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근 콴텍 대표이사 // △ 1983년생 / 연세대 컴퓨터과학과 졸업 / 한맥투자증권 고유자산운용부 / KR선물 고유자산운용부 / 에이지테크놀로지 대표이사 / 2016년~현재, 콴텍 대표이사. // 사진= 한국금융신문(2025.02)
이미지 확대보기2016년 설립된 콴텍의 창업자인 이상근 대표이사는 16일 한국금융신문과의 <CEO 초대석> 인터뷰에서 “장기 투자에서 과실(果實)을 얻으려면 변동성 방어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휴먼(human) 매니저 투자 대비 AI 기반 자동투자의 장점을 강조했다.
콴텍은 ‘퀀트(quant)’와 ‘테크놀로지(technology)’를 조합한 이름의 로보어드바이저 기업이다. 코스콤 테스트베드 최다(最多) 알고리즘 보유 기업으로, 수익률 측면에서도 업계 최상위에 랭크돼 있다.
특히, 샌드박스로 규제 특례를 받은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 투자일임 서비스가 2025년 본격화될 예정으로, 올해 좋은 성장 기회를 맞이했다. 퇴직연금이 화두로 떠오른 은행과 증권사 등에서 콴텍에 제휴와 협업을 위한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투자의 대가’로 불리는 워렌 버핏이 헤지펀드(프로테제 파트너스)와의 10년 수익률 경쟁에서 인덱스 펀드로 승리했던 사례를 예시로 든 이상근 콴텍 대표는 ‘중위험-중수익’을 추구하는 로보어드바이저는 좋은 장기투자 선택지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로보어드바이저 맹신주의는 아니다”며 “그러나, 결국 경험이 중요한 것으로, 개인 분들이 직접 주식 투자도 하고, 일정 부분은 로보어드바이저로 안정형 투자도 해보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올해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 투자일임 서비스가 첫 발을 떼는 것을 염두했다. 로보어드바이저가 알고리즘을 통해 투자자 성향 별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자동 생성하고 개인형퇴직연금(IRP) 적립금을 일임 운용할 수 있게 된다.
이 대표는 “퇴직연금은 사실 개인 고객이 수익을 내는 게 어려운 영역 중에 하나라고 보고 있다”며 “그렇다면, 사람의 운용과 로보어드바이저 허용이 얼마나 차이가 나느냐는 물음이 나올 수 있는데, 장기적으로 보면 로보어드바이저의 자산배분 기술이 사람을 훨씬 더 잘 이길(beat)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6년 시작된 코스콤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에 축적된 운용 레코드들이 성과를 증명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콴텍은 2025년 2월 현재 전체 상용화 알고리즘 253개 중 99개를 점유하고 있다. 무려 전체의 39%에 달한다. 주식 알고리즘은 110개 중 48개, 퇴직연금 알고리즘은 143개 중 51개로, 각각 44%, 36%씩 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연환산 수익률은 2025년 2월 3일 기준 적극투자형에서 퇴직연금 ‘콴텍 버핏스타일 선진국’이 25.34%를 기록했다. ‘버핏스타일 선진국’은 워렌 버핏의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와 장기투자 관점 운용철학을 반영한 자산배분 상품으로 꼽힌다.
또 해외주식 부문 ‘콴텍 Q-Balance 해외주식 3호’ 연환산 수익률은 26.15%, 국내주식 ‘콴텍 퀄리티 Focus 국내 주식 1호’의 연환산 수익률은 18.44%로 역시 호조를 보이고 있다.
콴텍의 퇴직연금 알고리즘은 코스콤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센터에 공시된 143개 적극투자형 알고리즘 중 1년 수익률(2024년 12월 18일 기준) 톱3를 석권했다.
단순히 99개라는 ‘많은’ 알고리즘을 보유하고 있다는 뜻만은 아니다. 다양한 알고리즘을 만들 수 있는 기술적 역량이 있는 것이고, 개인 별로 재무적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Q엔진(Q-Engine)’을 통해 맞춤형 알고리즘을 맵핑(mapping)해서 추천해 준다.
