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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뱀의 해’ 제빵왕 허진수, K베이커리 글로벌 진출 ‘승승장구’

손원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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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5-01-06 00:00

파리바게뜨 1년 만에 매장 100여 곳 늘려
북미 200여 곳, 해외 600여 곳 매장 확대
허진수 “글로벌 파트너들과 긴밀히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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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진수파리크라상 사장

▲ 허진수파리크라상 사장

[한국금융신문 손원태 기자] 2025년 을사년 ‘푸른 뱀의 해’가 밝았다. SPC그룹 허영인닫기허영인기사 모아보기 회장의 장남이자 오너 3세 허진수 파리크라상 사장도 ‘뱀띠’, 올해의 주인공 중 한 명이다.

그가 파리바게뜨를 주축으로 대내외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다. 허 사장은 파리바게뜨의 글로벌 매장을 빠르게 늘려가며, 글로벌 성장을 통해 전체 실적을 끌어올렸다.

파리크라상은 SPC그룹 허영인 회장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다. 허 회장은 지난 1986년 서울 서초구 구반포에 첫 매장을 냈다.

당시 모회사인 삼립식품과 샤니가 양산빵으로 국내 제빵시장을 장악했지만, 베이커리에서 나온 갓 구운 빵도 함께 유행을 탔다. 허 회장은 당일 생산되는 양산빵을 판매하겠다는 새로운 전략을 세웠다.

파리크라상은 제과 왕국인 일본이나 미국보다 빵 종주국인 프랑스를 본떠 탄생했다. 프랑스의 수도인 ‘파리(Paris)’가 브랜드명에 담긴 이유다.

이후 파리크라상이 독립기업으로 발족했으며, 프랜차이즈 브랜드인 ‘파리바게뜨’가 등장했다. 파리바게뜨 첫 매장은 1988년 서울 광화문에서 문을 열었다. 동시에 국내 최초 ‘베이크오프 시스템’도 등장했다. 본사로부터 빵의 원료로 사용되는 생지를 납품받아 매장에서 직접 구워 판매하는 방식이다. 소비자들은 저렴한 가격에 갓 구운 빵을 맛볼 수 있게 됐다.

파리바게뜨는 30년 넘도록 흔들림 없이 사세를 키웠다. 운영 중인 국내 매장만 3400여 곳이 넘으며, 해외에선 14개 국가에 600여 개 매장을 두고 있다.

특히 허 회장의 장남인 허진수 파리크라상 사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파리바게뜨는 글로벌로 무게추를 옮겼다.

허 사장은 연세대 생화학과를 졸업한 후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에서 경영학석사를 마쳤다. 그는 미국 제빵학교(AIB)에서 유학 생활을 한 후, 2005년 파리크라상 상무로 입사하며 본격적으로 경영 일선에 뛰어들었다.

2014년 파리크라상 전략기획부문장과 전무를 거쳐, 이듬해 SPC그룹 글로벌BU장을 맡으면서는 부사장에 올랐다. 그는 미국과 중국, 프랑스 등 해외 주요 국가에 파리바게뜨 매장을 내면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였다. 이에 지난 2022년 1월 파리크라상 사장으로 승진했다.

파리크라상은 파리바게뜨 외에도 쉐이크쉑과 파스쿠찌 등 14개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허진수 사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회사 매출은 큰 폭으로 뛰었다. 회사는 2021년 연결 기준 매출 4조7762억 원에서 2022년 5조3095억 원, 2023년 5조5551억 원 등 우상향을 그렸다.

SPC그룹 전체 매출도 2020년 약 6조5000억 원에서 2023년 약 8조1000억 원으로 2조 정도 불어났다. 이 기간 해외 매출은 4000억 원에서 6500억 원으로 확대되는 등 파리바게뜨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파리바게뜨는 지난 2004년 중국 상하이에 첫 매장을 내면서 해외 가맹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미국과 캐나다, 프랑스, 영국, 싱가포르,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캄보디아, 태국, 라오스, 브루나이로 넓혀갔다. 해외 매장만 600여 곳이며, 미국과 중국에서는 가맹사업 비율이 90%가 넘는다.

