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대표는 2009년 처음 롯데에 입성했다. 롯데미래전략센터 유통팀장으로 발을 들인 그는 2012년 롯데의 H&B(헬스앤뷰티)롭스 대표를 거쳐 2018년엔 롯데네슬레코리아 대표를 지냈다. 롯데네슬레코리아를 10년 만에 흑자로 돌려세운 강 대표는 경영능력을 인정받고 2020년 말 롯데마트 신임대표로 선임됐다.
롯데마트의 구원투수로 투입된 강 대표는 수익성 개선 작업에 착수했다. 희망퇴직과 비효율 점포 정리 등을 진행했고, 이후에는 코로나19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제타플렉스와 같은 특화점포 전환으로 경쟁력을 강화했다.
2022년 말 슈퍼대표까지 겸임하게 된 그는 마트와 슈퍼의 통합작업을 주도했다. 업태 특성상 중복된 협력사가 많은 마트와 슈퍼를 통합해 상품 소싱과 발주·상품 관리·데이터 분석 등 상품 코드 통합 작업을 진행, 비용 절감 효과를 이뤄냈다.
2023년 롯데마트의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80.4% 증가한 873억 원을 기록하며 2014년 이후 10년 만에 최대 규모 흑자를 냈다. 경쟁사인 이마트가 창립 이후 첫 적자를 낸 것과 비교하면 큰 성과였다. 성장이 정체된 오프라인 유통시장에서 이뤄낸 결과물이라 더욱 의미가 컸다.
이를 바탕으로 강 대표는 올해 인사 태풍을 비껴갔다. 이제 강 대표는 롯데마트·슈퍼와 오카도의 시너지를 내야 한다. 롯데쇼핑은 올해 10월 오카도 사업을 롯데온에서 롯데마트로 이관했다. 이커머스사업부 내 e그로서리사업단과 조직통합을 통해 강 대표가 오카도와의 협업 사업을 추진한다. 이커머스사업부인 롯데온이 지지부진한 성과를 내고 있는 만큼 그룹 내 ‘유통 전문가’로 통하는 강 대표에게 이를 맡긴 것으로 해석된다.
강 대표는 e그로서리사업단과 조직을 합치면서 “통합의 시너지를 발판 삼아 수익성과 효율성 개선은 물론, 고객에게 혁신적인 온·오프라인 쇼핑 경험을 제공해 국내 넘버원 그로서리 마켓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오카도는 온라인 배송 자동화 시스템 개발에 특화된 영국의 리테일테크 기업이다. 수요예측부터 자동화 물류센터의 피킹과 패킹, 배차와 배송 등에 이르는 온라인 그로서리 주문에서 배송까지 전 과정을 다루는 통합 솔루션 ‘오카도 스마트 플랫폼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롯데쇼핑이 2022년 11월 오카도와 파트너십을 맺고 2030년까지 1조 원을 투자하는 사업으로 롯데 내에서도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앞서 롯데그룹이 “유통군은 현재 추진하고 있는 사업 전략의 일관성을 유지하되,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사업실행력을 높인 것”이라고 연말 인사 배경을 밝힌 만큼 강 대표는 오카도 사업에 주력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강 대표는 온라인 그로서리 사업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오프라인에서 먼저 ‘그로서리 경쟁력’을 다지는 중이다. 롯데마트가 지난해 처음으로 선보인 ‘그랑그로서리’가 그 일환이다. 그랑그로서리는 식품 구성비가 90%에 달하는 차별화 점포로, 현재 은평점과 도곡점 두 곳에서 운영을 하고 있다.
지난해 말 첫 점포로 문을 연 그랑그로서리 은평점은 오픈 이후 6주간 방문고객이 15%, 매출이 10% 증가하는 성과를 냈다. 강 대표는 그랑그로서리의 성과를 바탕으로 향후 신선식품 전문 매장 전환을 가속화할 전망이다.
강 대표는 내년 상반기 차세대 e그로서리앱 ‘롯데마트제타’ 론칭을 시작으로 부산 CFC(고객 풀필먼트 센터) 오픈까지 오카도 스마트 플랫폼(OSP) 기반의 온라인 그로서리 전문 포맷을 단계적으로 선보인다.
롯데쇼핑 측은 “오카도 스마트 플랫폼 도입을 통해 고객 맞춤형 온라인 그로서리 쇼핑 환경을 구축하고 온라인 장보기의 불편함을 개선할 계획”이라고 했다.
박슬기 한국금융신문 기자 seulg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