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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회장님만 아는 교촌 '소스 레시피', 충북 진천공장 가보니

손원태 기자

tellme@

기사입력 : 2024-09-29 12:00

간장·레드·허니치킨, 교촌 매출의 90%
교촌, 업계 최초 소스 생산공장 준공
연 생산량만 1만2000톤…'할랄' 인증도
"3년간 계약재배로 농산물 3825t 매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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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찾은 충북 진천군 교촌 소스 생산시설, 비에이치앤바이오. /사진=손원태기자

지난 26일 찾은 충북 진천군 교촌 소스 생산시설, 비에이치앤바이오. /사진=손원태기자

[한국금융신문 손원태 기자] 교촌의 33년 성장 비결은 ‘코카콜라’의 성공 사례와 비슷합니다. 코카콜라의 비밀 레시피는 은행 대형금고에 보관될 정도로 핵심 원료를 철저하게 관리합니다. 교촌의 소스 관리도 이와 비슷합니다. (권원강) 회장님만 알고 계시는 교촌의 핵심 소스 3종(간장·레드·허니)이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그 경쟁력을 인정받기 시작했습니다.”

교촌에는 짭조름한 간장치킨과 매콤새콤한 레드치킨, 달짝지근한 허니치킨 등 3대 시그니처 치킨이 있다. 이들 삼총사가 교촌 전체 매출의 80~90%를 차지한다. 중독성 강한 이 맛은 소스에서 나온다.

지난 26일 찾은 충청북도 진천군에는 교촌의 비밀이 담긴 소스 공장이 있다. 이곳에서는 하루 최대 40톤(t)의 소스가 생산된다. 소스는 국내외 교촌치킨 매장으로 향한다. 즉, 이곳이 아닌 다른 어느 곳에서도 교촌의 소스를 맛볼 수 없다. 교촌은 최근 '종합식품외식기업' 도약을 선언, 소스를 치킨에 이은 주력 수출품으로 키워나가고 있다.

교촌 권원강 회장은 지난 1991년 경북 구미 송정동에 ‘교촌통닭’을 창업했다. 당시 권 회장이 선보인 치킨은 간장소스가 특징이었다. 붓을 간장소스에 3cm 이상 푹 담근 후 마늘 입자가 달라붙게 했다. 이어 짜지 않도록 붓을 3번 털어 치킨 부위별로 3번씩 발랐다. 교촌은 이를 ‘3·3·3 법칙’이라고 명명했다. '소스 명가' 교촌의 시작이었다.

다리나 날개 부위로만 구성한 부분육을 처음 선보인 곳도 교촌이다. 간장치킨은 소비자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교촌이라는 브랜드를 알렸다. 권 회장은 경영 철학으로 ‘정도경영(正道經營)’을 내세웠다. 소비자들을 기만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교촌은 지난 1996년 조류독감(AI)으로 1kg짜리 닭을 구하기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남들처럼 튀김옷을 두껍게 해 중량을 늘리지 않았다고 한다. 대신 500g짜리 닭을 두 마리 튀겨 중량을 맞췄다.
사진은 지난 26일 찾은 충북 진천군 교촌 소스 생산시설, 비에이치앤바이오. /사진=손원태기자

사진은 지난 26일 찾은 충북 진천군 교촌 소스 생산시설, 비에이치앤바이오. /사진=손원태기자

권 회장은 지난 4월 사옥을 오산에서 판교로 옮기며 새 경영 철학으로 ‘진심경영’을 선포했다. 정직과 정성을 담은 ‘진심(眞心)’과 창의와 상생을 뜻한 ‘진심(盡心)’으로 회사를 키우겠다는 의미다. 국내 최대 치킨 프랜차이즈로 자리잡은 만큼 브랜드 신뢰를 높인다는 구상이다.

교촌의 이러한 경영 철학은 소스에서도 고스란히 묻어난다. 교촌은 치킨업계에서 유일하게 소스를 직접 제조해 매장으로 납품한다. 교촌치킨을 운영하는 회사인 교촌에프앤비는 지난 2015년 소스 제조부문을 인적분할했다. 이후 2017년 충북 진천군 산업단지에 공장을 세웠다. 1만5373㎡(약 4600평) 부지에 연면적 9392㎡(약 2900평) 규모로 조성됐다. 총 4개 층으로 이뤄졌다. 연간 생산량만 최대 1만2465t에 달한다.

