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과 집중으로 업계 재편, 핵심사업에 집중
“금융산업 경쟁력강화로 우리경제성장에 디딤돌이 되겠다” 금융투자협회 박종수 회장은 ‘금융산업경쟁력강화가 곧 우리경제성장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창의적이고 다양한 비즈니스가 가능한 금융투자업계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기 위해 대폭적 규제완화가 이뤄져야 우리경제를 견인할 신성장동력으로 변신한다는 것이다.
◇ 예탁금제도 등으로 NCR제도 실효성하락, 리스크측정모델이 효율적
“과감한 혁신으로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겠습니다” 금융투자협회 박종수 회장은 지난 6일 여의도에서 간담회를 갖고 금융산업혁신을 강조했다. 증권업계가 침체된 상황에서 박회장은 과감한 규제완화와 발상의 전환에 따른 신수익원발굴로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의지를 밝혔다.
금융업의 특성에 맞게 맞춤형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금융투자업은 리스크를 테이킹하고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만든다는 점에서 리스크회피에 초점을 맞춘 은행업과 본질적으로 다르다. 문제는 금융업과 은행업이 본질적으로 사업성격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규제잣대를 적용, 엇박자가 생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은행의 경우 원금보장상품이 많고 공공성, 안정성 요소가 있습니다. BIS비율같은 특정기준을 가지고 자본비율을 유지해야 할 필요성이 큽니다. 하지만 금융투자업은 좀 달라요. 증권사의 예탁금이 100% 증권금융에 예치되고 예보료를 납부하는 등 이중삼중안전장치가 되어있어요. 이같은 특성을 무시하고 은행기준을 적용하면 증권사의 자본활용이 제약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는 일괄규제로 자본활용도를 떨어뜨리는 지표로 NCR을 꼽았다. NCR은 영업용순자본비율로 증권사가 과감히 투자를 하려고 해도 이 NCR규제에 막혀 탄력적으로 투자를 집행하기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지난해 3차례에 걸쳐 NCR 제도개선 방침을 발표했어요. IB 기업신용공여액, 해외법인 출자지분액 등을 영업용순자본에서 전액 차감하는 현행 제도를 개선하고, 국민연금도 위탁 증권사 선정기준 중 NCR 만점요건을 450%에서 250%로 하향·조정하는 등 나름대로 성과가 있었어요. 하지만 증권사의 공격적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더 획기적인 NCR제도의 개선이 필요합니다.”
박종수 회장은 대형사, 중소형 등 규모별로 맞춤형 NCR 비율을 적용하고 한걸음 더 나아가 NCR폐지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글로벌 선진국 가운데 이 NCR제도를 시행하는 나라가 없어요. 우리나라는 이미 예탁금별도예치 등으로 안전장치가 마련된 만큼 NCR폐지뿐 아니라 이를 대신할 혁신적 방안도 검토해야 합니다. 백지상태에서 NCR제도를 다시 보자는 거예요. 건전성지표의 핵심은 리스크관리인 만큼 리스크를 인수해서 그것을 상품화하는 리스크는 얼마이고, 또 커버하려면 얼마나 자금이 필요한지 리스크측정모델을 마련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 퇴직연금시장 발전, 선택이 아니라 필수
박회장은 글로벌IB와 어깨를 겨루기 위해서는 자본시장수요확대도 강조했다. 특히 DB(확정급여형)쪽으로 쏠려 가입자에게 ‘금리+알파’의 수익률달성이 쉽지 않아 효율적 노후준비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퇴직연금 지배구조개선이 1순위다.
“우리나라 퇴직연금 제도는 기업과 퇴직연금 사업자인 금융회사가 1대1로 계약하는 계약형 퇴직연금제도입니다. 이에 따라 금융상품별 투자가능 비율이나 총액한도 규제가 적용돼 적립금 운용 제한이 있어요. 문제는 엄격한 자산운용규제에 따라 저금리 원리금보장상품위주의 운용에 치중하여 기업의 재무부담 우려(DB) 및 가입자의 투자성향에 기초한 자산운용에 어려움(DC)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 같은 쏠림현상은 악순환으로 이어진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현재 DB, DC의 비중은 각각 90%, 10%에 이른다. DC(확정기여형)의 경우 증시로 유입되는 비중이 5%에 불과하다. 가입자 입장에서는 원금보전성향이 강한 DB의 경우 ‘금리+알파’수익률달성이 쉽지 않아 물가상승률을 따지면 오히려 손해다. 운용사도 홀쭉한 운용자산으로 탄력적 운용에 어려운 것을 감안하면 가입자, 운용사 모두 득보다 실이 많다는 지적이다.
