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근로자공제회가 매 분기마다 발표하는 ‘퇴직공제 피공제자 동향’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외국인근로자는 11만8735명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이는 정식으로 비자를 받아 퇴직공제 대상까지 되는 인원에 불과하고, 불법체류자 등을 더하면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최근 화성 리튬 배터리공장에서 발생한 화재사고로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안전사고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른 상황에서, 고용노동부는 이정식 장관 주재 아래 주요 건설사 대표들과 함께 하는 건설업 안전보건리더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이정식 장관을 필두로 삼성물산·현대건설·대우건설 등 13개 건설사 대표가 모였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5월 말까지 건설업 사고 사망자는 11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17명보다 줄었지만, 800억원 이상 대형 현장의 사망자는 지난해 10명에서 올해 19명으로 늘었다. 이에 이정식 장관은 "대형 건설현장에서 사망사고가 집중되는 것은 여전히 경영자의 노력이 현장을 바꾸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대표가 각 현장에서 안전보건관리체계가 실효적으로 작동되고 있는지 직접 점검하고, 협력업체의 안전관리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해달라"고 당부했다.
정부의 이 같은 당부에도 불구하고 건설업계는 난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현장 인력이 10명이 있으면 그 중 내국인은 절반도 안 된다”며, “개별 현장같은 경우에는 내국인 통제도 제대로 하기 힘든 마당에 외국인은 더더욱 통제가 안되고 자기들끼리 뭉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인력이라도 없으면 공사 성립 자체가 안되는 수준”이라고 털어놨다.
불법체류자들을 단속하는 현장 공무원들의 고충도 크다. 익명을 희망한 한 관계자는 “경력이 오래 된 불법체류 외국인 근로자들은 잡힐 것 같으면 벽을 타고 도망가기도 하는 등 추격이 쉽지가 않은데 그 사람들이 현장마다 돌아가면서 매번 나타난다”며, “불법 업체들을 아무리 단속해도 너무 뿌리가 깊기 때문에 원천봉쇄는 힘들고 인력도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그나마 여건이 나은 편인 대형 건설사들은 다국어 안내 교육판 비치 또는 통역 어플리케이션 활용 등으로 현장 안전강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대표적으로 HDC현대산업개발은 외국인 근로자의 안전의식을 고취하기 위해 전 현장을 대상으로 전문 통역사를 동행한 안전교육을 주기적으로 진행 중이다. 지난해부터 전사적 차원에서 골조공사 진행현장 중, 고위험 공종을 대상으로 전문 통역사와 직접 방문해 중국, 베트남, 태국, 카자흐스탄 등 약 2000여 명의 내·외국인을 대상으로 전문 통역 안전교육을 진행한 바 있다. 올해는 이에 더해 옥상 조형물 작업, 밀폐공간 등의 마감공종 등 고위험작업까지 교육영역을 확대해, 더 많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언어장벽으로 인한 작업 유해·위험성에 노출되지 않도록 대비해 나갈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작업 공정에서도 외국인 근로자의 안전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전 현장에서 명예 통역관을 지정하고 아침 TBM 및 신규·정기·특별교육 시 동시통역이 진행되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고, 국가별 더빙·번역 교재를 배포하는 등 HDC현대산업개발은 외국인 근로자들의 의사소통 미숙으로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반도건설은 지난해 이정렬 시공부문 대표가 외국인 근로자들의 안전의식 고취를 위한 교육을 직접 진행해 눈길을 끌었다. 이정렬 대표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개별 공종의 오시공 사례와 올바른 시공 사례를 사진으로 보여주면서 설명했으며, 현장 통역을 통해 전달했다.
특히 철근 시공시 배근, 결속, 스페이서, 피복 등 작업을 규정에 맞게 진행할 것과 도면을 기준으로 절대 철근이 빠지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할 것을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대부분의 현장 안전사고가 안전모, 안전화 등 보호구 착용과 현장정리, 청소 등 기본적인 안전관리 수칙을 지키지 않아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자신과 가족을 위해 안전을 최우선으로 작업해 줄 것”을 당부했다.
장호성 한국금융신문 기자 hs6776@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