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박덕배 금융의 창 대표
저축하면 금리가 높아 돈이 불어났고, 부동산을 사면 시간이 지나면서 가격이 올랐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차근차근 자산을 형성하고, 정년까지 근무한 뒤에는 퇴직금과 연금으로 노후를 보낼 수 있었다. 자녀가 부모를 부양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공식이 완전히 깨졌다. 기대수명은 길어졌지만, 자산을 형성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졌다. 조기퇴직이 일상이 되었고, 부모가 자녀를 부양하는 것도, 자녀가 부모를 책임지는 것도 더 이상 당연한 일이 아니다. 금융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이제는 금융 지식이 곧 생존법이 되는 시대가 되었다.
최근 몇 년간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영끌’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퍼졌다. 영혼까지 끌어모은다는 뜻으로, 대출을 최대한 받아 부동산이나 주식 투자에 뛰어드는 현상을 의미한다.
특히 20~30대는 취업난과 자산 가격 상승 속에서 빚 없이는 자산을 마련하기 어려운 현실을 경험하고 있다. 2021년까지만 해도 저금리 덕분에 대출을 받아 투자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처럼 보였다.
하지만 2022년 이후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면서 부채 부담이 커졌다. 부동산과 주식 시장이 조정 국면에 들어서면서, 무리하게 빚을 내 투자한 젊은 층이 심각한 신용 위험에 직면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과거에도 있었다. 2003년 카드 대란 당시, 무분별한 카드 대출로 인해 400만 명 이상의 신용불량자가 발생했다. 당시에도 금융 지식이 부족한 사람들이 단기적인 유혹에 빠져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금융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투자에 뛰어드는 것은 위험한 도박이 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금융 교육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많은 젊은 층이 투자 열풍 속에서 주식과 부동산에 뛰어들지만, 재무 관리나 대출 구조에 대한 이해 없이 ‘묻지마 투자’를 하는 경우가 많다. 금융 문맹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지만, 이를 해결할 방안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한때 한 직장에서 정년까지 근무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이제는 정년까지 일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은 구조조정을 반복했고, 40~50대의 조기퇴직은 더 이상 예외가 아니다. 평균 퇴직 나이는 50세 수준으로 낮아졌지만, 기대수명은 83세를 넘어섰다.
퇴직 후 30년 이상을 살아야 하는 시대가 되었지만, 국민연금과 개인 저축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조기퇴직 후 퇴직금을 받아 무리하게 부동산이나 주식 투자에 나섰다가 큰 손실을 보는 사례도 많다. 금융 지식 없이 남들이 한다고 따라가는 투자는 실패 확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퇴직 이후의 삶을 위해서는 단순히 저축만으로는 부족하다. 투자와 자산 관리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필요하며, 금융 환경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단기적인 투자 성과에 집착하기보다는, 장기적인 재무 계획을 세우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65세 이후에도 20~30년을 더 살아야 하는 시대가 왔다. 하지만 노후를 대비하지 못한 채 맞이하는 긴 삶은 축복이 아니라 부담이 될 수도 있다. 과거에는 자녀가 부모를 부양하는 것이 자연스러웠지만, 이제는 현실이 다르다. 맞벌이가 일반화되고, 핵가족화가 진행되면서 부모를 모시고 사는 가정은 드물어졌다. 부모와 자녀가 경제적으로 독립적인 삶을 살아가는 것이 당연한 사회가 되었다.
노후 생활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적 독립이다. 국민연금만으로는 생활비를 충당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개인의 금융 지식과 재무 계획이 필수적이다. 퇴직 이후에도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유지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해야 한다. 특히 은퇴 후에도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부는 창업을 고려하거나, 부동산 임대나 배당주 투자와 같은 방법을 활용해 추가적인 소득원을 확보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재무 전략을 세우기 위해서는 반드시 금융 지식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제 개인이 스스로 경제적 안정을 책임져야 하는 시대다. 하지만 한국은 금융 교육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 나라다. 학교에서는 입시 공부가 중요하게 여겨지지만, 경제 교육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사회인이 되어서도 투자, 대출, 연금, 세금 같은 기본적인 금융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연구에 따르면, 소득과 금융이해력이 높을수록 경제적 행복지수도 높다. 반대로 금융 지식이 부족하면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과거에는 몰라도 괜찮았다. 하지만 이제는 금융을 모르면 생존이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금융을 아는 것이 곧 개인의 생존 전략이다.
영끌 세대도, 조기퇴직을 앞둔 중년층도, 백 세 시대를 맞이한 노년층도, 금융을 아는 것이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 되었다. 금융 지식을 쌓는다는 것은 단순히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돈을 잃지 않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이제는 금융 공부를 해야 하는 시대다. 영끌 세대에서 백 세 시대까지, 금융 지식이 곧 생존법이다.
박덕배 금융의 창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