꽝스럽고 자기 파괴적인 ‘광대짓’들이라고 했습니다. 더욱이 기업의 경영자들은 그 말에 따라 직원들에게 아무 효과도 없는 일들을 시키면서 광대짓을 진두지휘한다고 쏘아붙였습니다(올리버 버크먼, 《행복중독자(HELP!)》 김민주·송희령 옮김, 생각연구소, 2012.)
물론 창의에 관한 기존의 주장들이 전혀 가치 없다는 말은 아닙니다. 창의성을 학문적으로 배워서 창의성 전문가가 되려는 사람이라면 그런 주장들이 유용할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네 직장인들에게 필요한 창의는 그런 게 아니지 않습니까?
당신이 창의를 배우고 익히려는 목적이 무엇입니까? 발명가가 되고 싶어서입니까? 예술적 상상력과 과학적 창의력을 익히고 싶어서입니까? 디자이너나 광고인들이 발휘하는 그런 창의를 배우고 싶어서입니까? 노벨상을 타려는 것입니까?
나중에는 그런 일이 벌어질망정 지금 우리가 목표로 하는 ‘창의’는 예술이나 과학적 창의가 아니라 ‘비즈니스 창의’입니다. 직장생활에서 자기를 실현하고 자신이 하고 있는 일과 관련된 창의를 익히려는 것입니다. 치열한 경쟁에서 더 나은 위치를 확보하고 인재로서 인정받기 위하여 자기를 갈고 닦는 자기계발의 강력한 동력과 수단으로서의 창의입니다. 그런 점에서 지금까지의 창의는 뭔가 헛짚고 있다는 버크먼의 지적은 옳습니다.
◇ ‘디프리하드’를 기억하라
창의성 계발과 관련하여 한 가지 팁을 드리겠습니다. 창의적인 직장인이 되려면 일을 할 때마다 ‘디프리하드’를 대입해보라는 것입니다. ‘디프리하드(difreehard)’는 영어사전에 없는 조어로서 제가 오래전에 만들어 활용하는 것인데 좋은 효과를 보고 있기에 공개합니다. difreehard란 different, freely, hard 3단어를 합성시킨 것입니다.
첫째, different. 당신이 어떤 일을 할 때는 지금까지의 방식과 다른 방식은 없는지, 차별화시키는 수단은 없는지, 어떻게 하면 좀 더 나은 방식으로 할 것인지를 늘 궁리하여 찾으라는 말입니다. 남과 다르고 지금까지와 다른 것, 그것이 바로 창의입니다.
둘째, freely. 다른 것을 찾을 때에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한계를 두지 말고 종횡무진 자유롭게 생각하라는 말입니다. “머리좋은 사람들이 그거 생각 안 해봤겠어?” “지금까지 그런 사례가 없어” “그건 불가능해” 이런 고정관념과 한계가 바로 창의의 천적입니다.
셋째, hard. 다르게 생각하고 자유롭게 생각하되 지독할 정도로 몰입하여 궁리하라는 말입니다. 건성으로 생각하면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습니다. 창의는 몰입에서 나옵니다.
최근 삼성전자 디자인경영센터 글로벌디자인팀장(전무)으로 스카우트된 이돈태씨. 그는 40대의 젊은이지만 영국 D&AD 디자인상과 한국최고경영자회의 창조경영부문 대상에 빛나는 산업디자인계의 거목인데 <조선일보>와의 인터뷰(2015. 1. 31)에서 참 좋은 말을 했습니다. “작은 디테일이 큰 차이를 만든다. 90% 제품은 누구나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승패는 나머지 10%에서 갈린다. 90%를 넘어서는 건 90%까지 이루기 위한 과정보다 더 힘들 수 있다. 디테일은 몰입(沒入)을 통해 완성된다.” 그렇습니다. 창의적 인재냐 아니냐도 결국은 10%의 디테일에서 갈립니다. 그리고 그것은 몰입하느냐 아니냐에 달려있는 것입니다.
지면 관계상 더 상세한 설명을 하지는 못하지만 이제 어떻게 해야 비즈니스 창의를 발휘하는 지 알 것입니다. 요령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디프리하드’를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이 한마디에 창의인재가 되는 길이 있다고 저는 확신합니다.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