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들은 주요 사업의 자본효율성을 높이면서 본업 경쟁력 강화, 수익 다각화를 통해 올해부터 본격화된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동력을 유지할 방침이다.
내년 금융지주의 수익성 전망은 밝지 않다. 시장금리 하락으로 순이자마진(NIM)이 줄고 정부의 대출 규제, 은행의 위험가중자산(RWA) 관리 등으로 대출 성장도 제한되면서 은행 이자이익 성장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김영도 금융연구원 은행연구실장은 “금리 하락기 은행의 수익성이 하락하는 경향이 있고 머니무브에 예금 안정성이 감소할 수 있다”며 “가계대출 폭증에 시장규제가 강화하면서 기업 대출 시장의 경쟁이 격화하는 등 산업 내에서도 우호적이지 못한 경영환경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제·금융 불확실성이 짙어지고 있는 점도 위기 요인이다. 경기 둔화와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더해 최근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 등 정치적 불안 등으로 내년 금융지주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올해 들어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힘입어 고공행진하던 금융지주 주가는 최근 탄핵 정국으로 인한 혼란의 여파로 크게 흔들리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윤석열닫기윤석열기사 모아보기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와 해제 직후인 4일부터 9일까지 KB금융·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 주가 하락률(종가 기준)은 평균 13.15%에 달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정치적 불확실성 등 국가 리스크 요인이 커지면 금리와 환율 등의 매크로지표 변동성 또한 커지기 때문에 시스템 산업인 은행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될 수 밖에 없다”며 “밸류업 정책이 후퇴되지 않는다고 해도 원·달러 환율 급등이 보통주자본(CET1) 비율과 은행 손익 등 펀더멘털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우려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지주들은 내년 경영계획을 마련하면서 경영환경 불확실성에 대비해 각종 리스크 요인을 반영했다. KB금융은 내년 경영전략 방향과 경영계획 수립을 마치고 최근 국내외 경제상황 변화 등을 지속 모니터링 중이다.
신한금융은 내년 시장과 환경의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보수적 관점에서 경영계획을 수립했다. 아울러 경영환경 불확실성에 대비해 최악의 상황을 고려한 시나리오별 계획을 수립하고 대응 전략을 마련했다.
최근 비상계엄 사태 이후 환율 급등 등 외환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하나금융과 우리금융 은 환율 변화에 맞춰 사업계획을 수정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위험가중자산(RWA)이 늘면서 그룹 자본비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KB금융의 내년 경영전략은 주요 사업들에 대한 자본효율성 강화와 그룹의 차세대 성장동력 지속 확보에 방점이 찍혔다.
KB금융은 지난 10월 발표한 밸류업 방안을 통해 위험가중자산이익률(RoRWA) 중심으로 수익성을 강화하고 위험가중자산(RWA) 성장률은 과거 10년 평균 수준(6.1%) 이하인 5% 내외 수준에서 관리하기로 했다. 내년 경영계획부터 계열사는 물론 사업별, 부문별로 세분화해 밸류업 패러다임에 맞는 RoRWA 목표를 설정한다. 경영진 보상 체계에 RoRWA 성과를 확대 적용하고 핵심성과지표(KPI)도 재설계한다.
KB금융은 지난해 말 수립한 중장기 전략에 따라 디지털 플랫폼, 글로벌 전략 등 6대 추진 과제 추진도 이어간다. 앞서 양종희닫기양종희기사 모아보기 KB금융 회장은 그룹 중장기 전략으로 ▲전통적 핵심비즈니스를 강화를 통한 수익 기반 확보 ▲투자 운영·보험·WM·글로벌 분야 확대를 통한 핵심 성장동력 강화 ▲비금융 사업·ESG 등 미래선도 영역에서의 위상 강화 ▲비대면 채널 서비스 강화 ▲전방위적 기술과 AI 활용으로 기술기업으로 변화 등을 설정했다.
신한금융은 기업가치 제고 계획 목표 달성을 위한 주주환원 정책 등을 경영계획에 반영해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추진하기로 했다. 신한금융은 자본효율성 중심의 질적 성장과 비은행 계열사 경쟁력 제고 전략을 통해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내년 그룹 전체 ROE와 자회사 자본수익률(ROC)을 연계해 내재화한다.
신한금융은 그룹 강점인 글로벌 사업을 확대하고 올해 부진했던 비은행 경쟁력 회복도 중점 추진할 예정이다.
천상영 신한금융 CFO 부사장은 지난 10월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영역별로 보면 올해 자본시장 쪽에서 워낙 부진했고 여러 가지 충당금이 많았기 때문에 계열사별로 보면 은행보다는 비은행, 특히 자본시장의 경쟁력을 회복시키는 게 급선무”라며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부분은 글로벌 사업이고, IB와 접목된 WM, 자산운용 쪽도 더 강화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하나금융은 내년 금융시장의 불확실성과 변동성 확대에 대비해 ‘내실과 협업’을 그룹 중점 추진과제로 선정했다. 세부 과제로는 ▲밸류업, 사회 책임 실천, 정도 경영 등 지속가능 성장 ▲넘버원(NO.1) 영업, 손님을 위한 차별화, 비은행 재도약 등 업의 경쟁력 강화 ▲글로벌 A(적응)·C(협업)·E(확장) 도약 기반 구축 등 글로벌 위상 강화 ▲신성장동력 확보, 본업을 위한 디지털, 투자 및 제휴 등 신영토 확장을 설정했다.
우리금융은 ▲기업금융 ▲글로벌 사업 ▲WM 등을 중심으로 한 핵심 사업 전략을 이어간다. 우리금융은 2025년까지 기업대출 시장 점유율 2위, 2027년까지 1위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은행 부문 글로벌 수익 비중은 2030년까지 25%로 늘릴 계획이다.
NH농협금융은 ▲고객·시장 신뢰 기반의 조직문화 구축 ▲수익창출·성장기반 확충 ▲메가트렌드(기술·기후·인구) 대응역량 강화를 내년 3대 전략으로 설정했다.
우선 자회사 소비자보호 현장점검 강화, NH윤리인증제, 레그테크 도입 등으로 내부통제 및 소비자보호를 내재화해 신뢰를 제고하기로 했다. 대내외 리스크 요인별 선제적 상시점검 분야 확대, 그룹 통합 소매 신용평가모형 구축 등 선제적이고 통합적인 리스크 관리 체계도 운영한다.
글로벌, 신사업 확대로 이익 포트폴리오도 확대한다. 이를 위해 해외점포 경쟁력을 높이고 파트너십 연계 사업 등을 늘릴 계획이다. 생성형 AI도입, 업무 적용을 위한 인프라 구축 등을 통해 DX 확산과 AI 역량 내재화도 추진한다.
한아란 한국금융신문 기자 ara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