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실 현대면세점 대표이사. /사진제공=현대백화점그룹
2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그룹은 이르면 이달 말 정기 임원인사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인사에서는 지난해 유임된 계열사 사장단이 바뀔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대표적으로 현대면세점과 현대리바트 등이 거론되고 있다.
업계는 이 대표의 향후 거취에 지속적인 수익성 악화가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현대면세점이 적자의 고리를 끊어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지난해 3분기 한 차례 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올해 상반기엔 다시 91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전년 같은 기간(-165억 원)보다 74억 원 개선했음에도 여전히 적자폭이 크다.
실적 부진 배경으로는 면세업계 ‘큰손’인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대폭 줄어들고 개별관광객 중심의 여행 트렌드로 바뀐 점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이와 함께 경기침체 장기화와 고환율 등이 겹치면서 국내 면세점 전반이 힘든 상황이다.
다만 이 대표가 올해 3월 한국면세점협회장으로 선출된 점은 이번 인사의 변수가 될 수도 있다. 그간 롯데, 신라, 신세계 3사가 돌아가면서 맡던 자리에 현대면세점의 이 대표가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면세점협회장 임기는 2년으로 개인이 아닌 면세사업자 법인으로 오르는 것이라서 대표직에서 물러난다면 협회 정관에 따라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면세점협회 측은 이와 관련, “검토해봐야 할 사항”이라고 언급했다.
현대면세점은 2018년 면세사업에 뛰어든 후발주자다. 이 대표는 코로나19로 면세사업이 어려움을 겪던 2021년 대표로 선임된 뒤 수익성 개선에 지속적으로 힘을 써왔다. 지난해 3분기 사상 처음으로 분기 흑자를 달성했고, 인천국제공항 사업권을 따내는 등 성과를 냈다. 덕분에 시장점유율은 2019년 4%에서 지난해 말 기준 14.4%까지 성장했다.
이후 올해에는 면세업계 상징성을 띄는 한국면세점협회장 자리에 오르면서 ‘면세 4강’ 구도를 형성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울러 이 대표는 올 7월 면세점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현대백화점면세점 사명을 ‘현대면세점’으로 변경했다. 백화점이란 단어를 떼어내 면세사업의 전문성과 경쟁력을 높이고자 했다.
명품과 K-패션브랜드 유치에도 적극 나섰다. 인천공항점 제1여객터미널과 제2여객터미널에 펜디, 구찌, 생로랑, 발렌시아가 부티크 등을 잇달아 오픈하며 명품 경쟁력을 높였다. 시내면세점 무역센터점에서도 연말까지 생로랑, 쇼파드, 펜디, 발렌시아가 등을 순차적으로 오픈하고, 동대문점은 데이지크와 파넬, 마뗑킴, 마리떼프랑소와저버 등 K-패션 브랜드를 대거 입점시켜 개별관광객을 공략하고자 나섰다.
그럼에도 수익성 개선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면세업계 모두가 힘든 상황이라 한치 앞을 예상할 수 없다”고 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면세점 이용객 수는 251만 명으로 1년 전보다 19.0% 늘었다. 반면 9월 매출금액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0% 감소한 1조1940억 원으로 집계됐다. 내국인 매출은 10.4% 증가한 2726억 원이었지만, 외국인 매출이 1조805억 원에서 9215억 원으로 이 기간 14.7% 줄어든 영향이 컸다.
업계 경쟁사들 처지 또한 별반 다르지 않다. 대부분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다. 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은 올해 상반기 적자전환하며 46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같은 기간 신라면세점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3.8% 감소한 70억 원, 신세계면세점은 75.5% 감소한 158억 원에 그쳤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뿐만 아니라 다른 면세점들 역시 어려운 상황으로, 대표들의 거취가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박슬기 한국금융신문 기자 seulg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