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가운데 대형 금융지주계열사인 KB부동산신탁과 하나자산신탁의 상반된 수주행보가 시선을 끌었다. 국내 부동산신탁 전업사 가운데 수탁고 1위 업체인 KB부동산신탁은 리스크 부담이 적은 담보신탁 위주로 사업을 강화하는 반면 하나자산신탁은 그 동안 주력했던 담보신탁 대신 토지신탁 비중을 늘려 수익성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담보신탁 보수 증가 등으로 수익성 지표 개선
부동산신탁회사 11곳의 올 상반기(2014년 1월부터 6월말까지) 순이익은 73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0억원이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표 참조>
부동산신탁 전업사 모두 흑자를 기록한 가운데 한국토지신탁(312억원)의 흑자폭이 가장 컸으며 한국자산신탁(103억원), 코람코자산신탁(90억원), 대한토지신탁(56억원), 하나자산신탁(52억원), 국제자산신탁(38억원), KB부동산신탁(33억원), 아시아신탁(21억원), 코리아신탁(16억원), 생보부동산신탁(10억원), 무궁화신탁(6억원) 등 순으로 집계됐다.
아울러 이들 부동산신탁회사의 수탁고(126조6000억원)는 중소형 전업사들의 공격적 영업으로 담보신탁 수탁고가 늘어나면서 전체적으로 전년말 대비 6.7%(7조9000억원) 증가했다.
2011년 말 148조7000억원을 찍은 후 지난해 말에는 118조7000억원까지 떨어진 수탁액이 다시 120조원 대를 회복한 셈이다. 11개사의 올 상반기 영업수익은 2209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0% 증가했다. 2011년 3832억원, 2012년 3926억원, 2013년 4491억원을 기록하는 등 해마다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영업이익도 96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0% 늘어나는 등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또 총자산은 1조573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0.5%(77억원) 줄었다. 총부채가 3638억원으로 13.8%(580억원) 감소한 대신 자기자본이 1조2092억원으로 4.3%(503억원)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이 같은 추세는 부동산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 속에 신탁회사의 공격적인 영업이 이어진 결과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부동산 담보를 신탁 받거나 토지를 위임받아 개발하는 등의 사업이 활기를 띠고 있는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 KB부동산신탁-하나자산신탁 엇갈린 영업행보
이처럼 11개 부동산신탁 전업사들이 전반적으로 향상된 영업실적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 계열 부동산신탁사간의 상반된 영업활동도 눈길을 끌었다.
KB부동산신탁은 국내 신탁사 가운데 가장 많은 수탁고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수탁고 18조 9000억 원(2013년말 기준 )을 기록하며 1위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2011년을 정점으로 수탁고가 20조원 아래로 떨어지며 2위와의 차이도 많이 줄어들었다. 다만 올해 상반기 수탁고가 21조 3000억원으로 늘어나며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영업이익(43억원)과 순이익(33억원)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수탁고가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수익성 지표은 개선되지 않고 있는 이유는 KB부동산신탁이 안정적인 담보신탁에 메달린 까닭으로 풀이된다. KB부동산신탁 한 관계자는 “차입형 토지신탁은 수익성이 높지만 분양부진, 시공사 부도 등 신탁회사에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리스크가 낮은 담보신탁 위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상반기까지 토지신탁을 쳐다보지도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보수적인 운영을 해왔다. 반면 하나금융지주 계열사인 하나자산신탁은 올 상반기에 수익성 강화하는 목표아래 주력사업인 담보신탁 대신 토지신탁 비중을 늘려 영업수익(매출)이 지난해 같은기간에 비해 22억원이 늘어난 134억원을 달성했다. 지난 2011년 이후 내리막을 걸었던 추세와 달리 반등세를 나타낸 것이다.
이 처럼 영업실적이 반등할 수 있었던 요인은 경영전략의 변화를 꼽을 수 있다. 하나자산신탁은 그동안 보수적인 경영전략을 고수해 온 것으로 유명했다. 수익성은 떨어지지만 안정적인 담보신탁 위주의 경영방식을 고집해왔다. 3년 전까지만 해도 전체 수탁고에서 토지신탁 보다 담보신탁의 비중이 더욱 컸다. 이 회사의 지난 2011년 6월말 수탁고에서 담보신탁은 15조 3694억원이었던 반면 토지신탁은 1조 882억원에 그쳤다.
하지만 하나자산신탁이 지난 2011년 이후 수익률을 낮은 담보신탁 비중을 줄이고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양호한 토지신탁 비중을 늘리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담보신탁의 수익성이 점차 떨어지자 위험을 부담하더라도 토지신탁 비중을 늘리는 부동산신탁사과의 경쟁에 동참한 것이다.
예컨대 지난 2012년부터 수탁고에서 토지신탁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늘었다. 2012년 6월말 기준 토지신탁 수탁고는 2조 원을 넘어서더니 올해 6월 말에는 3조 1231억 원으로 불어났다. 지난 2011년 담보신탁과 토지신탁의 비중이 각각 86%, 6% 였지만 올해 6월말 기준으로 살펴보면 담보신탁과 토지신탁의 비중은 각각 75%, 19%로 변동됐다. 하나자산신탁 관계자는 “담보신탁 시장의 보수가 1건 당 많아봐야 1000만원 수준에 그치다보니 토지신탁으로 손을 뻗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 때문에 토지신탁 비중을 늘릴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 결국 차입형 신탁시장서 한판 수주 경쟁 예고
이런 가운데 최근 KB부동산신탁이 수익성 제고를 위해 토지신탁 취급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돼 영업전략 변화에 귀추가 주목된다. 부동산신탁업계 한 관계자는 “KB부동산신탁이 최근 차입형 개발신탁 진출,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KB부동산신탁은 올해 상반기 차입형개발신탁에서 짭짤한 실적을 올렸다. 제주도 호텔 개발 사업은 성과가 좋았다. 제주 리젠트마린 호텔과 서귀포 라마다앙코르 호텔 신탁보수가 유입되면서 영업이익 증대로 이어졌다.
KB부동산신탁 관계자는 “차입형개발신탁은 사업비를 직접 투입하고 이에 따른 보수를 받기 때문에 그만큼 리스크가 크다”며 “업력이 오래된 만큼 사업성 분석을 철저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KB부동산신탁은 업무시설 중심으로 리츠(REITs) 사업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9월말 현재 리츠보수 약정액이 48억원을 돌파했다. 내부적으로는 올 연말까지 73억원의 리츠보수를 예상하고 있다. 리츠가 매입한 건물은 따로 전문 운영사를 선정해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하나금융지주 계열 하나자산신탁도 최근 토지신탁을 제외한 나머지 신탁부문의 확대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더불어 향후 차입형 토지신탁의 비중을 늘려 수익성 확대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차입형 토지신탁은 신탁보수 외에 대출을 통한 이자수익도 낼 수 있는 사업구조라 다른 신탁사업에 비해 수익성이 높은 편이다. 하나자산신탁이 올해 상반기 토지신탁보수로 벌어들인 43억 가운데 32억원은 관리형이고 차입형은 11억 원이다. 차입형 토지신탁의 수수료는 총 사업비의 4~4.5%로 일반 신탁보수 0.06% 대비 수익성이 크게 높다.
여기에다 신탁사가 사채 발행이나 은행 차입을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사업장에 빌려주면 이자 수익도 얻게 된다. 대신 투입 자금의 5%를 요주의 이상 사업장의 대손충당금으로 적립하고 있다.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