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학 IBK투자증권 대표이사는 2024년 3월 취임 1년 서면 기자간담회에서 "중소기업(SME) 특화사업 초(超)격차를 중점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기 특화는 IBK투자증권의 경쟁 우위 항목이다.
또 모기업인 IBK기업은행과 시너지를 강화하는 가교 역할도 맡았다. 서 대표는 IBK기업은행 출신으로, IBK저축은행 대표까지 역임한 ‘내부 인사’다.
서 대표는 내년 3월 임기 2년이 마무리 돼 재신임 여부가 갈림길이다. IBK기업은행의 계열사 CEO(최고경영자) 인선 절차가 예정돼 있다. 신(新) 성장동력 확보에 힘을 쏟았으나, 실적 '구원투수' 역할에서는 다소 미흡했다는 평이다.
2024년 6월 5기 '중소기업 특화 금융투자회사'로 선정됐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2016년 중소·벤처 기업의 자금 조달을 특화 지원하는 중기 특화 금투사 제도를 도입한 이래, IBK투자증권은 1기부터 5기까지 한 번도 빠짐없이 연속 선정됐다.
또 한국거래소가 선정하는 '2023년 코넥스 우수 IB'에도 IBK투자증권은 이름을 올렸는데, 역시 6회 연속 선정이다.
서 대표는 신기술투자조합, PE(프라이빗에쿼티) 펀드와 프리 IPO(Pre-IPO, 상장 전 지분투자) 투자 확대를 겨냥했다. PI(자기자본투자) 등 상장 전 준비부터, 스팩(SPAC) 합병, 기술특례 등 다양한 방식 상장, 또 상장 이후 주가 관리와 이전상장까지 책임지는 '종합 솔루션 공급자'를 목표로 삼았다.
IBK투자증권은 모기업인 IBK기업은행의 중소기업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IB 부문 시너지가 강점이다. 초기 중소기업을 위한 주식시장인 코넥스 상장 주관을 선도한다.
다만, 서 대표가 야심차게 밝힌 IPO 주관 목표치에 미치지는 못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24년 들어 IBK투자증권이 주관한 코스닥 시장 상장 완료 건은 12월 18일 현재 2건(2월 에스피소프트, 6월 한중엔시에스)이다.
앞서 서 대표는 지난 3월 서면 기자간담회 때 중기 IPO 초격차를 위해 올해 코스닥 및 코넥스 상장 청구 목표 건수로 17건을 제시했다. 아울러 코스피 상장 주관 추진 의지도 밝혔다. 그럼에도 이들 2건의 공모금액은 480억원으로, 이는 전년도(234억원) 연간 실적 대비 두 배 규모다.
2024년 말 현재 코스닥 이전 상장, 스팩 존속합병 방식의 상장예심 청구가 각각 1건씩 있다. IBK투자증권은 올해 코넥스 지정자문인으로도 3건 참여해 부각됐다.
실제, 위탁매매(브로커리지)는 개인투자자 해외주식 투자 확대 등을 발판으로, 대형 증권사의 수익기둥 역할을 하고 있다. 또 공모주 투자 등을 위한 계좌 신설 측면에서 IB 부문과 연계돼 있다고 할 수 있다.
IBK기업은행의 'i-ONE Bank' 앱을 통해 비대면 증권계좌에 가입하면 하나의 앱으로 뱅킹부터 투자, 자산관리까지 가능하다. '손안의 투자' 흐름에 맞춰, IBK투자증권은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 고도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아울러 IBK투자증권은 2024년 5월 프리즘투자자문과 함께 'AI(인공지능) 자산진단·배분 서비스'도 도입했다. 고객 투자성향과 자산 현황을 고려한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제안한다.
서 대표 취임 이후 업계 선도 기업들과 잇따라 업무협약(MOU)을 맺고 전략적 시너지 창출도 공략했다.
IBK투자증권은 2024년 1월 삼양라운드스퀘어(옛 삼양식품그룹)와 업무협약을 맺고, 제조업과 금융업 간 시너지를 모색하고 있다. 같은 달, 친환경 소재 연구 특화기업인 바이오나노코리아와 탄소배출권 금융·기술자문 및 공급계약도 맺었다.
IBK투자증권은 올해 1월 코스콤과 토큰증권(STO) 이용 관련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토큰증권은 향후 증권업계 신(新) 성장동력으로 꼽힌다. 양사는 코스콤의 토큰증권 공동플랫폼을 토대로 시너지를 내고, 금융과 블록체인을 결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찾기에 주력하고 있다.
서 대표는 "토큰증권을 통해 유망 중소기업에 대해 자산유동화를 지원하고, 투자자에게는 새로운 투자 기회를 제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또 2024년 6월 IBK투자증권은 국내 최초 항생제를 도입한 제약회사인 일성아이에스와 지속 가능한 시너지 창출을 위한 업무협약도 맺었다.
IBK투자증권은 2024년 8월 설립 이후 최초로 10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자본건전성을 강화하고, 신 성장동력 발굴을 지원한다.
IBK투자증권은 자기자본이 2024년 9월 말 별도 기준 1조2045억원 규모로, 중형 증권사 초입에 있다. 서 대표가 증권 대표 취임 후 실적을 보면, IBK투자증권의 2023년 별도 기준 순이익은 2023년 313억원, 2024년 3분기 누적 321억원 규모다. 올해 3분기 만에 전년도 실적을 웃도는 실적을 냈지만, 2022년(471억원) 대비 다소 후퇴할 가능성이 있다.
서 대표는 내년 3월로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IBK기업은행 계열사 대표 인선 작업에서 재신임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전례를 보면 IBK의 경우 은행 부행장에서 계열사 대표로 이동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IBK투자증권의 최대주주는 IBK기업은행이다. 2024년 9월 말 기준 지분율은 87.8%다. 아울러 연임 여부도 촉각이다. 또 ‘외부 수혈’ 가능성도 열려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IBK투자증권 리포트(2024년 12월)에서 "IB부문 내 우수한 시장 지위와 계열 연계 영업 기반, 유가증권 운용 규모 확대와 보수적인 위험 한도 설정 등 금융그룹 차원의 리스크 관리 기조를 고려 시 중장기적인 이익창출력은 양호한 수준을 보일 것으로 판단된다"고 제시했다.
다만, 한신평은 IBK투자증권에 대해 "채무보증이 대부분 본 PF(프로젝트파이낸싱), 브릿지론 등 부동산금융으로 구성돼 있는 가운데, 최근 부동산 경기하강으로 건전성 저하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며 "건전성 관리에 대해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IBK투자증권 리포트(2024년 12월)를 통해 "자체 헤지 비중이 대형사 평균 대비 다소 높은 가운데,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증가하는 비우호적 환경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파생결합증권을 운용하는 과정에서 헤지 비용 증가 등 손실가능성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해 나갈 예정이다"고 제시했다.
정선은 한국금융신문 기자 bravebamb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