소스 공정은 4층에서 1층으로 내려가는 식이다. 4층에서는 원재료 전처리, 배합이 이뤄진다. 교촌은 원물의 영양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비가열 공법’을 적용하고 있다. 간장소스의 주원료인 마늘은 깐 채로 세척 작업을 거친다. 이어 70℃의 뜨거운 물에 데쳐내 살균한다. 그런 뒤에 두 번의 세척 과정을 거쳐 냉각해 분쇄한다. 교촌은 여러 시행 끝에 70℃의 물에서 미생물이 제거되고, 영양 성분도 최대한 보존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전처리를 마친 마늘과 원료들은 배합실로 이동해 소스로 나온다. 배합실에는 총 10대의 배합탱크가 있다. 교촌은 이 과정에서 공장 내 물기를 제거했다. 세균 번식을 차단해 위생에 힘주고, 미끄럼을 방지해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함이다.
공장은 전체적으로 정돈된 분위기였고, 바닥마저 물기가 없어 깨끗했다. 교촌은 전문 인력과 첨단설비를 가동해 품질을 지속 관리한다. 유해성 검사나 유전자 검사 등도 함께 진행해 식품 안전에 힘을 기울였다. 스마트팩토리 시스템으로, 원료 투입부터 포장 등 전 과정이 자동화다. 까다로운 위생 관리를 통해 해썹(HACCP), ISO9001, 할랄 등의 인증을 획득했다.
사진은 지난 26일 찾은 충북 진천군 교촌 소스 생산시설, 비에이치앤바이오. /사진=손원태기자

사진은 지난 26일 찾은 충북 진천군 교촌 소스 생산시설, 비에이치앤바이오. /사진=손원태기자

소스는 품질검사를 통해 ‘적합’ 판정을 받아야 2층 포장실로 배관을 따라 내려간다. 배관에서 소스는 컵, 파우치, 병 등의 포장기로 분배된다. 포장실에는 액체를 정확한 용량으로 공급하는 10대의 충진설비가 있다. 특히 이물질의 혼입을 막기 위해 양압식으로 관리한다. 외포장실은 제품을 박스째로 포장하는 공간이다. ‘파렛타이징 5축 관절로봇’이 인간을 대신해 무거운 짐을 실어나른다.

1층은 박스로 포장된 상품이 보관되는 곳이다. 제품별 바코드가 입력돼 저장된 패턴에 따라 적재를 한다. 1팔레트의 적재가 완료되면 무인 대차(AGV)가 라인을 따라 이동해 냉장창고로 입고한다. AGV가 창고로 이동하는 시간에도 온도 변화를 최소화하기 위해 냉장창고 내부에는 스피드 도어가 설치돼 있다.

교촌은 이와 같은 방식으로 미국, 중국, 인도네시아 등 7개 국가 73개 해외 매장까지 소스를 제한다. 또한, ODM·OEM 방식으로 국내 식품기업에 공급하는 소스 레시피만 2000여 종에 달한다. 국내에서는 이마트, 해외에서는 아마존에 'K1 핫소스'를 입점시켰다. 교촌의 레드소스를 기반으로 만든 제품이다. 최근에는 미국의 대형 유통업체인 코스트코 입점 기회도 확보했다.
사진은 지난 26일 찾은 충북 진천군 교촌 소스 생산시설, 비에이치앤바이오. /사진=손원태기자

사진은 지난 26일 찾은 충북 진천군 교촌 소스 생산시설, 비에이치앤바이오. /사진=손원태기자

교촌은 캡사이신이나 인공감미료 같은 화학조미료를 쓰지 않는다. 우리 농산물을 원재료로 써 천연 소재의 소스를 만드는 것이다. 소스 주원료로는 간장소스의 마늘, 레드소스의 청양홍고추, 허니소스의 아카시아꿀이 있다. 교촌은 지난 3년간 총 3825t의 우리 농산물을 계약재배 방식으로 매입했다. 계약재배로 시세와 상관없이 정해진 가격으로 일괄 구매해 원가 부담을 방어한다. 반대로 농가는 안정적인 유통망을 확보해 판로 부담을 던다. 교촌과 농가 간의 상생 체제인 셈이다.
청양홍고추는 경기 여주·이천, 강원 원주·인제·홍천, 충북 단양, 경북 영양, 전북 정읍, 충남 청양까지 전국 방방곡곡에서 들여온다. 교촌은 본래 청양고추를 주원료로 레드소스를 만들었지만, 최근 매운 고추를 재배하는 농가가 줄면서 청양홍고추로 확대했다. 교촌이 지난 3년간 매입한 청양홍고추는 총 2800t이다. 이 중 58%가 계약재배 물량이다. 같은 기간 간장소스에 사용되는 마늘 700t, 허니소스에 넣는 아카시아꿀 315t도 국내산 농가에서 가져왔다.
송원엽 비에이치앤바이오 대표가 지난 26일 충북 진천군 소스 생산 시설 현장에서 교촌의 소스 공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손원태기자

송원엽 비에이치앤바이오 대표가 지난 26일 충북 진천군 소스 생산 시설 현장에서 교촌의 소스 공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손원태기자

교촌의 소스를 만드는 자회사인 비에이치앤바이오는 지난해 매출 285억 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해외 공략에 나서면서 목표 매출을 350억 원으로 잡았다.

송원엽 비에이치앤바이오 대표는 “교촌은 간장·레드·허니로 대표되는 치킨 소스를 제조하기 위해 청양홍고추, 마늘, 아카시아꿀 등 프리미엄 우리 농산물의 상당수를 계약재배로 들여와 지역 농가의 판로 개척을 지원한다”며 “최고의 원재료를 통한 최고의 맛과 품질을 구현하고, 농민과의 상생 및 동반성장을 강화해 K푸드 글로벌 회사로 발돋움하겠다”고 했다.

손원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tellme@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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