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확대, 고용창출 등 경영개선 효과↑
중기청, 하반기 지원확대 “시장둔화 타개”
국내 중소·벤처기업 육성에 있어 벤처캐피탈 펀드(이하 VC펀드)와 엔젤펀드는 매우 큰 역할을 담당한다. 중소·벤처기업 특성상 VC·엔젤펀드가 이들의 자금줄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 확대기조와 연내 ‘KONEX(중소기업주식 전문 투자자 시장)’ 설립이 가시화된 상황에서 벤처캐피탈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벤처캐티탈사의 지원펀드격인 ‘모태펀트(Fund of Funds)’에 대해서도 각 업종의 이목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모태펀드 역사는 곧 VC펀드 역사와 일맥상통한다. VC펀드 구성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2005년 설립 이후 VC펀드의 ‘어머니’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모태펀드를 보면 현 벤처캐피탈업계의 현황을 잘 알 수 있다.
◇ 모태펀드란 무엇인가?
모태펀드는 정부 및 관계당국이 개별 중소·벤처기업에 직접 투자하는 대신 이들을 지원하는 VC펀드에 출자하는 중기 및 창업지원 정책펀드다. 모태펀드는 2005년 제정된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의거, 같은 해 7월에 결성됐다. 운용기간은 30년으로 오는 2025년 해산한다. 펀드운용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재원출자는 정부가 하고, 투자의사결정은 한국벤처투자(K-Vic : 이하 KV)가 담당한다. 투자대상은 창업펀드, 벤처펀드, 사모펀드, 기업구조개선 사모펀드, 신기술사업펀드 등 5개다. 투자비중은 창업·벤처펀드가 대부분이다. 펀드재원은 6개의 정부부처(중소기업진흥공단, 문화관광부, 특허청, 영화진흥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고용노동부)가 각 계정에 자금을 출연한다.
운용방법은 다음과 같다. 우선 벤처캐피탈사들이 VC펀드를 조성하고 중소기업청에 모태펀드 지원을 요청하면 이를 중소기업청 산하의 모태펀드 운용협의회(총 8인 : 출연부처 각 1명씩 6인, 중기청 1인, KV 1인)에서 심의한다. 심사기준은 VC펀드의 투자성격, 성과 등이다.
심사가 완료되면 KV를 통해 VC펀드에 자금을 출연하는데 투자 비율은 VC펀드 자본금 최대 60%까지다. 투자비율은 VC펀드의 리스크에 따라 정해진다. 투자 기업의 업종 특성상 리스크가 높으면 투자비율이 커지고, 리스크가 낮으면 투자비율이 적다. 모태펀드의 출자분 외 나머지 부분은 연기금, 기업 등 민간투자재원이 책임진다.
KV 관계자는 “모태펀드는 창투사 등 벤처캐피탈사들의 VC펀드에 출자하는 공공성격의 펀드다”며 “특히 창업 및 벤처기업투자를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벤처캐피탈사들에게 자금을 지원, 국내 중소·벤처기업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 VC펀드 투자 효율성과 지속성을 높이기 위해 설립
모태펀드는 VC펀드 투자의 효율성과 지속성을 높이기 위해 결성됐다. 과거 정부는 벤처투자 초기시장 형성을 위해 VC펀드에 직접 투자했다. 정부투자에 힘입어 벤처투자 초기시장은 형성됐지만,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개선점 또한 발견됐다. 정부의 VC펀드 직접투자는 리스크 관리 및 수익 측면에서 효과적이지 못했다. 이는 VC펀드 운용의 비효율성을 초래했다. 더불어 정부의 예산책정에 좌우되는 투자금액 결정과정의 개선 요구도 이어졌다. 미흡한 전문성 및 리스크관리로 재원회수 등에서 부작용을 초래했고, 정부의 예산기조에 따라 벤처투자 재원이 매년 변경돼 안정적 시장구축에 걸림돌이 된 것. 업계 관계자는 “투자재원은 정부가 공급하고 투자의사결정은 정부기관이 담당하는 ‘이원화’시스템 구축에 대한 요구가 이어졌다”며 “시장수요와 상관없이 매년 책정되는 예산에 따라 달라지는 투자지원 결정과정 등 지원방식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도 커졌다”고 말했다.