나아가 이같은 퇴직연금제도의 개선이 금융강국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지름길이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앞서 퇴직연금제를 도입한 호주, 영국 등은 세계펀드시장의 상위권에 랭크됐어요. 특히 호주의 경우 글로벌IB로 발돋움한 맥쿼리는 퇴직연금제도실시로 지속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자산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면서 SOC(사회간접자본)쪽에 세계적 운용사로 변신했습니다. 우리나라도 크게 보면 국민연금 400조원 퇴직연금 84~85조원 퇴직연금시장이 커집니다. 가입자와 운용사가 서로 윈윈하도록 기금형 퇴직연금제도도입, 적립금 운용규제 개선, 실적배당형 디폴트 상품 도입, 신탁 계약의 자사상품 편입 단계적 축소 등 규제완화가 절실합니다”
오는 3월 도입되는 펀드슈퍼마켓도 자본시장의 활성화에 힘을 보탤 것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펀드슈퍼마켓은 상품 제조업자와 지분 및 경제적 이해관계가 원천적으로 차단, 투자자의 이익을 위해 독립적으로 자문·판매하는 채널이다. 이를 뒷받쳐주는 투자자문업 관련 독립성 요건, 인가단위 내 집합투자상품 판매만을 자문하는 업무 단위 신설 등 펀드IFA(독립투자자문업자) 제도가 함께 도입되면 펀드슈퍼마켓과 IFA가 연계된 ‘독립자산관리서비스’가 태동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곧 도입예정인 증권사 방문판매의 경우 현실에 맞게 금융투자상품의 적용을 업계에 배제해야 하는 등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고객의 재무상황 등에 부합하는 맞춤식 투자권유와 노약자 등 거동 불편자의 접근성 제고를 위해 방문판매 필요성이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금융소비자에게 계약철회권 부여(방판법, 14일 이내)로 가격 변동성이 심한 금융투자상품은 방문판매가 사실상 불가합니다. 금융투자상품이 매일 금리 주가변동 등에 따라 가격이 변함에도 불구하고 14일 이내 철회를 하면 기본적으로 판매사 등 손실가능성 뿐만 아니라 그 손실이 다른 투자자에게 돌아가 시장질서가 무너지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박종수 회장은 규모별로 선별적으로 외국환업무 확대도 필요하다고도 밝혔다.“외환시장의 경우 지난해 정부가 금융투자업자 참여폭을 완화해 증권사 간 외환거래의 길이 열렸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가산금리를 붙이는 탓에 조달금리자체가 고객금리와 비슷합니다. 마진이 박해 외환비즈니스가 어려운 형편입니다. 제한적으로 자기자본이 3조원이 넘는 종합금융투자사업자만이라도 은행과 비슷한 조건에서 외국업무를 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이밖에도 박회장은 선택과 집중에 따른 증권업의 재편도 강조했다
“결국 증권사들의 주요 이슈는 조달코스트와 비용절감입니다. 증권업계가 코어비즈니스를 어떻게 정리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겁니다. 예컨대 운용사의 경우 운용뿐아니라 IT를 모든 인프라시스템으로 가지고 있어요. 운용에 집중하고 인프라시스템은 아웃소싱하면 훨씬 더 핵심비즈니스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최근 문제가 된 보안문제도 소형사의 경우 현실적으로 IT투자를 과감하게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IT전문업체에게 보안을 맡기는 게 비용적으로, 핵심사업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효율적입니다.”
끝으로 박종수 회장은 금융강국실현이 창조경제의 버팀목이라는 점도 분명히 밝혔다. “10년 이내에 금융부문의 부가가치 비중을 10%로 끌어올린다는 정부의 ‘10-10 value up’ 금융비전을 우리 업계가 적극적으로 뒷받침하여 가능하면 5년 내에 가시적인 변화를 만들어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금융투자협회 박종수 회장 프로필 〉
최성해 기자 haeshe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