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회장은 지난 4일 서울 은평구 북가좌동에서 열린 김병주도서관 착공 행사에서 고려아연 인수에 나선 이유에 대해 "지배구조와 주주가치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그간 MBK가 인수한 기업의 사례를 들며 주주가치와 지배구조 개선과는 거리가 먼 행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MBK가 금융사로부터 거액의 대출을 받아 기업을 인수하고, 해당 자금을 회수하느라 기업 자산 매각과 인력 구조조정에 집중했다는 비판이다.
한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과거 김병주 회장은 투자 원칙으로 대상 기업이 현금을 원활하게 창출하는지, 또 업계에서 선두권 기업인지가 중요하다며 솔직하게 투자 기준을 제시해왔다"며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돌연 지배구조를 앞세우고 있는데 되레 연달아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논란 속에서도 고집을 꺾지 않는 이유는 아무래도 투자처 고갈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라고 했다.
MBK와 손잡은 영풍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도 일고 있다. 최근 영풍 장형진 고문은 국정감사에서 오너로서의 책임 회피 문제와 환경오염 개선 외면 문제로 의원들에게 질타를 받았다. 영풍 석포제련소는 대법원으로부터 카드뮴 유출 문제로 60일 간의 조업정지 확정 판결을 받기도 했다. 김병주 회장은 과거 언론 인터뷰에서 "MBK가 직접 회사를 운영하지 않기 때문에 훌륭한 경영진과 손잡는 게 정말 중요하다"는 투자 철학을 밝혔는데 영풍과 협력은 이와 맞지 않는 행보라는 지적이다.
한편 김 회장은 지난 2020년 역외 탈세 논란에 시달렸고, 이후 MBK는 국세청으로부터 수백억원을 추징당했다. 미국 국적인 김 회장이 한국 세무당국에 소득세나 양도차익 등을 제대로 내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김 회장이 자신의 이름을 딴 도서관 건립에 사재를 털어 기부한 시점도 공교롭게도 세무조사가 진행중이던 2021년이었다.
곽호룡 한국금융신문 기자 horr@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