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CJ제일제당
CJ제일제당은 앞서 지난 2010년 식품 브랜드 비비고를 론칭했다. 비비고는 ‘비빔’에서 유래한 것으로, 다양한 재료를 조화롭게 배합해 특별한 맛을 내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재현닫기이재현기사 모아보기 CJ그룹 회장이 직접 작명했다. 비비고는 한식의 세계화를 꿈꾸며, 만두 시장부터 공을 들였다. 지난 2013년 기존 만두 공법을 달리한 비비고 왕교자를 출시한 것이다. 고기와 채소를 갈아서 만두소를 만드는 것이 아닌 칼로 썰어 제조하는 공정(깍둑썰기)을 도입했다. 가격도 기존 제품보다 10% 이상 높게 책정했다.
국내 냉동만두 시장을 처음 연 곳은 해태 고항만두다. 해태 고향만두는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국내 냉장고 보급이 빨라지면서 탄생했다. 이후 비비고나 나오기 전까지 20여년 동안 국내 냉동만두 시장을 선점했다. 그러나 비비고는 출시 1년 만에 시장을 뒤집었다. 식품산업통계정보(FIS) 소매점 판매 통계에 따르면 2014년 비비고 만두는 28.7% 점유율을 보이며, 해태 고향만두(21.7%)를 밀어냈다. 이어 단 한 번도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지난해 비비고 만두는 점유율 47.1%로, 고향만두(13.8%)와 압도적 격차를 유지했다. 비비고는 해외로도 만두를 빠르게 개척했다. 2019년 미국 냉동식품 기업 슈완스를 인수해 미국 전역으로 만두를 확산했다. 미국에서도 비비고 만두는 시장 점유율 48%로, 매출 1조를 바라보고 있다.
만두를 접수한 비비고는 곧바로 김치로 향했다. 앞서 CJ제일제당은 지난 2007년 김치와 액젓 등을 판매하는 식품회사 하선정을 인수한 바 있다. 이후 2016년 고급 원재료로 김치를 제대로 만들겠다면서 비비고 김치 사업을 전개했다. 비비고가 만두로 시장을 접수한 지 2년 만이다. 비비고는 김치에서도 프리미엄 전략을 펼쳤다. 그러나 포장 김치 원조 격인 대상 종가의 문턱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종가 김치. /사진=대상 종가
최근 3년간 국내 김치 점유율은 ▲2021년 대상 종가집(현 종가) 41.67%(1193억원), CJ 비비고 37.53%(1074억원) ▲2022년 종가집 42.25%(1341억원), 비비고 36.09%(1146억원) ▲2023년 비비고 35.54%(1075억원) 종가집 31.76%(961억원) 종가 309억원(10.2%)이다. 비비고가 김치 사업을 대대적으로 펼쳤지만, 1위에는 오르지 못한 것이다. 지난해에는 대상이 기존 김치 브랜드 종가집을 종가로 통합하면서 브랜드 매출이 분산했다. 양 사는 김치 제조사 점유율에서도 40%대 초반(대상)과 30%대 후반(CJ제일제당)을 기록하면서 전체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비비고는 해외에서도 종가만큼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비비고는 구체적인 수치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기준 해외 매출이 전년보다 약 20% 성장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이 44%, 일본이 31% 정도 올랐다고 덧붙였다.
비비고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있는 현지 김치업체 ‘코스모스 푸드’를 인수하면서 공격적인 확장에 나섰다. 100% 식물성 원료를 활용한 비건 김치를 선보인 것이다. 베트남에서도 고수김치, 덜 매운 김치 등을 만들어 현지화 전략을 펼쳤다. 종가 역시 미국 식품업체 럭키푸즈를 인수하면서 현지화 생산에 들어갔다. 폴란드에서도 대규모 김치 공장을 증설했다. 종가는 유럽인들이 선호하는 양배추, 케일, 당근을 활용한 현지화 김치도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최근에는 무슬림, 유대인, 채식주의자를 위한 맞춤형 김치도 개발하고 있다.
CJ제일제당 비비고가 김치 시장에서 대상 종가의 벽을 넘을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대상은 “종가 김치는 일본 수출 물량의 90%, 아시아권 80% 이상을 차지”한다며 “앞으로도 미국 채널에서 김치 입점을 추진할 것이며, 미주와 유럽 등 서구권으로 확장해나갈 것”이라고 맞받았다.
손원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tellme@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