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진섭 서울우유협동조합 조합장이 지난 4월 열린 서울우유 'A2+ 우유'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신제품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 서울우유협동조합
최근에는 프리미엄 라인의 원유만을 고집한 ‘A2+ 우유’를 출시, 시장에 새로운 반향을 일으켰다. 우유 주력 소비층인 유소년 인구가 급감함에 따라 유업계가 신사업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지만, 서울우유는 압도적인 점유율을 무기로 우유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올해 4월 서울우유는 자체 공법으로 만든 ‘A2+ 우유’를 선보였다. 통상 우유 단백질은 80%의 카제인(Casein)과 20%의 유청(Whey)으로 구성돼 있다. 카제인을 이루는 성분 중에 ‘베타(β) 카제인’이 있는데, 그 유전자 유형이 ‘A1’과 ‘A2’로 나뉜다. A1 단백질은 A2 단백질보다 알레르기 유발물질인 ‘베타 카소모르핀-7(BCM-7)’을 최대 4배 가량 더 방출해 배앓이를 유발한다. 보통의 흰 우유는 A1 단백질과 A2 단백질이 혼입돼 있다. 이와 달리 서울우유가 개발한 ‘A2+ 우유’는 A2 단백질만 함유하고 있다. A2 단백질은 인간의 모유와 비슷해 흡수력은 물론 소화 장애에도 효과적이다.
서울우유는 지난 2020년부터 80억 원을 투입, ‘A2+ 우유’ 개발에 공들였다. 국내 인구 60%가 배앓이 등 유당불내증을 겪는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서울우유는 전국 1500여 개 목장 중 A2 유전형질을 갖는 젖소만을 따로 분리해 34개 목장을 선별했다.
이곳에서 짜낸 원유는 목장 집유 차량이나 공장, 완제품 등에서 네 차례 더 A2 검사를 진행한다. 마지막으로 서울우유는 EFL(Extended Fresh Life) 공법을 거쳐 세균이나 미생물도 제거한다.
서울우유는 배우 박은빈을 ‘A2+ 우유’ 모델로 내걸었다. 2030년까지 자사 우유의 원유 100%를 A2로 교체한다는 일념으로, ‘A2+ 우유’ 인지도와 점유율을 높이기로 한 것이다. 현재 서울우유의 하루 원유 생산량은 1900톤(t)이다.
서울우유는 연말까지 전체의 3% 수준인 50t을 A2 원유로 생산한다. 이후 연간 생산량 69만3500t 전량을 A2 원유로 탈바꿈시킬 계획이다. 실제 ‘A2+ 우유’는 소비자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출시 5개월여 만에 누적 판매량 2000만 개를 달성했다.
이 같은 성공 전략에는 문진섭 조합장이 있다. 서울우유는 지난 1937년 설립한 경성우유협동조합을 전신으로 한다. 협동조합인 만큼 낙농업에 뿌리를 둔 조합원들의 축산물 판매가 주요 사업이다. 현재의 서울우유협동조합은 1962년 사명을 변경하면서다.
문 조합장은 경기 파주시 축산계장을 시작으로, 낙농업에 몸담아왔다. 그는 서울우유에서 12~15대 대의원을, 22~24대 감사 등을 맡았다. 지난 2019년 제20대 서울우유 조합장에 당선됐고, 이후 실적 개선에 힘입어 지난해 조합원들로부터 63.7%라는 압도적인 득표율로 재선에 성공했다. 서울우유의 조합장 임기는 4년이다. 문 조합장은 8년에 걸쳐 서울우유를 이끌게 됐다.
문 조합장은 코로나 기간 우유 급식이 중단되자 이를 가공우유로 발 빠르게 대처했다. 흑임자우유나 귀리우유 등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유업 시장을 놓지 않았다. 서울우유 온라인몰인 ‘나100샵’에도 힘을 줬다.
지난 2021년 1월 이커머스사업본부를 꾸리면서 회원 수 확보에 열을 올렸다. 지난해 기준 ‘나100샵’은 회원 수 15만 명을 넘겼다. 서울우유는 이곳에서 자사 650여 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서울우유는 지난해 연 매출 2조1000억 원으로, 전년(1조9684억 원)보다 6.7% 성장했다. 서울우유가 매출 2조를 넘긴 것은 사상 처음이다. 영업이익도 전년보다 15.6% 증가, 546억 원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매출이 1조657억 원으로, 전년(1조422억 원)보다 오르면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우유 본업에 집중하면서 회사 실적에도 탄력이 붙었다. 서울우유는 여세를 몰아 ‘A2+ 우유’ 외에 지방이나 첨가물을 제거한 ‘무지방 우유’를 지난 7월 출시했다. ‘제로 슈거’ 열풍에 착안한 제품으로, 흰 우유 본업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서울우유의 자신감은 시장점유율로 나타나고 있다. 식품산업통계정보(FIS) 소매점 판매통계를 보면 지난해 기준 서울우유의 제조사 점유율은 43.95%로 1위다. 서울우유는 지난해 소매점 매출 8461억 원을 냈는데, 2위 빙그레(2958억 원·15.37%)를 압도한다. 빙그레가 가공유인 ‘바나나맛 우유’로 이 같은 실적을 낸 것과 비교하면 서울우유가 흰 우유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우유 브랜드 점유율에서 서울우유 ‘나100%’ 우유는 매출 5084억 원으로, 점유율 1위(26.41%)다. 가공유인 바나나맛 우유가 매출 2104억 원으로 2위(10.93%)인데, 단순 매출 차이로만 2배 이상이 난다. 3위인 남양유업 ‘맛있는 우유 GT’가 매출 1499억 원, 점유율 7.79%로 흰 우유로는 서울우유 다음이다. 서울우유와는 격차가 3배 이상이다. 서울우유는 ‘나100%’ 우유 외에 스테디셀러 브랜드인 ‘서울우유’도 브랜드 톱(TOP) 5에 진출시켰다.
반면 경쟁상대였던 매일유업이나 남양유업, 빙그레, hy(구 한국야쿠르트) 등은 우유 본업을 뗀 신사업을 찾고 있다. 이들 기업은 외식업이나 건강기능식품, 단백질 음료, 배달 시장 등으로 저출생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저치다.
최근 3년간 국내 우유 시장 규모도 2021년 2조351억 원, 2022년 1조9690억 원, 2023년 1조9251억 원으로 쪼그라드는 추세다. 서울우유가 확실한 시장 선점을 바탕으로, 우유 본업에 힘을 주면서 이목을 끄는 이유다.
문 조합장은 “검증된 A2 젖소를 한곳에 모아 전용목장을 만들고, 모든 국민이 ‘A2+ 우유’를 일상에서 접할 수 있도록 우유에서의 새로운 미래를 만들겠다”고 했다.
손원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tellme@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