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증권사 3분기 실적 어닝쇼크
증권사의 실적이 곤두박질쳤다. 예상보다 더 악화된 실적에 어닝쇼크라는 평이다. 이번 실적에서 증권사의 저성장구조가 확인된 만큼 새로운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3월 주총 이후 강도높은 지점통폐합, 사업구조재편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3분기(2012년 10월~12월) 증권사의 실적은 우려를 넘어 어닝쇼크수준이다. 분기보고서제출시점인 지난 27, 28일 발표한 실적공시에 따르면 대부분 증권사들은 시장예상치보다 하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BIG3 증권사를 보면 삼성증권의 순익은 151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23.75% 줄었다. KDB대우증권도 거래대금감소에 따른 리테일부진으로 순이익이 같은기간 -45.1% 감소한 132억원을 기록했다. 우리투자증권도 마찬가지. 우리투자증권은 순익이 21억원으로 무려 -74.5%나 급감했다. 중소형사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대신증권은 영업이익, 순이익이 각각 -132억원 -102억원으로 아예 적자로 돌아섰다. 하지만 미래에셋증권은 예외다. 미래에셋증권은 3분기 영업이익 385억원, 순이익 373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각각 +82.8%, +121.9% 늘었다. 순익이 늘면서 연환산 ROE도 7.3%로 껑충 뛰었다. 이는 시장 기대치 277억원보다 약 100억원을 초과 달성한 실적으로 경상이익기준으로는 업계 최고 수준이다.
무더기 실적악화에도 불구하고 미래에셋증권이 좋은 실적을 달성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먼저 덩치는 줄고 체력은 강화한 선택과 집중의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이다. 긴축경영정책을 단행하기 직전인 지난 2011년 2분기 118개에 달했던 지점은 현재 79개로, 임직원수도 2267명에서 1974명으로 12.9% 줄었다.
◇ 효율성, 자산관리강화 등 선대응, 턴어라운드로 화답
이 같은 선대응에 톡톡히 효과를 본 쪽은 판매관리비다. 판관비(분기 기준)은 지난 2011년 1000억원 수준에서 지난해 상반기 900억원 하반기 800~850억원 수준으로 하락하고 있다. 이에 따라 판관비율(판관비/순영업수익)도 2011년 76.8%에서 2012년 69.9%, 2013년 59.5% 수준까지 하락할 것으로 추정된다.
눈에 띄는 것은 효율성강화과정에서 자산관리 쪽으로 사업구조조정을 병행했다는 점이다. 주식형 펀드 및 랩어카운트 등 고위험자산의 비중을 줄이는 대신 저금리시대에 ‘금리+알파’를 추구하는 국내·해외채권 등 중수익 중위험자산의 상품라인업을 늘려 VVIP시장공략에 성공했다는 지적이다. 이에 힘입어 지난 2010년 3분기 이후 8분기 연속감소세였던 자산관리부문 이익이 지난 분기 대비 12.9% 늘었다.
키움증권 서영수 연구원은 “재벌계·은행계 증권사에서 추진한 비용 중심의 구조조정에서 벗어나 사업구조 구조조정에 성공한 점이 차별화된 실적을 달성한 주된 요인”이라며 “위기를 기회로 삼고 비용 구조조정과 더불어 성공적으로 사업구조조정을 마무리한 결과 대형증권사 가운데 가장 수익력이 뛰어난 증권사로 변신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지점통폐합-사업구조조정’전략이 업계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대신증권은 지난 26일 긴축경영을 통해 효율성강화에 나서고 있다. 지점통페합, 임직원임금삭감 등이 핵심이다. 이번 결정에 따라 전체지점은 104개에서 84개로 축소되며 임직원의 임금도 한시적으로 줄어든다.
하지만 단순한 벤치마킹으로 사업체질개선으로 이어질지 미지수다. 업계 관계자는 “미래에셋의 경우 계약직이 많아 구조조정이 비교적 수월했으나 정규직이 많은 증권사들은 이를 따라하기에 부담이 만만치않다”며 “2007년 지점에 전광판을 없애고 객장 대신 상담실을 꾸미는 등 주식이 아니라 펀드 등으로 자산관리의 경험이 풍부한 점도 사업구조조정의 성공비결”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자산관리시장이 정체된데다, 선발사업자의 입지가 탄탄해 후발주자가 진입하기에 쉽지 않다”며 “결국 브로커리지부진으로 어닝경쟁력이 훼손되면서 판관비절감을 통해 현상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최성해 기자 haeshe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