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현태 기자
편지에는 수십년의 황폐함 끝에 난지 땅이 최근 새로운 생명을 얻기 시작하면서 쓰레기장이라는 오명을 극복하고 희망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다만, 서울시가 최근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추가 자원회수시설을 설치한다고 발표하면서 주민들은 분노·배신감으로 뒤틀렸다고 영어로 적었다.
발신인은 최근 9년간 대륙을 넘나든 끝에 고국인 대한민국 서울 마포구 상암동으로 귀국한 송진아 씨다. 그는 귀국 이후 동네 거리마다 빨간색으로 쓰여진 ‘TO THE DEATH AGAINST THE INCINERATION FACOLITY’ 현수막을 보고 실망을 감출 수 없었다며, 오 시장이 여전히 삼암동을 서울의 쓰레기 처리장으로 여기는 것 같아 슬프다며 글을 마무리했다.
최근 마포구 내에서는 서울시의 광역자원회수시설 설립 발표로 주민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마포구는 서울시의 이와 관련 각종 대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시설 설립은 결국 강행되는 모양새다. 시는 2022년 8월 현재 소각장 부지 옆 상암동 481-6 등 2개 필지를 신규입지로 선정했다. 총 2만1000㎡ 규모로 건립되며, 현재 소각장은 2035년까지 폐쇄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의 선정에는 오는 2026년부터 실시되는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에 대비한 선택이다.
서울시 측은 2022년 기준 약 1000t의 매립 처분이 필요하며 대안 확보를 위해서 소각시설 확충이 절실하다고 설명한다. 부가적인 내용으로는 영향평가 결과 대기 질·악취 등에서 신규 소각장이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고, 신규 시설이 운영될 때 미세먼지·이산화질소·다이옥신 등도 환경 기준을 모두 만족했다한 만큼 문제가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후 두 개의 소각장이 2035년까지 운영되다가 기존 소각장을 철거하고 신규 소각장만 남도록 하는 ‘현대화’ 개념이 될 것이라는 게 서울시 측 설명이다.
다만 주민들은 서울시의 발표와 함께, 영향평가 조차 믿을 수 없다는 강한 불신을 표하고 있다. 영향평가를 통해 보다 정제된 설득을 하고자 했지만, 주민들을 만족시키기에는 충분하지 못했다.
소각장 백지화 투쟁 본부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 주민은 “서울시는 마포주민들이 반대하는 것을 단순이 님비현상으로 취급하고 있는 것 같다”며 “소각장이 안전하다는 소리를 대체 어떻게 믿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 이건 생존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추후 마포주민들이 암에 걸렸으면 무료로 치료해주는 것도 아니고, 소각장과 상관없다고 주장하는 게 뻔히 보인다”며 “되지도 않는 영향평가를 가지고 분탕질하지 말라”고 일갈했다.
실제로 어떤 몇 시민들은 마포구민들의 반대 이유가 님비 현상이라고 표현한다. 이 현상은 자신의 주거지 인근에 혐오 시설이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는 것을 말한다. 쓰레기 소각장도 물론 그 중 하나에 포함된다. 쓰레기가 한 곳에 모은다는 것도 별로인데, 쓰레기를 소각장하는 과정에서 환경오염 물질이 대량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우려는 당연했다. 세계소각대안연맹(소각장 반대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폴 코넷 세인트로렌스 대학교 환경화학부 명예교수는 마포구 소각장 발표와 관련해 “서울시가 소각장 관련해 환경영향평가 결과 소각 물질 영향이 미미하다고 했지만 과연 신뢰할 수 있는지부터 의문”이라며 “소각장에서 배출되는 다이옥신·기타 할로겐화 불완전 연소 생성물 등 나노입자에 대한 규제나 모니터링이 매우 불충분하다”고 평가했다.
나노입자는 너무 작아서 폐막을 쉽게 통과할 수 있다는 치명적인 문제점이 있다. 특히 나노입자는 뇌암 위험과 청소년의 알츠하이머 증상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적어도 주민들이 납득하기 위해서는 고작 10시간 안팍의 영향평가가 아닌, 8000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영향평가를 해야하는 게 맞다고 봤다.
또 다른 사례도 있었다. 유럽에서 공유된 정보에 따르면, 소각장 인근에서 풀어놓고 기른 닭이 낳은 달걀, 과일과 채소, 물과 토양 등을 장기 추적했더니 다이옥신과 과불화화합물 검출량이 안전기준과 유럽연합 허용치를 훨씬 초과했다는 내용이다. 유럽 내에 소각 물질이 안전하다고 홍보했으나, 소각장 인근에서 동식물 샘플을 조사한 결과 오염을 피할 수 없었던 셈이다.
이처럼 서울시는 도시 존립의 잣대인 질서만을 고집하자, 마포주민들은 형평성으로 반격할 수밖에 없는 상황까지 왔다. 그동안 마포구 주민들은 ‘과거 쓰레기장’이었다는 평가를 감내해야 했는데, 다시금 다른 지자체는 쓰레기를 버리고, 마포구는 받아드려야 하는 상황을 보면 ‘너네만 희생하면 다 편하다’라는 의미로 읽힌다. 도시를 적절하게 개발해야하는 서울시가 마포구민들의 희생만을 강조하는 정책에는 여전히 아리송한 물음표가 사라지지 않는다.
서울시의 ‘생활폐기물 자원회수시설’ 표현은 고급스럽지만, 결국은 생활쓰레기 소각장이다. 당연히 지역주민들의 동의가 선행됐고, 이에 파생되는 정책이 뒤따라줘야 납득이 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강제적으로 주민들의 목소리를 눌러버리기 보다는 주민의 ‘왜’라는 의문에 답할 필요가 있다. 이는 곳 또 다른 문제에 직면할 수밖에 없을 테니 말이다. 단지 소각장이 있던 곳이기 때문에 적절하다. 현대적으로 안전한 소각장이다. 라는 답변은 반대를 더 키울 수밖에 없다.
마포구청·주민들로 자문단을 구성한 안전평가, 마포구 뿐만 아니라, 서울시 내 지자체 전체가 소각되는 쓰레기를 줄이는 행정, 솔직한 소각장의 명암과 더불어 부정적인 일에 보증할 수 있는 수단을 먼저 증명해야 건립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상암동에서 만난 한 중년신사의 말은 오랫동안 귓전을 울렸다. 그는 “도시에는 소각장이 필요하니, 신규 소각장이 건립되면 바로 소각장을 바로 철거한다면 약속한다면 어느정도 인정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이것마저 싫으면, 서울시장 공관에 소각장을 먼저 지어야 공정하다”고 말했다.
주현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gun1313@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