이어 “모태펀드는 그간 정부의 직접투자로 발생한 비효율적이고 단기적인 투자방식을 탈피하고, VC펀드 투자 효율성과 지속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설립됐다”며 “모태펀드 설립 후에도 각 계정별로 운용을 별도 관리했으나, 현재는 농림수산식품부가 운용하는 농림모태펀드를 제외하곤 KV에 운용일임을 맡기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 벤처시장 확대 및 안정성 확보, 경영개선 효과 등 불러와
모태펀드가 설립된 후 벤처캐피탈에 많은 긍정적 변화가 일어났다. 벤처기업 수 확대, 고용창출 효과 등이 발생한 것. 우선 첫 손에 꼽히는 변화는 벤처시장 확대 및 안정성 확보다. 모태펀드는 벤처버블 붕괴 이후 침체기를 겪고 있던 벤처시장을 확대시켰으며, 투자기반 확충에 기여했다. 이는 벤처기업 수, 신규 VC펀드 결성 및 신규 벤처투자, 해외투자금 유치규모 등의 변화에서 나타난다.
모태펀드가 설립되기 전인 2004년 벤처기업 수는 7967개였다. 신규 VC펀드결성 및 벤처투자는 각각 6962억원, 6044억원이었다. 해외투자금 유치규모는 1761억원에 불과했다.
반면 모태펀드 설립 약 7년 후인 2011년 벤처기업 수는 2만6148개로 집계되었으며, 신규 VC펀드 결성규모는 2조2591억원이다. 신규 벤처투자, 해외투자금 유치규모도 각각 1조2608억원, 5278억원을 기록했다. 모태펀드 설립 전·후를 비교할 때 벤처시장은 2.90배 성장했다. KV 관계자는 모태펀드는 벤처버블이 붕괴된 2001년부터 2005년까지 침체기를 걷고 있던 벤처캐피탈업계에 안정적 재원공급 체계를 정착시켰다”며 “현재 국내 벤처투자시장은 GDP대비 0.1% 수준으로 커졌다. 미국(0.2%), 이스라엘(0.4%) 등 글로벌 벤처선진국과 비교할 때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자리 창출 및 경영개선 효과도 불러왔다. 한국채권연구원은 모태펀드가 출자한 VC펀드로부터 투자받은 기업의 고용창출 및 경영성과개선 효과는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두드러진다고 분석했다.
