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원달러 환율은 1400원선에 근접하고 있다. 추가 상승은 제한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안심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원달러 환율은 지난 4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3월) 상승률이 예상치를 상회(3.5%)한 시기와 유사한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당시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멀어지면서 달러 가치는 상승했고 원화 가치는 하락했다.
하지만 현재 원달러 환율의 고공행진은 지난 4월과 그 성격이 다르다. 미국 기준금리 결정과 일본 통화정책에 대한 논쟁은 여전하지만 성장, 고용, 물가 등에서 시장 예상치에 부합하거나 둔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제 대비 각국 GDP 비중 추이./출처=한국은행
이미지 확대보기이러한 원달러 환율 고공행진 배경에는 한국 경제 펀더멘탈 변화가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011년 미국 국내총생산(GDP)이 글로벌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미국∙중국 포함 37개국, 러시아 등 데이터 공백 국가는 제외)은 27.60%에서 지난 2023년 33.32%로 확대됐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 GDP는 2.22%에서 2.09%로 축소됐다.
한편, 원달러 환율은 코로나19 팬데믹 전까지 1200원선을 넘어선 시기는 2008년 금융위기에 불과하다. 이후 1200원선을 상회한 시기가 있지만 단기 시장 불안에 따른 ‘일시적’ 현상에 불과했다.
원달러 환율 레벨이 1200원선을 돌파해 이전과는 다른 수준에서 거래되기 시작한 시기는 2022년 3월이다. 이후 원달러 환율은 1200원 이하로 내려오지 않았다.
당시 미 연준이 본격적으로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또 우리나라는 2022년 4월부터 2023년 6월까지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원화가 강세로 돌아설 만한 재료가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무역수지가 흑자로 돌아선 이후에도 원달러 환율은 좀처럼 내려오지 않고 있다. 미국 기준금리가 한국 기준금리보다 높은 탓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수출주도형 국가이기 때문 수출호조는 한미 금리스프레드를 일부 상쇄하는 역할도 한다. 이는 금리와 무역수지 외 다른 요인이 원달러 환율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뜻한다.
따라서 앞서 언급한 글로벌 주요국들의 GDP 비중 변화가 답이 될 수 있다. 그 이면에는 미∙중 무역전쟁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존재한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공급망 문제가 불거지고 교역 트렌드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미국은 ‘리쇼어링’(해외에 나간 기업이 다시 국내로 들어오는 현상)을 통해 제조 강국 부활을 알렸고 현재까지도 진행형이다.
반면, 엔데믹으로 ‘리오프닝’을 기대했던 중국은 경제가 악화되기 시작했다. 중국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미국으로 향했고 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또한 경제 체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역으로 보면 우리나라 경제 펀더멘탈이 다시 예전수준으로 돌아가기 위한 조건은 중국의 부상 또는 미국향 수출 증가다. 그러나 글로벌 교역 개방 기조에서 성장한 한국 경제를 고려하면 현재의 보호무역주의 기조는 펀더멘탈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다.
원달러 환율과 코스피 지수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최근에는 원달러 환율 1300~1400원 사이에서 움직이며 지수 상승을 제한하는 모습이다./출처=한국은행, 한국거래소
이미지 확대보기원달러 환율의 방향은 국내 주식시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기본적으로 원화에 대한 메리트가 높아져야 주식시장도 상승할 수 있다.
우리나라 수출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분야는 반도체와 자동차다. 이 중 증시 측면에서는 반도체가 중요하다. 시가총액 1위, 2위 기업이 각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코스피 내 26%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도체에 집중된 성장이 국내 증시 레벨을 현 수준에서 한 단계 높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원화 약세는 수출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요인이지만 원자재 가격 부담도 상당하다. 실제로 과거 고환율 국면에서 국내 기업들의 영업이익률은 낮은 수준을 보였다.
최광혁 LS증권 연구원은 “각국이 무역 개방도를 점차 축소하고 중국 경기 회복 기대감도 낮아지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중국 경제 의존도를 낮췄지만 여전히 수출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경제에서 한국 경제 위상을 고려하면 현재 원화가 지나친 약세라고 판단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성규 한국금융신문 기자 lsk0603@fntimes.com