한국의 베이커리 시스템을 그대로 끌고 왔다. 300여 종이 넘는 다양한 빵을 취급하고, 손님이 진열대 빵을 직접 쟁반에 담으며, 매장에서 시식할 수 있도록 한 카페테리아 인테리어가 흥행 요인으로 꼽힌다. 대부분 국내 평택공장에서 생지 형태로 빵을 만든 후 해외 매장으로 납품하는 형태다.

‘푸른 뱀의 해’ 제빵왕 허진수, K베이커리 글로벌 진출 ‘승승장구’
허 사장은 파리바게뜨를 전 세계로 전파하기 위해 지난 한 해 동분서주했다. 먼저 지난해 3월에는 아버지 허 회장과 함께 파스쿠찌 CEO이자 오너 3세인 마리오 파스쿠찌(Mario Pascucci)를 만났다.

파리바게뜨의 이탈리아 프랜차이즈 사업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은 것. 파스쿠찌는 지난 1883년 설립한 이탈리아 에스프레소 브랜드로, 전 세계 11개 국가에 7000여 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파리바게뜨는 파스쿠찌를 통해 이탈리아 가맹사업을 두드리고 있다. 파리바게뜨가 이탈리아에 매장을 내면 프랑스와 영국에 이은 유럽 내 세 번째 진출 국가가 된다.

허 사장은 지난해 4월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 첫 매장을 오픈, 해외 11번째 진출 국가를 갖게 됐다. 파리바게뜨 콘셉트인 유럽풍 베이커리를 기반, 필리핀 대표 식재료인 ‘우베(Ube, 보라색 고구마)’ 등을 원재료로 한 빵을 선보였다. 8월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현지 가맹점들을 대상으로 한 ‘2024 파리바게뜨 프랜차이즈 컨벤션’을 개최했다. 해외에서 처음 열린 가맹점 행사였다. 가맹점주와 예비 가맹점주, 협력사 관계자 등 250여 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허 사장은 가맹점 파트너들과 직접 만나 소통의 리더십을 보였다. 고객 중심 제품과 서비스, 직원들과의 소통과 교육, 고객을 움직이는 마케팅 등을 주로 논의했다.

10월에는 프랑스에서 열린 세계 식품 무역박람회 ‘시알 파리(SIAL PARIS) 2024’에 참가했다. 특히 허 사장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으로의 초청으로, 파리 엘리제궁을 방문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파리바게뜨가 프랑스산 원맥을 도입해 프랑스 정통 빵을 만드는 과정을 높이 샀다. 파리크라상은 프랑스 샌드위치 브랜드 ‘리나스(Lina’s)’의 국내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프랑스 국립제빵학교(INBP)와 제과요리학교(에꼴르노뜨르) 교육과정을 도입하기도 했다. 영국에서는 직영점이 아닌 가맹점 형태의 매장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이외에 파리바게뜨는 태국과 브루나이, 라오스 등 동남아 국가에서도 매장을 본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에는 할랄 인증을 받은 제빵공장 준공도 앞둔 상태다. 사업비만 400억 원이 투입됐으며, 빵과 소스류, 케이크 등 60여 종이 생산된다. 또한,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 베트남, 캄보디아 등 인근 국가로 제품을 공급 중이다. 파리바게뜨는 중동권으로도 영향력을 확대해 K베이커리 사업에 시동을 걸 예정이다.

파리바게뜨는 최근 미국 일리노이주와 캐나다 밴쿠버에 신규 매장을 출점하면서 북미 매장만 200개를 넘겼다. 2030년 북미 지역 1000개 매장 달성을 목표로 한다.

지난해 10월 해외 매장 500호점을 돌파한 후 가파른 확장세다. 아울러 최근에는 미국 텍사스 주에 제빵공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투자금은 약 1억6000만 달러로, 부지만 약 15만㎡(4만5000평)에 이른다. SPC그룹 해외 최대 생산 시설로, 북미 대륙은 물론 중남미 지역까지 베이커리를 공급하게 된다. SPC그룹은 현재 중국 톈진 제빵공장(2만800㎡)만 가동 중이다.

허진수 사장은 “북미에서 확인한 파리바게뜨 성공의 요소들을 해외사업 전반으로 확산시키겠다”며 “앞으로 더 많은 글로벌 파트너들과 긴밀히 협력하고 소통하기 위한 장을 자주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손원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tellme@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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