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오너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되고 있다./사진제공=한미약품
2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사이언스의 이번 임시주총 요구는 지난 8월 박재현 대표가 한미약품에 인사·법무팀을 신설하고 지주사로부터 독립한다고 선언한 데 따른 것이다. 박재현 대표가 내부혼란을 일으켰다고 보고 이사 해임과 함께 책임을 묻겠다는 얘기다. 한미사이언스는 한미약품 지분 41.42%를 보유한 지주사다.
한미사이언스 측은 “한미사이언스는 한미약품의 최대주주이자 한미그룹의 지주사로 그룹 전체의 방향성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박 대표는 모든 임직원을 아우르고 이끌어야 하는 책임감은 버려둔 채로 지주사와 불필요한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고 했다.
이어 “한미사이언스의 경영상 혼란을 일으킨 장본인이나 이를 옆에서 부추긴 이사를 전면 교체하고, 그동안 묵묵히 한미그룹에서 경험을 쌓고 각 부문에 대해 전문성과 능력을 인정받아 온 명망 있는 분들을 신규 경영진으로 모셔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미사이언스의 임종윤·종훈 형제가 신동국 회장 해임을 추진한 점도 눈길을 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형제들이 신 회장에 대한 신뢰를 표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지난달 2일 한미약품 이사회가 마무리된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신동국 회장에 대한 신뢰를 여전히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한미사이언스의 개인최대주주로, 올해 3월 열린 정기주총에서 형제 측 승리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하지만 지난 7월 신 회장이 모녀 측으로 돌아서면서 이들 사이에 균열이 생겼다. 그럼에도 형제는 신 회장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물밑작업을 펼쳤지만 결국 멀어진 사이는 봉합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한미약품 측은 “최근 열린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서도 한미약품 임시주총 안건이 다뤄지지 않은 사실로 볼 때, 이번 제안이 한미사이언스 법인이 한 것인지, 특정 대주주(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의 독단적 결정인지 불확실한 상태”라고 했다.
그러면서 “공개적으로 임시주총을 요구하는 자료에서 회사의 대표이사를 ‘꼭두각시’ 등 입에 담지 못할 표현으로 모욕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지주사의 특정 대주주 경영자가 그룹사의 모든 것을 독단적으로 결정하는 독재경영은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이어 “한미약품은 매 분기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하반기에도 새로운 성장동력 비전을 담고 있는 신약 과제를 해외 유망 학회에서 릴레이로 발표하고 있다”며 “지주사가 핵심 사업회사의 현재 경영 상황과 성과를 제대로 판단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박슬기 한국금융신문 기자 seulg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