켈리 라운지 이미지./ 사진 = 하이트진로
이미지 확대보기식품산업통계정보(FIS) 소매점 판매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가정시장 맥주 점유율 1위는 오비맥주 카스(38.61%)였다. 카스는 가정시장에서만 1조5172억원이 판매되면서 2위인 하이트진로 테라(11.95%) 매출액(4697억원)과 압도적 차이를 보였다. 하이트진로는 앞서 지난해 4월 신제품 맥주 켈리를 출시했다. 하이트진로가 맥주에서 신제품을 선보인 것은 지난 2019년 테라 이후 약 4년 만이다. 카스가 국내 맥주 부동의 1위를 이어가면서 테라, 켈리로 쌍끌이 전략을 펼치겠다는 구상이다. 모델도 한껏 힘을 줬다. 기존 테라 모델인 배우 공유와 함께 켈리 모델로 배우 손석구를 발탁한 것이다.
그러나 하이트진로 기대와 달리 카스의 아성은 단단했다. 켈리 출시 이전인 2022년과 비교해 카스 매출과 점유율은 거의 변동이 없었다. 2022년 기준 카스 점유율은 38.14%, 매출은 1조5773억원을 기록했다. 동 기간 테라는 점유율이 14.87%, 매출 6151억원을 보였다. 테라 매출이 1년 새 1400억원 정도 빠진 것과 반면에 카스는 이전 수준을 유지했다. 테라에서 빠진 매출은 켈리로 고스란히 옮겨갔다. 지난해 켈리 가정시장 매출이 1760억원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켈리 점유율도 4.48%로, 테라에서 1년 새 빠진 3%대 점유율과 비슷한 수준을 나타냈다. 사실상 켈리 등장이 카스에 타격을 입히지 못한 셈이다.
올해로 창립 100주년을 맞은 하이트진로는 글로벌 K소주 확대에 나서고 있다. 베트남에 첫 해외 생산 공장을 짓고, 오는 2030년까지 K소주 수출액 5000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여기에는 국내 소주 점유율 압도적 1위라는 자신감이 뒷받침한다. 지난해 국내 소주 제조사 점유율에서 하이트진로가 59.75%를 기록해 2위인 롯데(18.0%)와 초격차를 그렸기 때문이다. 반면 맥주 제조사 점유율에서는 하이트진로가 28.47%를 보이면서 1위인 오비맥주(46.75%)에 뒤처지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맥주는 가정시장 1위 탈환 때까지 내수에 집중할 계획”이라며 “소비자 니즈를 충족시키며 시대의 흐름에 맞는 다양한 제품 운영의 개별 브랜드 포토폴리오 전략을 펼치고 있다”라고 했다.
테라 라이트. /사진=하이트진로
하이트진로 브랜드들이 국내 맥주 점유율 상위권을 점령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국내 맥주 TOP5는 1위 카스, 2위 테라, 3위 필라이트, 4위 아사히, 5위 켈리 순이다. 하이트진로가 테라, 켈리 외에도 꾸준한 매니아층을 확보해 발포주 맥주인 필라이트로 6%대 점유율을 보인 것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 맥주 시장이 갈수록 위축되고 있는 점은 부담이다. 지난해 국내 맥주 시장 규모는 3조9297억원으로, 2020년(4조3771억원) 대비 11.4%나 줄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하이트진로가 마침내 카스의 아성을 깨뜨릴 수 있을지 주목되는 이유다.
하이트진로는 “대중성 확보를 위해 테라·켈리를, 고물가 시대 가성비를 전략 삼아 필라이트를, 헬시플레저 열풍을 겨냥한 테라 라이트 등 맥주 카테고리별 라인업을 강화해 맥주 점유율 1위 탈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라며 “맥주 시장이 주춤하는 것과 동시에 홈술, 혼술 트렌드도 유지되고 있어 앞으로의 맥주 시장도 현 흐름과 비슷할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했다.
손원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tellme@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