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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 힘 뺀다지만…'세척수 혼입' 난관 부딪힌 매일유업

손원태 기자

tellme@

기사입력 : 2024-12-20 15:39

저성장·저출생 심화하자 '사업 다각화' 힘줘
외식업·건기식 매출 확대…간편식 신사업도
매일유업 '세척수 혼입' 사고에 신뢰도 위기
식약처, 현장 조사 후 '영업정지 1개월'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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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유업 사옥. /사진=매일유업

매일유업 사옥. /사진=매일유업

[한국금융신문 손원태 기자] 매일유업이 본업인 우유 외 사업 다각화에 힘쓰고 있는 가운데, 자사 우유 품질 사고가 발생하면서 소비자 신뢰 하락이라는 위기를 맞았다. 저성장, 저출생 기조에 따라 실적 정체기를 겪고 있는 매일유업으로선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매일유업은 가공유에서 발효유와 식물성 음료로, 또 건강기능식품과 가정간편식, 외식업 등으로 나아가며 전방위적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20일 매일홀딩스에 따르면, 회사는 연결 기준 올해 3분기 매출 5612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5432억 원) 대비 3.3% 성장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198억 원으로, 전년(228억 원)보다 13.2% 줄었다. 올 들어 3분기 누적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1.7% 오른 1조6367억 원이며, 영업이익은 5.6% 빠진 624억 원이다.

최근 우리나라 유업이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가뜩이나 국내 소비 침체 현상이 장기화하고 있고, 세계 최저 수준인 합계 출산율(0.72명)이 보여주듯 우유 주력 소비층인 유소년 인구가 급감하고 있어서다. 매일유업이 본업인 우유 외 사업 다각화에 공들이는 이유다.

매일홀딩스는 올해 3분기 기준 13개의 자회사를 두고 있다. 주력 자회사로는 유가공 사업을 하는 매일유업과 외식사업의 엠즈씨드, 식자재 유통 및 서비스업의 엠즈푸드, 농어촌 테마파크인 상하농원 등이 있다. 국내 외 중국과 호주에 법인을 마련했다. 10개 국가에 분유와 이유식, 커피음료, 건강기능식품 등을 수출한다.

엠즈씨드는 커피전문점 ‘폴 바셋’과 중식 레스토랑 ‘크리스탈 제이드’, 양식 레스토랑 ‘더 키친 일뽀르노’ 등을 운영하고 있다. 엠즈푸드는 매일유업의 유제품과 음료베이스, 아이스크림 믹스 등을 각종 거래처로 납품한다. 상하농원은 매일유업이 농촌 고령화 현상에 착안해 1차 농산물 생산과 2차 농산물 제조·가공, 3차 농산물 유통·판매 등을 융합한 농업 테마파크다.

매일유업의 사업 다각화는 매일홀딩스 매출 현황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매일홀딩스 3분기 실적에서 매일유업을 주축으로 한 유가공 사업은 누적 매출이 8210억 원으로, 전년(8233억 원)보다 하락했다. 반면 엠즈씨드 주력 사업인 외식업은 전년(1499억 원) 대비 3.0% 오른 1544억 원의 매출을 냈다. 커피음료와 식물성 음료, 건강기능식품 등 기타 부문 사업은 매출 6622억 원으로, 전년의 6358억 원보다 4.2% 상승했다.

김선희 매일유업 부회장은 지난 7월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포럼에서 “우유만 파는 중소기업은 2026년 이후 다 없어질 것”이라며 “매일유업은 저출생 시대에 맞춰 성인 영양식이나 메디컬 푸드, 아이스크림, 커피, 식빵, 체험형 목장 등 우유를 기반으로 한 부가가치 사업을 벌이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매일유업 커피 전문점 ‘폴 바셋’경주 매장. /사진=매일유업 폴 바셋

