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 철회 전 두산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출처=한국기업평가
이미지 확대보기4일(현지시간) 글로벌 신용평가사 S&P는 두산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안을 수정했음에도 불구하고 두산밥캣을 ‘부정적 관찰대상’에 두겠다고 밝혔다.
S&P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두산밥캣 상장폐지와 두산로보틱스와 합병계획 철회는 두산밥캣 재무부담 확대 가능성이 사라지고 소액주주 영향력이 보호됐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두산로보틱스가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상당한 규모의 자금이 필요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두산밥캣이 재무적 지원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두산밥캣 신용도 부담을 배제할 수 없다는 취지다.
두산그룹은 지난달 29일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한 합병 철회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앞서 두산그룹은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의 100% 자회사로 만든 후 두산밥캣을 상장폐지 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이 과정에서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 비율을 1대 0.63으로 결정하자 두산밥캣 소액주주들이 반기를 들었다. 그룹 내 ‘알짜회사’인 두산밥캣 지분을 내주는 대신 적자기업인 두산로보틱스 주식을 받아야 하는 것도 억울한 상황에서 비율조차 불리하게 책정됐다는 입장이다.
두산밥캣은 국내 기업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글로벌 기업이다. 북미, 유럽을 중심으로 한 해외 주요 지역 내 종속회사를 두고 있는 지주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두산로보틱스가 두산밥캣을 품으면 글로벌 시장에서 자금조달이 상대적으로 수월해진다. 지난 4월 S&P는 두산밥캣 신용등급을 BB0에서 BB+로 한단계 상향 조정했다. 두산로보틱스 입장에서는 두산밥캣이 더욱 중요한 위치에 자리잡은 것이다.
결국 두산그룹의 이러한 큰 그림은 오히려 발목을 잡았다. S&P는 두산그룹 지배구조 개편안 발표 직후 두산밥캣을 ‘부정적 관찰대상’에 올렸다. ‘완전 자회사’를 추진했던 만큼 모회사이자 지주사인 두산을 중심으로 한 그룹 차원 경영 개입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취지다.
S&P는 합병 철회로 소액주주 보호는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정작 주주들은 상황이 변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는 포괄적 주식 교환을 철회했더라도 분할합병안이 추진되는 만큼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에 빼앗긴다는 주장이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S&P가 두산 지배구조 개편에 대해 ‘개입’이라는 단어를 쓴 것은 소액주주들이 반기를 든 것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며 “두산에너빌리티의 차입규모 축소, 두산로보틱스 자금조달 통로 확대 등이 긍정적이라는 측면에 너무 몰두했다”고 말했다. 그는 “S&P가 경고를 한 만큼 두산로보틱스가 두산밥캣 지분 일부를 확보해도 두산그룹이 기존에 예상했던 전략의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성규 한국금융신문 기자 lsk0603@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