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상우 국토교통부장관(사진 중앙)이 철도교통 안전 현장점검에 나서고 있다. 사진 = 국토교통부
올해 역시 국토위 국감은 상반기 이후 서울 아파트를 중심으로 다시 급등하기 시작한 집값부터 대규모 전세사기 사태로부터 촉발된 전세보증보험 재원 문제, 노후화로 인해 빈번해지기 시작한 철도 및 도심 싱크홀 등 안전 이슈까지 겹치며 여야간의 치열한 정쟁이 예고된 상태다.
◇ 대규모 전세사기 대응에 악화된 LH·HUG 상황, 재무부담 가중 해소 필요성
2023년 정부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이 공급하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이하 반환보증)이 전세사기에 악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반환보증 가입 시 적용되는 주택가격 산정방식의 우선순위와 주택가격의 담보인정비율을 변경한 바 있다.
기존 안은 2022년 말까지 비아파트 주택의 가격산정방식은 1순위 감정평가금액, 2순위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률에 따른 공시가격의 150% 금액, 3순위 실거래가 등을 적용했다. 그러나 지난해 5월 1일 이후로는 반환보증에 가입할 수 있는 대상을 주택의 전세금이 공시가격의 126%(공시가격 적용 비율 140% × 담보인정비율 90%) 이내에 있는 주택으로 축소했다.
이렇다 보니 반환보증 가입 범위가 축소된 비아파트 임대차 시장과 시장에 참여하는 임대인 및 임차인에게 정부가 의도치 않은 영향이 발생했다.
먼저 임대인에게는 정부가 변경한 주택가격산정 우선순위로 인해 후 임차인에게 받는 임대보증금으로는 2023년 이전 임차인에게 받은 임대보증금을 상환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임차인 역시 반환보증에 가입할 수 없는 전세주택의 범위가 넓어짐으로써, 임차인들은 반환보증에 가입할 수 있는 전세주택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됐다.
주택임대차시장 전체에 대해서도 임대인이 요구할 수 있는 전세보증금의 수준이 낮아지면서, HUG 등이 제시하는 수준의 임대보증금을 수령하는 대신 자신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나머지 금액은 월세로 전환하는 보증부월세로 임대주택을 제공할 유인이 발생했다.
결과적으로 수도권을 기준으로 순수전세거래 비중은 줄어들고 (보증부) 월세거래비중이 급격히 높아지며 (2022년 53.6% → 2024년 4월 67.3%) 월세가격이 상승세를 보이면서 저소득 임차인의 주거 안정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부터 촉발된 대규모 전세사기 사태에 대한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고 급증은 올해 국감에도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HUG는 지난해 3조859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이는 2022년 4087억원보다 9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전세금반환보증사고가 눈덩이처럼 늘어나며 세입자에게 내어준 대위변제액 규모만 3조5540억원에 달한 것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 역시 2022년 35.35%에서 2023년 116.89%로 급증했다. 자산 규모는 2022년 말 7조5685억원 규모에서 2023년 말 4조5536억원으로 쪼그라드는 와중에, 부채는 같은 기간 1조9769억원 규모에서 2조4540억원 규모로 늘어났다.
정부의 주택공급 대책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상황도 좋지 않다. 상반기 기준 LH 부채는 153조원이며, 부채비율은 218%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6월 말 LH를 '재무위험기관'으로 지정하며 LH가 2027년까지 부채비율을 208%까지 낮추는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을 준수하도록 한 상태다.
국토교통부 철도안전정보종합관리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전국에서 발생한 철도 사고는 344건이다. 연평균 68.8건이 발생한 셈이다. 올 상반기 기준으로 23건의 철도 사고가 발생했다. 발생건수는 전년 동월 대비 28.1% 줄었지만, 사상자와 운행 장애는 각각 5.6%, 25.0% 증가했다.
특히 최근 5년간 승객 안전과 직결된 탈선 사고가 51건으로 비중이 가장 컸다. 탈선 사고 발생 건수 역시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19년 5건에서 2020년 2건으로 줄었다가 2021년 9건, 2022년 15건, 2023년 20건으로 늘고 있는 추세다.
‘도심 속 지뢰’로 불리는 싱크홀(땅꺼짐) 사고도 최근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싱크홀에 대한 첫 집계가 이뤄진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발생한 전국의 싱크홀 규모는 1127건에 이른다.
국토부는 ‘지하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에 따라 면적 1㎡ 이상 또는 깊이 1m 이상의 지반침하로 인해 사망ㆍ실종 또는 부상자가 발생한 경우를 집계해 싱크홀로 분류하고 있다.
싱크홀 규모는 2018년 338건에서 2019년 192건으로 줄었으나, 2020년 284건으로 다시 증가했다. 이후 2021년 136건, 2022년 177건으로 증감을 반복하고 있다. 발생 지역도 전국적이다. 특히 서울에서는 2021년 11건이던 싱크홀 발생 건수가 2022년 20건으로 증가했고, 같은 기간 전북에서는 14건에서 40건으로 급증했다.
특히 서울에서는 지난 2018년부터 올해 8월까지 총 109건의 싱크홀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 연도별로는 2018년 17건을 시작으로, 2019년(13건), 2020년(15건), 2021년(11건)까지 등락을 거듭하다 2022년(20건)과 2023년(22건)까지 2년 연속 증가 추세다. 올해는 8월까지만 11건이 발생했다.
국토부가 공개한 ‘하자 판정 건수 상위 20개 건설사 명단’을 보면 중 시공 능력 상위 10대 건설사도 다수 포함돼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2019~2023년 하자심사분쟁조정 신청 현황'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하자심사 분쟁 조정 신청이 2만2561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자 분쟁 60% 가까이가 붕괴를 비롯한 침하, 처짐, 비틀림 등 입주민 안전과 직결된 사안으로 조사됐다.
중대재해법이 본격 시행됐음에도 불구하고 매년 반복되는 건설현장의 안전사고 문제 역시 국토위 국감 단골 이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용갑 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받은 ‘최근 3년 시공능력평가 20대 건설사 산업재해 현황’에 따르면 사고재해자는 2021년 1458명에서 2022년 1631명, 지난해 2194명으로 조사됐다. 2년 만에 1.5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올해도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 사고가 반복되고 있어 건설사들의 철저한 관리감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12일부터 이달 2일 사이에만 ▲서울 강동구 천호동 아파트 공사현장 1명 ▲서울 용산구 국방부 영내 국방홍보원 신청사 건설 현장 1명 ▲인천 서구 왕길동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 1명 ▲전북 익산시 창인동 익산역 부지 내 휴계 건물 외벽 도색 현장 1명 ▲부산 영도구 아파트 공사 현장 1명 등 총 5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박용갑 의원은 “2022년 1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시행됐지만 현장 위험은 조금도 줄지 않았다”며 “국토교통부가 대형 건설사들의 안전 문제에 대해 더 철저하게 관리감독하고 사고 발생 시 엄중한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호성 한국금융신문 기자 hs6776@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