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보험료, 주주배당, 지급여력비율, 공정거래 이중규제 등 보험업계가 건의한 주요 핵심안건 가운데 보험료는 실버상품에 한정됐으며 주주배당은 RBC비율이 일정수위에 달한 보험사에게 주는 인센티브로 얘기됐다. 공정거래 규제는 거론되지 않았다.
오는 15일에 발표될 보험 혁신 및 건전화 방안에는 보험료 규제의 핵심인 표준이율 조정 폭을 일정부분 완화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보험료 인상을 최소화할 내용도 같이 포함됐다.
◇ 자본규제
지난 10일 발표된 규제개선 방안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보험사의 RBC 자본규제 강화 속도를 늦춘다는 내용이다. 보험사의 과도한 자본부담을 고려해 2016년까지 단계적으로 시행하기로 했다. 부채 만기듀레이션을 기존 20년에서 30년으로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20년, 25년, 30년 등 3단계 적용하기로 가닥을 잡고 RBC비율 권고기준도 150%에서 130~140%로 단계적으로 낮출 예정이다.
무엇보다 RBC비율이 일정수준을 유지하면 그에 따른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거론된 것은 주주배당을 어느 정도로 허용하거나 신규계약의 보험료 인하여건을 제공하는 방안이다.
◇ 영업채널
단종보험대리점은 금융위가 2012년에 보험업법 개정안에 넣어 도입하려 했다. 당시 휴대폰보험의 손해율이 폭등하면서 통신업계와 보험업계가 서로 떠넘기기에 급급해지자 대안으로 나왔다. 처음엔 이통사를 제외하고 고객과 보험사가 직접 계약하는 방안이 논의됐지만 보험료가 약 3배 오른다는 시뮬레이션이 나오면서 이통사 대리점에서 보험을 취급하는 단종보험대리점으로 방향을 틀었다.
단종보험대리점 도입이 2015년 이후 늦춰진 데는 보험대리점업계의 반대가 컸다. 당시 추산된 단종보험대리점 시장규모는 40억원 정도로 일반보험 시장 확대에 별 영향이 없으며 오히려 제조 및 유통기업들이 단종보험대리점을 통해 보험업권에 영향력이 뻗치는 것을 우려했었다.
이번에 금융위가 밝힌 방안은 보험상품 원스톱 현장판매로 휴대폰 대리점에서 휴대폰분실보험을 판매하거나 가전제품판매점에서 PC보험(파손보장) 등을 판매하는 것이다. 가입 편의성을 위해 서류 등을 간소화하고 조기 활성화 차원에서 등록·자격 요건을 완화한다. 전문지식을 갖춘 본업과 연계된 보험상품 1~2개만 취급할 수 있으며 A/S 및 보험금 청구·지급단계에서도 소비자 편의가 증진될 수 있도록 제3자 청구 등 제도개선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방침이다.
또 휴대폰보험 및 여행자보험 등 단체보험일 경우 가입자가 희망하면 개별적으로 계약의 중요사항을 설명·안내토록 한다. 지금까지는 단체보험 가입자가 보험업법상 보험사의 설명의무 이행대상이 아니었다.
◇ 상품개발
실버상품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위험률 규제도 풀었다. 실버암보험 등 고위험자 대상의 보험상품 개발이 활성화되도록 기존의 30%였던 위험률 할증폭을 50%까지 보험료에 반영하도록 허용했다. 암 등 고위험 종목이나 고령자상품은 보험금 지급규모 예측이 어려워 위험률 할증에 어느 정도 여유가 있어야 합리적인 보험료 책정이 가능하다.
그러나 기존에는 최대 30%까지 제한돼 이런 류의 상품개발이 미흡해지는 결과가 초래됐다. 2005~2012년까지 암보험이 시장에서 자취를 감춘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다만, 금융위는 고령자상품 및 신규개발 상품의 경우, 위험률 할증을 50%까지 높이는 대신 그로 인해 위험률차익이 남으면 사후에 정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예를 들어 차익을 계약자 50%, 주주가 50%씩 가지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소비자의 보험료 인상부담을 완화시킬 수 있다.
◇ 자산운용
보험사의 투자규제 역시 다소 풀렸다. 기존에는 사모펀드(PEF)의 지분 15% 이상을 취득하면 원칙적으로 자회사로 신고해야 했지만 이번에는 30% 미만으로 기준을 완화시킨다. 벤처투자도 늘리기 위해 신기술투자조합, 벤처투자조합 발행채권 등은 투자한도 제한(자기자본의 60%) 대상에서 제외한다. 투자한도 제한을 적용받지 않는 대상에는 투융자회사, 중소기업 창업투자조합, 신기술사업 투자조합, 한국 벤처투자조합 등이 신규로 추가된다.
