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근섭 ACMAS 한국대표, 한국자금세탁방지학회 회장
이번 평가 등급 상향은 2001년 자금세탁방지 체계 도입 이후 정부와 금융권이 함께 자금세탁방지 규제 체계를 꾸준히 발전시켜 온 공동 노력의 결실로 평가된다.
한국은 FATF의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철저한 AML 체계를 구축해왔으며, 이를 통해 금융 부문의 신뢰성과 안정성을 강화해 왔다.
한국이 자금세탁방지 모범국으로 공식 인정받은 것은 금융 부문에서의 국가 이미지 제고와 더불어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금융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정규 후속점검 국가로의 편입에 따라 우리나라는 2028년 3월부터 예정된 제5차 FATF 상호평가에서 새로운 평가를 받을 예정인데, 남은 3년여의 시간동안 특정 비금융사업자·전문직(DNFBPs)에 대한 AML 의무 부과, 내국인 정치적 주요인물(PEP) 제도 도입, 법인 투명성 강화(UBO, BOI) 등 관계 당국이 준비해야 할 과제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웃나라 일본도 우리나라와 같이 2020년 FATF 4차 평가를 받았는데 당시 일본은 총 11개 항목에 대해서 PC(미흡) 평가를 받았는데 2022년에 1개, 2023년 4개 그리고 이번에 나머지 6개 미흡 항목에 대한 LC(Largely Compliant, 대체로 준수) 평가를 받아 이제는 미흡(PC)평가 항목이 하나도 없는 상태로 정규 후속점검 국가로 편입되었다.
반면 우리나라는 2020년 FATF 4차 평가에서 일본보다 적은 총 8개 항목에 대해서 PC(미흡) 평가를 받았는데 이번에 1개 항목(비영리단체 관리·감독 강화)에 대해서 LC(대체로 준수) 평가를 받아 아직도 7개의 미흡 평가 항목을 2028년 3월까지는 해결해야 할 숙제를 안고 있는 상황이다.
남아있는 7개의 미흡 평가 항목들은 ① 변호사, 회계사 등 특정비금융사업자(DNFBPs)에 자금세탁방지의무 부과(R. 22,23,28), ② 정치적 주요인물에 대한 강화된 고객확인의무 등 부과(R.12), ③ 법인 투명성 강화(R.29), ④ 테러자산 동결 범위 확대(R.6,7)로 크게 네가지 항목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이 다루는 자산 및 금융 거래의 규모와 민감성을 고려할 때, 이들 직군에 AML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 FATF 권고의 핵심이다. 따라서 정부는 이 분야에 대한 리스크 평가를 실시하고, 해당 직군에 적합한 교육과 지침을 마련하며, 체계적인 감독 및 관리 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 업권에 대한 AML 의무 부과는 정부 당국과 업종별 자율규제기구(SRB, Self-Regulated Bodies)인 관련 협회와 민관협력(PPP) 방식을 통해 업계의 초기 부담을 경감하면서 AML 제도를 조기에 정착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현재 자금세탁방지 및 공중협박자금조달금지에 관한 업무규정 제43조(요주의 인물 여부 확인) 5항(외국의 정치적 주요인물 리스트 등)의 조항을 개정해서 내국인 고위공직자와 친인척도 고위험 고객으로 분류해서 검증을 강화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아울러 내국인 PEP에 대한 대상자와 관련 정보를 관계 당국에서 금융회사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시스템 구축도 필요하다.
유럽의 경우 2020년 1월부터 시행된 5차 자금세탁 방지법(AML)에 의해서 유럽연합(EU) 회원국은 반드시 국가별로 내국인 정치적 주요인물 리스트를 구축하고 주기적으로 가상자산을 포함한 이들의 자산 정보를 갱신해서 공개적으로 발표해야 한다. 회원국이 발표한 국가별 PEP(Prominent public functions) 리스트를 EU가 취합하여 ‘EU PEP 통합리스트’를 다시 회원국에 발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내국인 PEP의 범위 및 정보를 현재 공직자윤리법 제3조 및 시행령 제3조에서 정의된 재산등록 의무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FATF 및 EU의 5AMLD 등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면서도 우리나라에서 법제화를 추진하기에 비교적 효율적인 방안으로 판단된다.
정부는 모든 법인이 소유 구조와 실제 소유자 정보를 최신 상태로 유지하고, 관계 기관이 이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법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이와 함께, 기업들이 보고된 정보를 정확히 유지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제재 강화가 필요하다.
미국의 경우 금년 1월1일부터 우리나라의 KoFIU에 해당하는 FinCEN(금융범죄네트워크)에서 미국 내의 모든 법인에 대하여 실질 소유자 보고제도를 의무 시행하고 있다. 이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며, 최대 1만 달러의 벌금과 최대 2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이 제도의 법적 근거는 자금세탁방지를 강화하기 위해서 2021년 제정된 Corporate Transparency Act (P.L. 116-283)로서 불투명한 기업 구조 뒤에 정체를 숨기고 미국 금융 시스템을 악용하는 악의적 행위자를 식별하고 기업투명성 향상을 위해서다.
미국 금융회사는 FinCEN을 통해서 미국내 모든 법인의 실질 소유자 정보(BOI, Beneficial Ownership Information)을 업무에 활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관련 법규를 개정하고 시스템을 구축해서 금융회사의 고객 실소유자 확인 업무를 효율화 하는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 이를 통해 법인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법인을 자금세탁과 금융범죄에 활용하는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
이번에 우리나라가 FATF 국제기준 이행평가에서 최고 등급을 달성한 것은 큰 성과이지만, 2028년 3월에 예정된 5차 상호평가까지 남은 7개의 미흡 항목을 관계당국과 금융회사 그리고 업종별 자율규제기구(SRB) 전문가들이 협력해서 모두 해결해야 한다.
특히 특정 비금융사업자에 대한 자금세탁방지 의무 부과와 내국인 정치적 주요인물 제도 도입, 법인 투명성 강화 등의 과제에 대한 관계 당국의 입법과 규정 정비 추진과 관련 시스템 구축이 필요한 시점이다.
아울러 해당 업무 분야의 AML 전문가 인력의 양성과 교육 강화 및 금융회사의 AML 전문가에 대한 순환근무 예외 적용 등 자금세탁방지 업무 전문가에 대한 전문성 강화와 장기근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송근섭 ACMAS 한국대표, 한국자금세탁방지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