한국채권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모태펀드가 출자한 VC펀드 투자기업의 고용증가율은 26.21%다. 매출액·총자산 증가율 역시 각각 23.70%, 73.59%를 나타냈다. 투자받지 않은 기업보다 고용증가율(0.9%), 매출액(7.31%)·총자산 증가율(6.35%)에서 최대 12배 이상 높은 성과를 보이고 있는 것. 한국채권연구원 측은 “모태펀드 출자 VC펀드의 투자를 받은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과 비교할 때 엄청난 경영성과 및 고용창출 효과를 나타낸다”며 “전체 창업초기투자 중 모태펀드 출자 VC펀드의 비중은 67%를 차지했다. 이는 모태펀드는 창업초기기업 투자에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 벤처투자시장 둔화 조짐… 정부 “지원 확대한다”
모태펀드가 벤처투자시장 활성화에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의 상황은 여의치 않다. 시장의 둔화조짐이 보이기 시작한 것. 특히 모태펀드 누적재원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지만, 신규 VC결성규모 및 모태펀드 출자 약정액, VC펀드의 벤처기업 실투자가 작년부터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KV에 따르면, 2009년 1조원을 돌파한 모태펀드 누적재원은 2010년 1조2691억원, 2011년 에는 1조3616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8월에는 1조4791억원의 규모를 나타내 연내 1조5000억원 돌파를 눈앞에 둔 상태다. 반대로, 모태펀드 출자 VC펀드 결성 규모 및 모태펀드 출자 약정액, VC펀드의 벤처기업 실투자는 최근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지난 2년간 신규 VC펀드 결성액은 2010년 1조1675억원, 2011년에 1조5111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올해는 전년대비 절반에도 못미치는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8월 현재 신규 VC펀드 결성액은 2526억원이다. 남은 기간 동일 수준의 신규 VC펀드가 결성된다고 해도 작년에 비해 턱 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모태펀드가 신규 VC펀드에 출자하기로 약정한 모태펀드 출자 약정액은 전년과 동일한 실적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8월 모태펀드 출자 약정액은 1674억원으로 매월 약 200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이를 토대로 올해 추산되는 모태펀드 출자 약정액은 약 2500억원이다. 이는 2011년 2526억원과 유사한 수준으로 모태펀드 누적재원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주춤한 모양새다.
VC펀드의 벤처기업 실투자는 더 심각하다. VC펀드 실투자는 2011년 상반기 6074억원을 기록한 이후 꾸준히 줄어 올 상반기에는 4864억원으로 집계됐다. 약 1년간 1200여억원이 감소한 것. 이 같은 상황들을 종합 분석할 때 작년부터 벤처투자시장이 둔화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정부 및 관계당국은 벤처투자시장 둔화를 타개하기 위해 관련지원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 주재로 지난달 10일 열린 ‘제5차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중소기업청은 올 하반기 벤처투자시장 지원에 1500억원 가량 확대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발표안에 따르면, 중기청은 올 하반기 VC펀드 실투자 규모를 상반기(4864억원) 대비 1000억원 늘어난 5800억원 규모로 확대해 1조664억원의 실투자를 집행할 방침이다. 현재의 벤처투자시장 기조로는 전년(1조1205억원)보다 약 22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산되기 때문이다. 모태펀드 출자 약정액 중 실납입 규모도 당초 목표(1000억원)보다 500억원 상향된 1500억원으로 확대 집행한다. 이 경우 올해 실납입 규모는 2274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 전년(2250억원)도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중기청 관계자는 “지원 확대와 더불어 2013년부터는 매년 회수되는 투자자금 1500억원~2000억원을 신규투자 재원으로 활용, 향후 VC자금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겠다”며 “창업초기, M&A, 엔젤펀드 등을 중심으로 시장수요에 따라 탄력적인 지원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달 발표한 벤처투자 활성화 방안을 적극 추진하기 위해 향후 모태펀드 자금 투자 심사시 투자 소진율이 높은 벤처캐피탈사를 우대하겠다”며 “미투자 잔액이 적은 벤처캐피탈사에 인센티브도 부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 모태펀드 계정·연도별 결성 현황 〉
(단위 : 억원, 개)
구 분 ~2009 2010 2011 2012.8 누적
조합수 결성액 약정액 조합수 결성액 약정액 조합수 결성액 약정액 조합수 결성액 약정액 조합수 결성액 약정액
중진계정 108 29341 8160 29 10204 1505 23 12139 1306 14 2457 1554 174 54142 12525
문화계정 29 5246 1700 4 821 375 7 2281 900 1 200 120 41 8548 3095
특허계정 19 4465 1422 1 300 100 2 471 200 - - - 22 5236 1722
영화계정 - - - 1 150 50 2 220 120 - - - 3 370 170
방통계정 - - - 2 200 100 - - - - - - 2 200 100
계 156 39052 11282 37 11675 2130 34 1511 2526 15 2267 1674 242 68496 17612
(자료 : 한국벤처투자)
서효문 기자 sh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