매일유업 커피 전문점 ‘폴 바셋’경주 매장. /사진=매일유업 폴 바셋

실제로 그의 말처럼 매일홀딩스의 매출 비중은 지난해부터 눈에 띄게 도드라졌다. 전체 매출 대비 유가공 사업은 2022년 69.8%에서 2023년 51.1%로 비중이 줄어든 반면 외식사업은 8.6%에서 9.4%로, 기타 사업은 21.5%에서 39.5%로 확대됐다. 외식업에서는 커피전문점 폴 바셋이 2021년 111개에서 2022년 127개, 2023년 140개, 올 3분기 153개로 매장을 늘렸다. 매일유업은 브랜드 경쟁력과 품질 관리를 위해 폴 바셋 전 매장을 직영점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 기간 크리스탈 제이드와 더 키친 일뽀르노 등 레스토랑 매장을 늘리면서 각각 15개, 9개를 두게 됐다. 이에 더해 올 연말 크리스탈 제이드 여의도 IFC몰점 추가 오픈을 앞둔 상태다. 최근에는 이들 브랜드의 가정간편식(HMR)도 선보였다.
매일유업은 지난 4월 서울 성수동의 유명 베이커리인 ‘밀도’를 인수했다. 주로 식빵을 만들며, 전국 11개 매장을 둔 업체다. 매일유업은 밀도를 일부 폴 바셋 매장에서 숍인숍 형태로 판매하고 있다. 그 외 매일유업의 건강기능식품 자회사 매일헬스뉴트리션도 브랜드 셀렉스로 제품 경쟁력에 힘을 줬다.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근력 개선 기능성을 인정받은 '셀렉스 프로틴 락토프리 Plus'와 정신적 스트레스 등을 관리해주는 '셀렉스 릴렉스 샷 스트레스 케어' 등의 제품을 개발했다.

다만, 이와 무관하게 매일유업은 최근 소비자 신뢰도가 흔들릴 수 있는 위기를 맞았다. 세척수 혼입 사고로, 지난 12일 한 대기업 연구소에서 사내 급식으로 나온 ‘매일우유 오리지널 멸균 200㎖’이 발단이 됐다. 해당 제품을 먹은 일부 직원이 복통을 호소했고, 매일유업이 전수 조사한 결과 해당 제품에서 이취와 변색 등이 발견된 것이다. 다행히 문제의 제품을 먹은 직원들은 현재까지 건강에 이상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매일유업 측은 생산 작업 중 밸브 작동 오류로 세척액이 약 1초간 혼입됐다고 설명했다. 매일유업은 자사 광주공장에서 지난 9월 19일 생산된 제품을 지목했다. 해당 공장 설비시설과 공정 등을 점검했고, 해당 일자 밸브 작동 오류 시간에 생산된 제품(소비기한 2025년 2월 16일)의 전량 회수를 결정했다. 매일유업 측은 이때 생산된 제품이 약 50개로, 고객사 한 곳에만 납품했다고 덧붙였다. 지금까지 1만5000개 이상의 제품을 회수했다.

이후 식약처도 관할 지자체인 광주광역시와 함께 즉각 현장 조사에 나섰다. 식약처는 멸균유 제품에 세척수가 혼입된 원인 조사와 제품 안전성 확인을 위한 수거·검사, 해썹(HACCP) 불시평가를 진행했다. 9월 19일 생산된 것 외에 지난 7월 1일부터 현재까지 생산된 제품들도 전수조사했다. 그 결과, 매일유업이 설명한 특정 날짜 시간대(2024년 9월 19일 3시 38분)를 기점으로, 멸균기 밸브가 약 1초간 열려 제품 충진라인에 세척수(2.8% 수산화나트륨)가 혼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멸균기는 충진라인과 분리돼 있지만, 멸균기 내부 세척작업을 진행하던 중 작업자의 실수로 충진라인과 연결된 멸균기 밸브가 열려 세척수가 혼입된 것으로 파악된다. 식약처는 재발 방지를 위해 매일유업 광주공장에 비의도적 밸브 조작 방지 방안 마련, 제조관리 운영 계획 등을 재수립하도록 했다. 광주시에는 ‘축산물 위생관리법’ 위반사항에 따라 영업정지 1개월과 해당 제품 폐기 등의 행정처분을 요청했다. 매일유업은 광주시에 소명을 위한 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으며, 이를 토대로 최종 행정처분이 내려진다.

아울러 식약처는 동일 생산라인에서 제조되는 다른 일자 제품과 다른 생산라인에서 제조되는 제품 30개를 수거해 성상과 산도 검사를 했으나 ‘모두 적합함’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소비자들은 이 같은 소식에도 불안한 마음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편의점 CU와 이마트24, 롯데마트는 지난 14일부로 ‘매일우유 오리지널 멸균 200㎖’ 판매를 중단했다. 세븐일레븐은 점주를 대상으로, 해당 제품의 점포 재고분 폐기 조치를 안내했다.
김선희 매일유업 부회장이 지난 7월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강연을 하는 모습. /사진=대한상공회의소

김선희 매일유업 부회장이 지난 7월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강연을 하는 모습. /사진=대한상공회의소

국내 경기가 저성장, 저출생에 갇히면서 유업계가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매일유업은 소비자 신뢰 회복이라는 또 다른 숙제를 풀어야 한다.

김선희 매일유업 부회장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될 품질 사고가 발생해 놀라셨을 고객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동일한 사고 방지를 위해 작업 오류를 원천 차단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시스템을 즉시 개선했으며, 국내외 최고 수준의 설비 전문기업들과 품질 안전관리체계를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손원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tellme@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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