다만, 이 대표는 "AI는 완벽할 수 없고 현재 사람의 보완재 역할을 하고 있다"며 "고객을 파악하는 역량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병원에서 문진하는 것처럼 고객을 '잘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장이 빠지는 상황에서 파는 고객이라면, 변동성 감내가 적기 때문에 안정형 포트폴리오가 필요하다. 본인이 기대수익률을 높게 설정해도, 장기적으로 수익을 얻는 데 안정형이 더 적합하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초고령사회 진입에 따른 연금시장 잠재력은 높다고 보고 있다. 이 대표는 "은퇴자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자산증식이 핵심이다"며 "로보어드바이저도 집중투자보다 변동성을 줄이는 그러한 투자 방식을 영위하고 있다"고 말했다. 퇴직연금 ‘로보 일임’이 기폭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표는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 투자일임 서비스는 올해가 원년이기는 하지만, 고객을 이해시키고, 고객 이동 등 절차도 좀 필요할 것 같다”며 “정착하고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시기는 2년 차 이후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높은 기대 수익률을 표방하며 직접투자에 나서는 개인투자자를 설득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이 대표는 "저희의 주 타깃은 직접투자자보다는 간접투자자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직접투자자가 로보어드바이저에 노크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인내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보통 직접 투자에서 실패하고 간접투자를 고민하게 되고, 간접투자로 '한 번의' 좋은 경험을 하면 이후 어느 정도 양립하는 투자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투자 기간에 변동성으로부터 힘들지 않게 만들어주는 것은 큰 가치다"며 "로보어드바이저로 개인이 원하는 일확천금의 꿈을 꿀 수는 없지만, 안정적인 자산증식과 복리투자 수익을 노리는 가장 좋은 수단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생성형 AI가 인터넷, 아이폰에 이은 ‘제3의 혁명’으로 불리는 가운데, 운용 사이드에서는 'AI=로보어드바이저'라고 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아직은 프론트(초입)이나, 웰스매니지먼트(WM) 영역에서 AI가 점점 PB(프라이빗뱅커)를 대체해 나갈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콴텍은 다수의 은행, 증권사 등과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또 콴텍은 2025년 1월 유진투자증권과 AI 로보어드바이저 기반 구독형 투자 서비스 ‘PB 플랫폼’ 구축 계약을 맺는 등 B2B(기업 대 기업) 측면에서 타 증권사 제휴도 적극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이 대표는 “그동안 PB가 하고 있던 영역을 AI가 대신해서 좀 더 매스(mass) 고객을 대상으로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금융사들의 목표가 되고 있다”며 “저희가 이에 부합하는 알고리즘과 기술을 갖고 있어서 협업 요청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콴텍은 올해 2월 베트남 1위 국영 상업은행인 베트남투자개발은행의 증권 자회사인 ‘BSC증권’과 업무협약을 맺고 글로벌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에도 첫 발을 내디뎠다.
이 대표는 "해외주식 정점론에도 미국 주식이 아직 높은 확률로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고, 국내주식도 나쁘지 않다는 전망을 하고 있는 것이다"며 “전체를 해외주식에 집중 투자하기 보다는, 국내 주식과 ETF를 좀 섞어서 적절하게 변동성에 대응하는 자산배분을 구성하는 게 훨씬 더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로보어드바이저 업계 최초로 AUM(수탁고) 1조원을 달성한 콴텍은 올해 추가 성장을 겨냥하고 있다. 2025년 경영목표를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 1등 사업자 등극’으로 정하고 AUM 목표도 2조5000억원으로 제시했다. 콴텍은 로보어드바이저 기업으로는 최초로 코스닥 시장 상장도 준비하고 있다. 오는 2026년 증시 입성이 목표다.
이 대표는 “핀테크 중 BEP(손익분기점)에 도달한 회사가 전무한 가운데 이를 뚫고 콴텍이 올해 첫 번째로 달성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이 이정표를 이루면 향후 3~4년 후에는 AUM 규모 10조원도 바라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선은 한국금융신문 기자 bravebamb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