파생상품 보유도 헷지 목적이라면 한도규제에서 제외한다. 그동안 변액보험과 외화책임준비금에 대한 리스크 관리용 파생상품 헤지거래도 계정자산의 6% 이내, 장외파생상품은 총자산의 3%로 제한됐었다.
일반계정과 특별계정 사이의 자금운용 융통성이 확대됐다. 모든 특별계정에 대해 설정초기에 자산운용 효율성 제고차원에서 일반계정의 자금이체를 허용한 것. 특별계정 설정초기에는 자산규모가 작아 거래단위가 큰 자산을 매입하기 어려웠다. 현재는 변액보험, 자산연계형보험 등 일부 특별계정만 일반계정에서의 이체가 허용됐으나 앞으로는 연금보험, 퇴직보험 등 모든 특별계정으로 대상이 확대된다.
또 보험사가 거래할 수 있는 외화증권의 종류에 국내 사모펀드의 외화표시 주식이나 출자지분을 추가한다. 은행, 증권 등에서는 이미 국내·외 사모펀드의 주식과 출자지분 투자가 모두 허용돼 있어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서다.
◇ 新성장동력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해외진출과 신개념 상품에 대한 규제도 개선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보험업법 시행령 등을 정비해 보험사 해외점포에 대해 현지법에 따른 유니버설 뱅킹(금융겸업)을 허용하기로 했다. 국내에서는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분업을 채택하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현지규정에 따라 겸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이전에는 대우증권 등이 베트남, 헝가리, 루마니아, 우즈벡의 은행을 인수 또는 설립한 사례가 있었으나 IMF 이후에는 동부화재의 라오스 은행지분 인수, 한화생명의 말레이시아 은행 설립을 모두 불허했다. 보험사의 은행업 운영에 대한 전문성 부족이 건전성 저해로 이어질 우려와 고객 돈(책임준비금)으로 무분별한 업무확장을 한다는 부정적인 시각이 있어서다.
앞으로는 해외 현지법인에 행정지도를 철폐하고 해외법을 적용하기로 했다. 국내법과 해외법을 동시 적용했던 해외지점의 경우 영업규제, 업무범위는 해외법만 적용키로 했다. 이를 통해 금융위는 적극적인 해외진출 확대로 금융산업 외연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지수형 날씨보험 허용과 캣본드(대재해채권) 도입을 강구할 예정이다. 지수형 날씨보험은 자연재해, 날씨 등 자연현상을 기초로 하는 상품인데 위험률 통계와 실손보상 원칙에 비켜나 있어 파생상품과 유사하다는 이유로 허용되지 않았다.
새로운 보험수요 창출과 사회안전망 확보를 위한 의무 배상책임보험도 확대한다. 대표적인 게 연안체험활동배상책임보험과 환경오염배상책임보험이다.
더불어 캣본드(Catastrophe Bond) 도입을 검토한다. 캣본드는 거대재해를 증권화해 보험담보력을 증대시키는 상품이다. 보험시장이 완전히 커버하지 못하는 지진, 태풍 등 대형재해 손실위험을 자본시장에 전가하는 방법이라 특수목적기구(SPV) 설립과 다양한 기관투자가(기업, 정부기관, 연기금, 헤지펀드 등)의 참여유도가 필요하다.
◇ 절차완화
그 밖에도 갖가지 복잡한 절차가 조정된다. 상품 관련 업무보고서와 판매현황 보고서간 중복항목 조정하고 사외이사 공시항목 중 정기공시 보고서 항목과 중복항목을 삭제한다.
또 보험안내자료 간에 중복되는 내용은 일원화하며 이해하기 어렵고 복잡한 보험료 비교 지수 등을 쉽게 개선한다. 방카슈랑스 상품약관 등에 변경이 있는 경우 단순 자구수정 등은 사전보고가 아닌 사후보고로 절차를 간소화한다. 약관의 단순한 자구를 수정한 것임에도 신고수리 받아야 판매할 수 있어 상품 출시하는데 최소 30일 소요되는 불합리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이와 함께 계약자가 보험사 홈페이지에서 가입 및 보험금 청구·지급현황 등을 조회하기 위해서는 홈페이지 가입하는 번거로움을 없애고자 i-Pin, 신용카드 등 본인인증절차만을 거치면 조회할 수 있도록 개선한다. 판매, 광고 등에 필요한 영업절차 간소화 또한 절차를 완화하기로 했다.
설계사의 직접 등록말소에 필요한 기간을 15일에서 10일로 단축하고 위탁 보험사를 통해서만 말소가 가능했던 것을 법인보험대리점이 직접 말소할 수 있도록 허용할 예정이다.
원충희 기자 wch@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